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아'는 1996년 6월에 태어났답니다. 제가 맨 처음 만난 1997년 5월의 '작아'입니다.이승숙
겉표지 역시 담백했다. 이철수 화백의 판화 그림이 책 표지 한가운데 조용히 앉아 있었고 책머리에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이하 작아)란 책 이름이 쓰여 있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니 그 참 희한한 말이네 생각하며 책을 빼들고 책장을 넘겨보았다. 책은 재생지로 만들어서 겉보기엔 투박하고 거칠어 보였다.
그러나 책을 손에 쥔 느낌은 오붓했고 수록되어 있는 글들도 다정스러웠다. 그 날 이후로 '작아'는 우리와 함께 했다. '작아'는 강산이 바뀐다는 십 년 세월을 달마다 조용히 우리를 찾아왔다.
책이 나오길 손꼽아 기다리다가 책이 오면 아껴가며 봤던 시절도 있었다. 손이 잘 닿는 곳에 두고 가족 모두가 오며가며 들춰보기도 했다. 그러다가 나도 모르게 소박하고 아름다운 삶을 꿈꾸게 되었다. '작아'에 빠져서 행복하게 몇 년을 지냈다.
세월이 흐르고 책도 조금씩 변해갔다. 내가 알고 지내던 편집실 사람들이 '작아'를 떠나 다른 곳으로 갔고 새 사람들이 들어오게 되자 나는 그만 '작아'가 낯설어졌다. 그래서 나는 다른 곳으로 눈길을 돌리게 되었다. 한동안 '작아'는 내 사랑을 예전처럼 받지 못했다.
'먼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누님'처럼 나는 '작아' 곁으로 다시 돌아왔다. 천천히 '작아' 곁으로 다가갔다. '작아'는 그 때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작아'와 친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