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벗어나 고유의 정체성을 확립하려는 대만의 탈중국화 움직임이 줄기차게 진행되고 있다. 이번에는 최초의 <대만사> 교과서가 발행되어, 최근 시판에 들어갔다. 대만이 중국과는 별도의 독자적인 역사 교과서를 정식으로 갖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번 일이 갖는 의미는 크다고 할 수 있다.
대만 <연합신문>과 <미국의 소리> 중문판 등의 보도를 토대로 오는 9월부터 역사 교육 과정에서 사용될 <대만사> 교과서의 주요 특징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필요한 경우에는 해설을 덧붙였음을 밝혀 둔다.
대만사(臺灣史)의 시초
새로운 교과서에서는 대만 역사의 시초를 타이뻬이(대북) 소재 위엔산 유적지로 잡고 있다. 1953년에 발굴된 위엔산 유적지는 신석기 시대의 패총(조개더미) 유적지로서 기원전 2400년부터 기원전 1100년 사이의 유적지로 판단되는 곳이다.
종래의 대만 교과서에서는 베이징 저우커우뎬(주구점) 유적지를 역사의 시초로 보았다. 1933년에 발굴된 저우커우뎬 유적지는 1만1천년에서 1만8천년 전의 유적지로 판단되는 곳이다.
대만사의 시대 구분
새로운 교과서에서는 대만사를 (1)초기 대만 (2)청대의 장기 통치 (3)일본 통치 시기 (4)현대의 대만 및 세계로 4등분하였다. 이는 종래 대만 역사 교과서의 문제점을 시정하기 위한 것이다. 종래의 대만 교과서에서는 본토의 중국사를 기준으로 하다 보니, 잡다하고 비연속적인 내용들이 자주 나타났다.
대만 지위 미정론 삽입
대만지위미정론(臺灣地位未定論)은 다른 말로 대만주권미정론(臺灣主權未定論)이라고도 불린다. 새로운 교과서에는 최초로 대만 지위 미정론(이하 '미정론')이 명문으로 삽입되었다. 그리고 여러 판본의 교과서들에서는 한결같이 미정론의 법적 기초인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1951년)과 중일화약(1952년)을 소개하고 있다. 여기서 중일화약(中日和約)이라는 것은 대만과 일본간의 강화조약을 가리키는 말이다.
미정론이라는 것은 일본이 대만을 넘겨줄 때에 "대만 주권을 포기한다"고만 했지 "중국에게 넘겨준다"는 말을 한 적은 없으므로, 대만의 국제적 지위는 아직까지도 미정 상태라는 것이다. 중화민국을 중국으로 보든지 중화인민공화국을 중국으로 보든지 간에, 일본이 중국에게 대만을 넘겨준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대만이 정확히 어느 나라의 주권에 속하는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향후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논리를 담고 있다.
사실, 역사 교과서에 '우리나라의 국제적 지위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내용을 삽입하는 것은 어찌 보면 국가적 수치라고도 해석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대만이 미정론을 역사 교과서에까지 명기한 것은 향후 대만의 독자 노선에 합리성을 부여하기 위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삼민주의(三民主義) 삭제
오는 9월부터 사용될 <고등중학 과정 잠정 지침>(대만측 표현은 '高中過程暫行綱要')에서는 손문의 삼민주의를 삭제하였다.
중국 호칭 변경
종래의 대만 교과서에서는 중국 대륙을 중화민국의 일부로 이해했다. 그리고 본토 정권을 '중공정권'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새로운 교과서에서는 본토를 '중국대륙' 혹은 '중국'이라고 부르고 있다. 중국 본토를 중화민국의 일부로서가 아니라 이것과 무관한 별개의 중국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양국론·일변일국론 삽입
대만과 중국을 상호 별개의 주체로 인식함에 따라, 이를 논리적으로 뒷받침하는 이론들이 새로운 교과서에 삽입되었다. 양국론(兩國論)과 일변일국론(一邊一國論)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양국론이라는 것은 1999년 7월 9일 리덩휘 총통이 <독일의 소리>와 가진 인터뷰에서 밝힌 것으로 '양안관계는 국가 대 국가의 관계, 적어도 특수한 국가관계'라는 논리다. 한편, 일변일국론이라는 것은 2002년 8월 천수이볜 총통이 밝힌 것으로 '대만 해협을 사이에 두고 한 쪽(一邊)에 한 나라씩(一國) 존재한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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