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의 보고, 시골 고향집노태영
한 마지기 정도 되는 집터에 아담한 조립식 주택을 짓고 넓은 앞마당에 잔디를 심었다. 집 주위로 화단도 만들고 넝쿨장미와 철쭉으로 담장을 만들어 놓으니, 작은 정원도 생기고 엄마의 공간인 작은 텃밭도 생겼다. 집 거실에 앉아 있으면 멀리 시냇물이 흘러가고 신기하고 영적인 모습을 한 마이산이 살짝 고개를 내밀고 있다. 그래서인지 시원하다는 느낌이 드는 집이다.
우리 가족은 8월 둘째 주 토요일이면 여름휴가가 시작된다. 그래서 8월 둘째 주가 되면 인천에서 서울에서 경기도 고양에서 전주에서 익산에서 하나 둘씩 모여든다. 올해는 대구에 사시는 한 분밖에 계시지 않은 이모님도 오셨다.
각자 하나씩 음식과 과일을 준비하여 모이다 보면 우리들의 잔치를 성대하게 벌일 정도의 음식과 고기가 준비된다. 전주에서 막걸리 공장 공장장을 하는 큰 매형의 아주 특별한 막걸리 역시 준비된다. 여기에 어머님이 미리 준비하신 옥수수며 김치, 고구마, 오이, 무공해 상추와 부추 등이 곁들여지면, 우리들의 마음은 풍요로움의 사치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게 된다.
소나무들이 옹기종기 모여 동네에 큰 기쁨을 주는 뒷동산에 어둠이 내리면 저녁준비가 시작된다. 전등불을 마당에 달고, 잔디밭 위에 돗자리를 깔면 보신탕 수육도 파리들을 끌어들이기 시작한다. 본격적인 여름휴가가 시작되는 것이다. 모깃불을 멀리에 피워놓은 여름밤은 어둠을 주위로 불러 모아 작은 성을 만들어 놓고, 더위를 십리 밖으로 물러나게 만든다. 전등불 주위로 모여드는 온갖 매미며 여치, 방아깨비, 하루살이, 귀뚜라미들이 이름 모를 날것들과 한데 어울려 긴 여름을 짧게 마무리한다.
더위를 잊은 채 한 잔 두 잔 마시면서 고단한 생활 이야기며 자식들 자랑, 어린시절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머님과 아버님은 어느새 무거운 눈꺼풀과의 싸움을 포기하고 짬짬이 기도를 하신다. 여름을 잊은 채. 온갖 걱정과 시름을 놓은 채.
새벽 2시 도착하는 막둥이 동생 가족을 기다리다 보면 반달을 조금 못 채운 달은 우리 머리 위를 훌쩍 지나 내동산 자락 8부 능선에 걸려 있다. 멀리서 달려오는 두 개의 불빛이 우리 집 마당에 짐을 부리면 다시 2차가 시작된다. 일에 치여 고단한 얼굴로 피곤한 길을 달려온 막둥이 내외와 막걸리 한 잔 두 잔 마시다 보면 어느새 동쪽하늘에는 여명이 일기 시작한다. 가족들은 내일의 피서를 위해 아쉬움을 털어내듯 자리를 털며 일어나 집 앞에 있는 모정(정자)으로 방으로 졸음을 눈에 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