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위원장, '바다이야기' 직접 가봤다더니...

[取중眞담] 말뿐인 국정감사... 현장 실사 따로, 정책 따로?

등록 2006.08.22 16:01수정 2006.08.23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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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이야기' 오락실 입구.
'바다이야기' 오락실 입구.오마이뉴스 장재완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 "이경순 영상물등급위원장, 최근에 성인오락실에 가본 일 있어요?"
이경순 영상물등급위원장 "예. 충무로에 있는 '바다이야기'라는…."
이재오 의원 "가보고 무슨 문제점을 느꼈어요?"
이경순 위원장 "우선 젊은 사람들이 대낮에 그 곳에서 게임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이…."
이재오 의원 "성인오락실에는 대낮에 젊은 사람들 별로 없어요. PC방에는 있지만 성인오락실에는 주로 밤 10시 이후 12시, 1시, 2시에 집중적으로 모여서 오락하는 것이 아니라 도박을 하는 거예요."
이경순 위원장 "제가 근무 시간 중에 돌아봤기 때문에…."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이경순 위원장)에 대한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의 국정감사 현장.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바다이야기'에 대한 대화가 한창이다. 하지만 이 장면은 현재 상황이 아니다.

이같은 질의는 약 1년 전인 지난 2005년 9월 30일 이루어졌다. 당시 국회 문광위는 지난 국감에서 문화관광부와 영등위 등을 상대로 사행성 성인오락 문제, 상품권 지정제 논란 등을 집중적으로 짚었다.

[2005년] "당연한 말씀입니다, 시정하겠습니다"

당시 국감 회의록에 따르면, 이경순 위원장이 우연히 '바다이야기'를 직접 다녀왔다고 답했다. 이에 이재오 의원은 "새벽 1시∼2시쯤 영등포역이나 종로 등을 가보면 영등위가 무엇을 고쳐야 할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재오 의원은 '예시'(그림 등을 통해 잭팟을 예고해 계속 게임을 하도록 하는 것)와 '메모리 연타'(연속해서 당첨금이 배출되는 것) 등의 '용어'를 써가며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오락실에)'우리는 예시나 연타를 안 합니다'라고 써놓기만 하면 영등위에서 허가를 해 준다"며 "이 위원장이 성인오락실을 가보면, 성인오락실이 오락실인지 도박장인지 어느 정도 심각한지 알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 위원장에게 심야시간대 성인오락실 참관기 제출을 제안했다.


당시 제안대로 이 위원장은 직접 오락실 현장을 방문했고, 2주 뒤 이 의원실에 참관기를 제출했다.

이 의원실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불법 개·변조된 오락기들 ▲한 사람이 이쑤시개나 라이터 등으로 여러 대의 오락기를 이용한 점 등 최근 '바다이야기'와 관련돼 불거진 문제점들을 정확히 짚었다. 또한 "적법한 기준에 맞지 않는 부분에 대해 시정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실 측은 22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위원장이 직접 게임을 해봤다는 증거로, 게임을 하고 있는 모습을 찍은 사진 5∼6장을 동봉했다"며 "하지만 상임위를 이동하면서 관련 문서를 다 처분했다"고 말했다.

[2006년] '바다이야기'는 사라지지 않았다

당시 사행성 성인오락실의 문제점을 지적한 사람은 이재오 의원만이 아니었다.

박찬숙 한나라당 의원은 "회의에 참석한 등급분류위원은 4명인데, 의견서에는 3명만 서명했다" "사무국장이 위원장 대신 결재했다"고 질타했다.

또한 같은 당 정종복 의원은 "'예시·연타 기능이 있는 게임기에 대해 이용불가'라는 공지가 있기 전 심사된 게임기에 대해서는 특혜를 준 것 아니냐"며 "영등위의 업무 절차는 규정이 없는 엉망진창이었다"고 비난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이 위원장은 "당연한 말씀이다" "알겠다, 시정하겠다" 등의 답변을 내놓았다.

그러나, 1년 뒤 해결된 것 없이 문제는 그대로 터져나왔다. 이 위원장이 성인오락실 현장에서 느낀 점을 정책으로 제대로 반영했더라면 의원들의 질타성 질의가 1년 뒤 '영등위 의혹'으로 재탕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영등위에만 아쉬움이 남는 것이 아니다. 당시 영등위 질타에 목소리를 높였던 의원들이 지난 1년간 감시와 견제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면, 사행성 성인오락 시장의 초고속 성장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국감 당시 의원들의 호된 비판은 국감이 끝나면 힘을 잃는 '솜방망이'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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