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올챙이는 청개구리로 자랐다

[포토에세이] 올챙이에서 청개구리가 되기까지

등록 2006.08.24 10:23수정 2006.08.2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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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006년 7월11일 웅덩이(둠벙)가 메워지고, 바로 옆 작은 도랑에 올챙이들이 자라고 있다.

2006년 7월11일 웅덩이(둠벙)가 메워지고, 바로 옆 작은 도랑에 올챙이들이 자라고 있다. ⓒ 권용숙

집집마다 돼지 한두 마리는 키우던 어린 시절, 구정물만 먹고 빼빼 마르는 돼지에게 줄 개구리를 잡기 위해 긴 막대기 들고 개구리를 쫓아다니던 때가 있었다. 그때의 잘못을 회개라도 하듯 개구리 전문가도 아니면서 봄부터 지금까지 개구리의 성장과정을 지켜보게 되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올챙이도 종류가 있을 터인데 어떤 종류의 개구리가 낳은 올챙이일까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올챙이가 자라던 메워진 웅덩이 위에 다시 자란 올챙이는 누구의 올챙이일까 궁금하지도 않았고, 다만 웅덩이가 메워져 올챙이들이 개구리로 자라는 중 떼죽음을 당한 바로 그 자리에서 다시 자라나는 것만으로도 박수를 보내기에 바빴다.

산개구리 올챙이가 자라던 웅덩이 위에 다시 자라나는 올챙이는 당연히 산 속(지양산 내)에 있으니 산개구리로 자라날 것이라 확신했었다.

a 2006년 7월 17일. 올챙이들이 점점 커가고 있고, 누구의 올챙이일까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2006년 7월 17일. 올챙이들이 점점 커가고 있고, 누구의 올챙이일까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 권용숙

얕은 물에 놀던 올챙이들은 집중호우로 갑자기 불어난 물에 거의 다 떠내려갔고, 그래도 깊은 도랑에 자라던 올챙이들은 용케도 살아남아 장마가 그친 뒤 맑은 햇살이 내리쪼이는 맑은 물에서 점점 자라가고 있다.

한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긴 녀석들이라서 그런지 머리모양도 둥그런 게 꼬리까지 쭉 뻗고 헤엄을 치는 모습이 참으로 대견했다. "내가 꼭 너희가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마"라고 작은 올챙이에게 약속까지 해본다.

a 2006년 8월 12일. 올챙이색이 연한 연둣빛으로 변하고 있다.

2006년 8월 12일. 올챙이색이 연한 연둣빛으로 변하고 있다. ⓒ 권용숙

장마가 그친 후 내리쬐는 여름 햇살에 한낮에는 풀들도 시들시들 맥이 없이 축 처져 있다. 사람들도 더위를 피해 어디론가 떠나는 피서철, 잠시 올챙이들을 떠났다. 며칠 동안 찾아보지 못한 사이에 올챙이들에게 변화가 생겼다. 봄에 자라는 올챙이들과 확연히 다른 점은 점점 자라며 올챙이 색깔이 연둣빛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a 뒷다리가 나온 연두빛 올챙이도 보이고...

뒷다리가 나온 연두빛 올챙이도 보이고... ⓒ 권용숙

a 긴꼬리가 있지만 점점 개구리의 모습인 빠른 올챙이들도 있다.

긴꼬리가 있지만 점점 개구리의 모습인 빠른 올챙이들도 있다. ⓒ 권용숙

푸른빛으로 변해가는 아직은 어린 올챙이들은 도랑물로 떨어진 호박 꽃잎을 갉아먹기도 하고, 풀을 뜯어 먹기도 했다. 뒷다리 앞다리가 나온, 아직은 물속에 꼬리를 흔드는 애매한 올챙이는 제법 개구리 티를 내고 있다.

a 2006년 8월 19일. 도랑물이 말라버렸다. 올챙이들은 마지막 물이 있었던 그곳에 함께 모여있었던가 보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다.

2006년 8월 19일. 도랑물이 말라버렸다. 올챙이들은 마지막 물이 있었던 그곳에 함께 모여있었던가 보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다. ⓒ 권용숙

a 죽은 올챙이 옆으로 뛰어내린 청개구리 한마리가 희미하게 보인다.

죽은 올챙이 옆으로 뛰어내린 청개구리 한마리가 희미하게 보인다. ⓒ 권용숙

늦여름 땡볕이 며칠째 계속되는지, 비라도 내려줬으면 싶은 토요일이었다. 일주일만에 다시 찾은 도랑엔 잡풀들만 무성히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고, 남편까지 대동하고 의기양양하게 찾아간 도랑(웅덩이를 메우고 임시로 만든 도랑)은 물이라곤 한 방울도 찾아보지 못할 정도로 말라 있다.


"아, 푸른 올챙이들은 어떡하라고…." 올챙이가 개구리 되기까지 이렇게도 힘들더란 말인가. 저 태양이 그토록 강하게 내리쪼였단 말인가. 마지막 물이 고인 지점까지 살아남기 위해 모여든 올챙이들이 한곳에 모여 말라 죽어 있었다.

두 달여를 지켜본 올챙이가 말라 죽은 것을 봐야 하는 것은 어릴 때 개구리를 잡아 돼지에게 먹인 죄란 말인가. 망연자실하여 풀섶을 뒤지기 시작하였다. 그때 죽은 올챙이 옆으로 폴짝 뛰어내린 청개구리 한 마리.

a 2006년 8월 19일. 아직 꼬리가 조금 남아있고, 풀섶엔 다른 새끼 청개구리들이 제법 보였다.

2006년 8월 19일. 아직 꼬리가 조금 남아있고, 풀섶엔 다른 새끼 청개구리들이 제법 보였다. ⓒ 권용숙

점점 말라가는 도랑물에서 일찍 부화한 올챙이들은 청개구리로 자라나 풀섶으로 뛰어들었고, 마지막 안간힘을 쓰며 호박꽃을 뜯어먹던 어린 푸른 올챙이들은 흙이 되었다.

다행이라 생각해야 할까. 풀섶엔 꼬리도 채 퇴화되지 않은 새끼청개구리들이 동그란 눈을 반짝이며 쉴새 없이 뛰어다니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마치 살아남은 것을 자랑이라도 하듯 새끼청개구리는 이리저리 톡톡 뛰어다녔고, 그 작은 청개구리가 사라질까 봐 쩔쩔매며 구슬땀을 흘리며 따라다니는 내 머리 위로 마지막 여름 햇살이 부서지고 있다.

칠월에 자라난 푸른 올챙이의 어미는 산개구리가 아닌 청개구리였다. 내년엔 메워진 웅덩이 주위에 개구리들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꼭 생기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개구리들은 알 낳는 시기가 종류마다 다르다고 합니다. 5월 초까지는 산개구리들이 알 낳는 게 끝이 나고, 6∼7월엔 청개구리나 무당개구리, 맹꽁이가 알을 낳는다고 합니다. (손상호 기자님 글 참조) 정말일까? 더 열심히 관찰한 결과, 웅덩이가 메워진 자리에 다시 자라난 올챙이는 청개구리가 되었습니다. 

위 올챙이들은 10년이 넘은 웅덩이가 갑자기 메워지는 바람에 그 주변 작은 도랑물에 개구리들이 알을 낳았고, 올챙이가 비에 떠내려가고 뜨거운 여름날 물이 말라 전부 개구리로 자라나질 못한 것입니다.

지난 7월에 지양산이 위치한 서울시 양천구 양천구청장님에게 "조속한 시일 내 토지소유주와의 협의를 통해 사용동의 여부를 확인한 후 가능하다면 이곳에 대해 내년도에 시행할 예정인 '생태 연못 조성사업' 대상지에 포함시켜 일괄 조성할 계획임을 알려드리오니 참고하여 주시기 바라면서…"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꼭 이루어지길 기다립니다.

덧붙이는 글 개구리들은 알 낳는 시기가 종류마다 다르다고 합니다. 5월 초까지는 산개구리들이 알 낳는 게 끝이 나고, 6∼7월엔 청개구리나 무당개구리, 맹꽁이가 알을 낳는다고 합니다. (손상호 기자님 글 참조) 정말일까? 더 열심히 관찰한 결과, 웅덩이가 메워진 자리에 다시 자라난 올챙이는 청개구리가 되었습니다. 

위 올챙이들은 10년이 넘은 웅덩이가 갑자기 메워지는 바람에 그 주변 작은 도랑물에 개구리들이 알을 낳았고, 올챙이가 비에 떠내려가고 뜨거운 여름날 물이 말라 전부 개구리로 자라나질 못한 것입니다.

지난 7월에 지양산이 위치한 서울시 양천구 양천구청장님에게 "조속한 시일 내 토지소유주와의 협의를 통해 사용동의 여부를 확인한 후 가능하다면 이곳에 대해 내년도에 시행할 예정인 '생태 연못 조성사업' 대상지에 포함시켜 일괄 조성할 계획임을 알려드리오니 참고하여 주시기 바라면서…"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꼭 이루어지길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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