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정부에게 급진 진보는 '적'인가

좋은정책포럼, '민주정부의 위기와 진보개혁세력의 진로' 토론회

등록 2006.08.08 22:50수정 2006.08.08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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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가 8일 좋은정책포럼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민주정부의 위기와 진보 개혁 세력의 진로'에 관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가 8일 좋은정책포럼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민주정부의 위기와 진보 개혁 세력의 진로'에 관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국가보안법 철폐 등 4대 개혁입법안 처리 실패,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지지도 하락, 5·31 지방선거와 재보선 참패….

참여정부의 누추한 성적표를 향한 학계·노동계 등의 날카로운 비판이 쏟아졌다. '좋은정책포럼'(공동대표 김형기·임혁백)이 '민주정부의 위기와 진보개혁세력의 진로'라는 주제로 연 정기포럼에서다.

8일 오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장(배재정동빌딩)에서 열린 이날 토론 패널로 참석한 송호근 서울대(사회학과) 교수,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 등은 각각 주어진 10분 동안 '왜'로 시작하는 질문을 던지며 참여정부의 정책을 조목조목 꼬집었다.

송 교수는 "참여정부가 지난 3년반 동안 지리멸렬했던 이유는 취약한 통치 능력 때문"이라며 "'임기 동안 능력을 어떻게 늘릴 것이냐'가 문제지만, 노무현 정권은 능력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국에서 진보의 큰 걸음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너무 성급하게 많은 것을 하려고 하지 말라"면서 "주제를 알아라"고 쏘아붙였다.

노 의원은 "양극화 심화 등 국민들이 가진 불만의 뿌리에는 경제문제가 있지만,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은 주요 사안에 대한 정책 이념이 같다"며 집권 여당의 모호한 정체성을 문제 삼았다.

김부겸 열린우리당 의원은 이에 대해 "냉정하게 말해서 당의 정체성이 애매한 것 같다"며 "어떻게 뚫고 나가야할 지 자신감이 없다, 신자유주의 하에서 한국 사회를 어떻게 끌어가야할 지에 대한 답이 아직 없다"고 털어놓았다.

토론에 앞선 발제에서 '한국적 제3의 길'을 주문한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를 향해 김 의원은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실패에 대해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지만 '한국적 제3의 길'이라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는 묻고 싶다"고 항변했다.


김부겸 열린우리당 의원과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8일 좋은정책포럼이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민주정부의 위기와 진보 개혁 세력의 진로'에 관한 주제발표 내용을 경청하고 있다.
김부겸 열린우리당 의원과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8일 좋은정책포럼이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민주정부의 위기와 진보 개혁 세력의 진로'에 관한 주제발표 내용을 경청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다음은 토론자들의 발언 중 일부.

Q1. "왜 참여정부는 지난 3년 반 동안 지리멸렬했나"


송호근 교수 "취약한 통치 능력에서 출발했다. 노무현 정부만의 독특한 현상이 아니고, 다음 대선에서 보수든 진보든 취약한 통치 능력에서 출발할 것이다. 한국 정치의 전제 조건처럼 보이는데, 문제는 '5년 (임기)동안 능력을 어떻게 늘릴지 혹은 잃지 않느냐'다. 김대중 정권의 경우 능력을 늘렸다. 하지만 노 정권은 무지하게 잃었다. 이젠 쪼들리고 있다.

이유는 (사회의) 요구사항은 너무 많은데, 담을 그릇이 항상 작았다. 정치 체제의 불안정인데, 이 불안정을 안정적으로 끌어내려면 정책을 성공시켜야 한다. 정권의 정당성을 증대시키기 위해 대북 자주노선과 분배의 정치를 이룩하고자 했다. 하지만 두 가지를 다 할 수 있나. 다 끌어갔다면 반대파에 부딪쳐서 주저앉고 만다.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큰 걸음의 진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외적인 구속 때문인데, 진보쪽으로 노선을 틀어서 지키는 것만으로도 굉장하다. '제한적 진보주의'는 가능하다. 너무 성급하게 많은 것을 하려고 하지 말아라. 주제를 알아라. 주제를 알고 그에 맞춰서 정책을 행할 경우 잠재적 지지자가 는다. 역사적 계기를 놓치지 말라."

Q2. "왜 신자유주의를 추구하면서 진보세력이라고 하나?"

노회찬 의원 "형용 모순이다. 그런 점에서 노무현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에서 비롯됐다. 경영상의 아마추어리즘, 부진한 개혁 등을 지적할 수 있지만 다수 국민들이 가진 불만의 뿌리에는 경제문제가 있다.

문제 해결 방법은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 영역에서 신자유주의가 너무 완강하다. 의석 대부분을 신자유주의를 추구하는 세력이 차지하고 있다. 양극화의 그늘은 점점 커지는데, 현실 문제가 정치 영역에서 비례성을 갖고 반영되지 않고 있다.

지금 보면 정치 갈등의 근원지는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인데, 두 당의 견해를 다를 바가 없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전후해서 대대적인 정치 지형의 변화가 필요하다. 정체성의 위기라지만, 한나라당이나 열린우리당이나 정책 이념이 같은 사람들이 모인 결사체다. 국가보안법 하나를 봐도 그렇다."

Q3. "급진 진보는 적인가"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 "전교조나 민주노총은 <조선일보>에서 적으로 규정되고, 엄청난 색깔 공세 등 위협을 느낄 정도로 공격을 받는다. 내부의 정치적 문제와 관련해서 혼란스럽고, 정파·계파·노선 등 투쟁들이 도를 넘으면서 전체 노동운동에 좋지 못한 영향을 끼친 데 대해 꾸짖으면 달게 받아들이겠다.

그러나 그런 것을 갖고 아름다운 노동운동이 매도당해야 하느냐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이고, 이미 많은 노동자들이 쫓겨나서 실업자로 떠돌아다니고 있다. 노동의 위기는 경제, 정부, 국가의 위기다. 왜 노동운동 주체들의 책임이 없겠나. 하지만 너무 심하게 (책임을) 묻는 건 아닌가. 우리도 큰 피해자다.

억울해서 '이건 아니다'라고 외치면 전투적이라고 하고, 노조 이기주의라고 한다. 너무 안타깝다. 전투적 노조주의란 무엇을 의미하나. 개념조차 모호하다. 노조는 자신의 이익 추구가 산업 전체의 이익이 되기 때문에 존재한다. 그런 권리는 헌법으로 보장됐다. 노동자가 제 권리와 노동의 값을 제대로 못 받는 사회가 어떻게 제대로 된 사회인가. 노동자를 가난하게 만들고, 나라만 부자인, '고용 없는 성장' 국가가 잘 사는 나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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