일본, 독도 영유권 증거로 1912년판 지도 제시

오키전도(全圖) 발견...4일 <산인추오신보> 보도

등록 2006.08.07 16:06수정 2006.08.07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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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년 2월 22일자 시마네현 고시 제40호(독도 편입 결정) 이후로 일본이 독도를 실제로 관할했음을 뒷받침하는 지도 자료가 발견되었다고 일본 <산인추오신보>가 4일 보도했다.

후나수기 리키노부 시마네대학 법문학부 조교수가 다케시마연구회 관계자와 함께 시마네현 오키노시마초에서 1912년 판(版) '오키전도(全圖)'를 발견하였으며, 이 지도는 "일본 정부는 본래 독도를 조선령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한국측 주장을 뒤엎는 것이라고 이 신문은 주장했다.

신문에 따르면, 그동안 이 지도를 소장해 온 인물은 오키노시마초에 거주하고 있는 모리씨(45세)라는 사람이며, 그는 이 지도 말고도 1927년 및 1934년 판 '오키 및 다케시마 전도'도 소장하고 있다고 한다. 오키전도는 1912년 오키시마청(廳)에 의해 간행된 관제 지도라고 이 신문은 소개했다.

신문이 소개한 바에 따르면, 오키전도에 나타난 내용은 이러하다. 사진에 보면, 지도 안에 2개의 사각형이 있다. 사진상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왼쪽 사각형 안에는 "본토에 대한 오키국의 위치"(本土に對する隱岐國の位置)라는 글귀가 있다.

a 오키전도의 독도 관련 부분.

오키전도의 독도 관련 부분. ⓒ <산인추오신보>

<산인추오신보>에 따르면, 오키도를 설명하는 그 부분에 독도에 관한 기재가 있기 때문에 이는 시마네현이 독도를 관할하고 있었음을 보여 주는 증거가 된다는 것이다. 한편, 지도 뒤쪽에는 독도를 '일본해에 있는 무인도'라고 설명한 부분이 나온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그리고 위에 언급한 바와 같이, 일본 측은 오키전도의 발견으로 인해 한국측 주장을 뒤엎을 수 있게 되었다며 고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부분에 관한 <산인추오신보>의 표현을 그대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지금까지 한국측 연구자들은 일본 육군 육지측량부가 1936년에 간행한 '지도구역 일람도'에 다케시마가 조선반도의 지도와 함께 수록되어 있는 점을 들어 '다케시마가 (일본측 지도에서) 조선령으로 그려져 있어, 일본 정부는 본래 다케시마를 조선령으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주장해 왔다."


1912년에 간행된 오키전도의 발견으로 일본이 다케시마를 일본 영토로 인식했다는 점이 입증되었다는 것이 이 신문의 주장이다. 이 부분에 관한 한국측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자료가 나왔다는 점 때문에 일본측이 고무된 것이다.

그럼, 오키전도는 독도 영유권 문제와 관련하여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이며, 또 그것은 과연 어느 정도의 효력을 갖는 것일까?


먼저, 오키전도의 발견은 독도 영유권 문제와 관련하여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이 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독도 영유권에 관한 일본측의 주장을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일본 측의 주장은 크게 2종류로 정리된다. ▲무주지(無主地)였던 독도를 일본이 선점(先占)했다(국제법적 관점). ▲독도는 역사적으로도 일본 땅이다(역사적 관점). 여기서 괄호 부분은 설명의 편의를 위해 필자가 임의로 붙인 것임을 밝혀 둔다.

이번 오키전도의 발견은 종전의 주장인 국제법적 관점과 관련된 것이다. 국제법 이론에 따르면, 선점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크게 4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1)선점의 대상이 무주지여야 한다. (2)선점 주체가 국가여야 한다. (3)선점의 의사가 있어야 한다. (4)실효적으로 지배해야 한다. 소수설에서는, 여기에 더해 '선점 사실을 이해관계국에게 통고해야 한다'는 요건을 추가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통설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오키전도는 위의 4가지 요건 중에서 실효적 지배와 관련된다. 일본이 선점 의사를 공표한 1905년 이후인 1912년에 독도를 시마네현 소속으로 표기한 지도가 발견했기 때문에, 일본이 1905년 이후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했다는 점이 입증되었다는 것이다.

그럼, 오키전도는 일본이 1905년 이후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했다는 증거가 될 수 있을까? 국제 판례에 따르면, 실효적 지배의 정도는 구체적 사안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된다.

예컨대, 상설국제사법법원(PCIJ)은 1931년 '동부 그린란드 사건'에서 "그린란드 같은 원격지에 대해서는 상징적 지배만으로도 실효적 지배를 인정할 수 있다"는 판시를 내린 적이 있다(4월 28일자 기사 참조). 이처럼, 어떤 경우에는 상징적 지배만으로도 실효적 지배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실효적 지배라는 것은 구체적 사안에 따라 다양한 양상을 띨 수 있다.

그렇다면 독도의 경우에는 어떠할까? 독도 역시 외딴섬이기는 하지만, 그린란드 같은 원격지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전통적으로 독도에 대해 영유권을 행사해 온 한국이 독도 왼쪽에 있을 뿐만 아니라, 독도 인근에는 독도를 부속 도서로 삼고 있는 울릉도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독도에 대해서는 적어도 그린란드에 대한 지배 이상의 실효적 지배가 행해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런데 일본 지방관청이 그린 지도에서 독도가 시마네현 소속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하여 이를 곧바로 실효적 지배로 연관시키기는 힘들 것이다. 왜냐하면, 지도라는 것은 그 지역과 무관한 사람들도 누구나 그릴 수 있는 것이며, 또 그 지역에 대해 지배력을 갖고 있지 않은 경우에도 얼마든지 그릴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1912년에 일본인들이 독도를 시마네현 소속으로 표기한 지도를 그린 적이 있다고 하여, 그 점을 근거로 일본이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했다고 단정하기는 힘들 것이다. 1905년 이후에 일본의 국가 통치력이 독도에까지 영향력을 미쳤다는 보다 더 강력하고 구체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예컨대, 오늘날의 한국처럼 독도를 행정적으로 지배했다는 점을 입증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독도에 주민을 거주시키고 또 경찰 병력까지 주둔시키고 있는 한국만큼은 아닐지라도, 일본도 그에 필적할 정도의 행정적 지배를 했다는 점을 입증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한다면, 이번에 발견된 오키전도는 일본의 실효적 지배를 입증하는 직접증거라기보다는 하나의 정황 증거로서밖에 기능하기 힘들 것이다. 일본 측은 보다 더 강력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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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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