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쿠니 비종교화를 두고 일본 정계 백가쟁명

등록 2006.08.08 15:06수정 2006.08.08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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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자민당 총재 선거가 가까워짐에 따라 일본 정계에서 야스쿠니 논쟁이 날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그야말로 백가쟁명(百家爭鳴)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만큼 거의 매일같이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최근에는 야스쿠니신사를 비종교법인으로 전환시킬 것인가를 둘러싸고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관한 일본 정계 내의 찬반론을 소개하기로 한다.

a 아소 다로 일본 외상.

아소 다로 일본 외상. ⓒ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

먼저, 아소 다로 외상. 아소 외상이 8일 각료회의 후 가진 야스쿠니신사 문제 해결을 위한 자신의 견해를 발표했다. 이는 야스쿠니신사가 자발적으로 종교법인을 해산하고 새로운 설치법에 근거하여 특수법인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아소 외상의 방안은 사실상 야스쿠니신사를 비종교적인 국립추도시설로 전환하는 것이며, 또 아소 외상은 새로운 시설에는 '신사'라는 명칭을 붙이지 말자고 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또 신문에 따르면, 아소 외상은 역사인식 문제를 둘러싸고 비판을 많이 받고 있는 야스쿠니신사 내 박물관인 류수칸의 존치 여부를 재검토할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고 한다.

아소 외상이 내놓은 해결책은 정교분리원칙에 위반하지 않으면서도 일왕 및 총리의 참배를 성사시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에 의의가 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a 나카가와 히데나오 자민당 정조회장.

나카가와 히데나오 자민당 정조회장. ⓒ 나카가와 히데오 홈페이지

다음으로, 나카가와 히데나오 자민당 정조회장(정무조사회장). 나카가와 정조회장은 지난 6일 <아사히 TV>의 보도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나라가 책임을 지며, (또) 비종교법인에서 합사 대상자를 결정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예전의 (야스쿠니) 법안 같은 것을 여당과 유족회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한마디로 야스쿠니신사를 비종교법인으로 전환시킨 다음에, 정부 주도로 A급 전범 분사의 길을 열어 주자는 것이다.

참고로, 여기서 나카가와 정조회장이 언급한 '야스쿠니 법안'이라는 것은 1969년에 자민당이 국회에 처음으로 제출한 법안을 가리킨다. 법안의 내용은 나카가와 정조회장의 위 코멘트에 나온 바와 같다. 당시 이 법안은 1974년 중의원을 통과했지만, 정교분리원칙 위반을 주장하는 야당과 유족회의 반대 때문에 결국 폐기되고 말았다.


한편, 8일자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나카가와 정조회장은 방송 후 기자단에게 "일본유족회의 논의를 지켜보고 싶다"며 "유족들이 원한다면 그러한 법안을 제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9월 자민당 총재 선거 후에 본격화될 일본유족회의 논의를 주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a 고가 마코토 일본유족회장.

고가 마코토 일본유족회장. ⓒ 자유민주당 홈페이지

야스쿠니신사를 비종교법인으로 바꾸는 방안에 대해서는 일본유족회장인 고가 마코토 전 자민당 간사장도 찬성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7월 30일자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그는 A급 전범 분사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야스쿠니신사를 국가 관리의 비종교법인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였다.


그가 일본유족회장이기는 하지만, 그의 방안이 유족회의 일반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일본유족회의 총론은 9월 자민당 총재 선거 이후에 윤곽을 보일 것이다.

한편 야마사키 다쿠 자민당 전 부총재는 야스쿠니신사 비종교법인화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8월 7일자 <홋카이도신문>에 따르면, 야마사키 전 부총재는 7일 도쿄에서 열린 일본기자클럽 강연에서 "(야스쿠니신사의 비종교법인화는) 분사보다도 더 어렵다"며 "신사가 종교법인격을 반려하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고 주장하였다.

그의 주장은 한마디로 '종교단체가 자발적으로 종교법인격을 포기할 수 있겠느냐'는 의견인 것이다. 위의 찬성론이 '정치적인 의견'이라면, 야마사키 전 부총재의 의견은 비교적 '원론적인 의견'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a 야마사키 다쿠 자민당 전 부총재.

야마사키 다쿠 자민당 전 부총재. ⓒ 야마사키 다쿠 홈페이지

한편, 그는 이 강연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8·15 참배 계획을 비판했다고 위 신문은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그는 "(총리의 8·15 참배를) 아무래도 찬성하기 어렵다"며 "(참배는) 고이즈미 정권에 대한 평가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마사키 전 부총재의 이러한 발언에 대해, 7일 저녁 고이즈미 총리는 총리 관저에서 기자단에게 "야마자키 씨는 5년 전에도 반대했다"며 "사람의 의견은 제각각이니까"라고 받아넘겼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위와 같이 일본 정계에서 야스쿠니신사의 비종교법인화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는 데에는 크게 2가지의 모티브가 작용하고 있다.

첫째는 국왕 및 총리의 참배를 관철시키기 위한 것이다. 국왕 및 총리가 국내외적 반대 없이 참배를 하려면, ▲정교분리원칙 위반을 피함으로써 국내적 반발을 무마하고 ▲A급 전범 분사를 실현시킴으로써 국제적 반발을 무마해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뜨거운 감자'라 할 수 있는 A급 전범 문제를 어떻게든지 해결하려는 것이다. 지금 당장에라도 A급 전범을 신사에서 분리하고 싶지만, 그렇게 하자면 신도(神道)의 교리를 위반하게 된다. 그래서 이러한 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야스쿠니신사를 아예 비종교법인으로 만듦으로써 교리 위반 문제를 피하자는 것이다.

종교단체인 야스쿠니신사의 종교적 성격을 없애자는 논의는 어찌 보면 좀 황당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런 황당한 논의가 지금 일본 정계에서 벌어지는 것은 일본이 한국·중국·미국의 야스쿠니 비판에 그만큼 민감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야스쿠니 법안이란?

1969년 자민당이 처음으로 국회에 제출. 1974년 중의원에서 강제 채결되었으나 야당의 반대로 참의원에서 부결, 폐안이 됨.

법안의 내용은 야스쿠니신사를 비종교화하여 국가가 관리하자는 것으로, 야스쿠니신사를 내각총리대신이 감독하는 기관으로 규정하고 그 의식이나 행사에 필요한 경비를 국비로 부담하자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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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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