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짱하게 내리꽂히는 한낮의 태양 아래에서도 백일홍은 기가 죽지 않는다.이승숙
일반적으로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해서 정치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정치도 어찌 보면 큰 살림살이라고 볼 수 있다.
정치가 큰 살림살이라면 남자의 힘만 필요한 게 아니라 여성의 힘도 필요하리라 본다. 똑같은 돈으로 어떻게 살림을 사느냐에 따라 그 가정이 윤택할 수도 있고 아니면 쪼들릴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정치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시민들은 평안하게 살 수도 있고 아니면 혼란 속에 빠질 수도 있다.
그날 우리는 앞으로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규모 있게 살림을 사는 것처럼 정치도 관심을 둬 보자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이번 가을부터 강화군 의회 의원들의 군정 활동을 살펴보기로 했다.
막상 말은 꺼냈지만 하려고 하니 뭐부터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일을 하는 단체나 조직이 있다면 그곳의 도움을 얻어 교육을 받으면서 올 한 해는 준비 과정으로 지내기로 했다.
그날 우리는 모임의 이름을 지었다. 여러 의견 속에서 '백일홍'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모진 환경에도 잘 버티며 자라나 질리도록 오래 피어있는 백일홍은 강화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다. 튼실한 대와 굳건한 잎 그리고 일백일을 피는 백일홍의 그 질긴 생명력을 우리의 상징으로 삼았다.
꽃이라면 거역할 수 없는 운명 즉, '화무십일홍'을 백일홍은 거역한다. 일백일이 넘게 붉은 정열을 불태우는 백일홍 앞에서 무상함을 뜻하는 화무십일홍은 어쩐지 통하지 않는 것 같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 아래 내리꽂히듯이 햇살이 쏟아진다. 따갑고 짱짱한 햇살을 받으며 백일홍이 붉게 타오른다. 백일홍은 강화군을 상징하는 꽃이다. 그래서 강화군에서는 길가에 백일홍 화단을 만들어서 오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붙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