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라 고추가 독이 올라서 제법 맵습니다. 아이들이랑 먹을거면 고추는 조금만 넣어 주세요.이승숙
토종닭을 두 마리 사왔다. 남편이 살을 바르기 시작했다. 미리 닭을 사와서 살짝 얼려두었다가 살을 바르면 쉬운데 사오자마자 바로 하려니까 어려운 모양이었다.
"이거 살짝 얼렸다가 하면 쉬운데, 바로 하니까 잘 안 되네. 뼈에 고기가 그대로 다 묻어 있네."
"닭뼈 고아서 먹을 건데 뼈에 고기 좀 붙어 있으면 뭐 어때. 괜찮아 여보. 당신 잘만 하는데 뭐."
"시골 아버지는 살을 참 잘 바르셨는데... 닭불고기는 역시 시골에서 먹는 맛이 최곤 거 같애."
남편은 닭불고기를 잘 해주시던 아버님이 생각나는 모양이다.
우리 아버님은 무슨 행사가 있어 자식들이 다 모일 때면 육계를 제일 큰 놈으로 두어 마리 사 오신다. 그리고는 손수 살을 다 발라서 양념해서 재워둔다. 그랬다가 아들네가 오면 숯불을 피우고 닭불고기 잔치를 연다.
마당에 전을 펼치고 둘러앉아서 소주잔을 기울이며 구워먹는 닭불고기는 우리집만의 별식이다. 그런 날엔 며느리들에게도 술잔을 돌린다. 그러면 며느리들은 사양치 않고 술을 받으며, "아버님, 저 취하면 저녁 못 해요"하며 밉지 않은 투정을 부리기도 한다. 그러면 어머님이 "야야, 저녁 내가 다 하꾸마. 마이 묵어라"고 하시며 연신 고깃점들을 손자들 입에 넣어 주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