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생 '앉았다 일어났다. 30번 실시!'박정규
한 꼬마가 갑자기 뒷문으로 뛰어 들어왔다. 사범님이 그 아이에게 '산스(30)'라고 외치자, 꼬마가 머리에 손을 올리고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한다. 아… 지각했으니까, 벌로 '앉았다 일어났다 30개!'라는 말이었구나. 잠시 후에 또 '지각생 도착' 이번에는 내가, 근엄한 표정을 '산스(30)'라고 하자, 다들 웃는다.
다음으로 멋진 발차기 동작을 위해 소위 '다리 찢기'를, 여학생들은 비교적 쉽게 하는데, 남학생들이 조금 힘들어하고 있다. 나 역시 따라 해봤는데, 잘 안 된다… -.-
다음, '지르기'를 위한 주먹강화운동. 모두 '주먹 쥐고 엎드린 채 버티기' 꼬마 여자아이들도 씩씩하게 잘도 버틴다. 이제 본격적인 '수업' 시작. 먼저 사범님이 덩치가 조금 큰 학생과 '다리공격'이 들어왔을 때, '방어와 동시에 공격'하는 '기술'을 보여주셨다.
꼬마 두 명을 불러낸 뒤 '기술'을 따라 해보라고 하자, '진지한 표정'을 지으면서, 멋지게 따라 한다. 다음, '태권도'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사범님의 '발차기 시범', 이번에는 4-5명씩 동시에 나와서 '발차기' 연습을.
호흡을 맞춰 일제히 '중국국기'를 향해 '발차기'하는 뒷모습을 보고 있으니까, 왜 그렇게 '대한민국'이 자랑스러운지… 사범님께 '단체사진'을 찍어도 되느냐고 문의, 오케이~ 모두 구령에 맞춰 밖으로 이동. 사범님이 익숙한 몸짓으로, 직접 아이들을 촬영하기 좋은 대형으로 열을 맞춰 세워주신다.
▲태권도 학생들과 기념 촬영박정규
12시 15분. 21km 지점. 마을 거리 식당.
두 곳의 상갓집을 지나, 시골 마을길을 달리고 있다. 평지의 원만한 길, 구름도 적당히 있어 달리기에 너무 좋은 날이다. 나무 그늘에서 쉬고 있던 아저씨가 날 발견하고, '중국종단' 마지막 목적지로 가고 있다는 걸 마치 아신다는 듯이 '박수'를 쳐 주신다.
시장 사거리에 있는 식당에서 얼큰한 '면타오(중국식 라면)'를 먹으면서 '사거리'를 살펴봤는데,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오른쪽에는 '삼륜차', 왼쪽에는 '마차와 오토바이', 앞쪽에는 '소형승합차와 택시'… 대부분의 '교통수단'이 모여 있었다.
가격도 궁금해서 모두 조사해봤다. 1km 기준 요금: 마차(1Y), 오토바이(1Y), 택시(1Y) 10km 기준 요금: 삼륜차(2Y), 소형승합차(3Y) 이 동네 기준이니, 다른 곳은 다를 수도 있다.
자신의 시간, 짐 상태, 기분에 따라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게 부러웠고, 서로 다른 시대의 교통수단이 아직까지 '조화'롭게 도로를 공유하고 있다는 게 놀라웠다.
▲다양한 교통수단이 한자리에 모였다. 마차, 삼륜차, 오토바이, 소형승합차, 택시...박정규
17시 20분. 70.2km. 5시간 22분. 총 주행거리: 4431km "쿤밍 도착!!!"
오르막 12km(평지도 중간에 조금씩 있었다), 양호한 커브 길의 내리막 8km를 달려서 중국 종단 최종 목적지인 '쿤밍'에 무사히 도착! 지나가는 아저씨께 '기념촬영'을 부탁하고, 여행을 소개했다.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시길래, '쿤밍 신문사' 위치를 문의했다.
▲그동안 함께 해준 자랑스러운 자전거 독사진박정규
갑자기 전화를 꺼내신 뒤, 어디론가 전화를 하신다. 알아들은 내용은… '한국 대학생, 자전거로 내 몽골에서 쿤밍까지 왔고, 지금 여기는 어디다, 제보를 하신 것 같다.
통화가 끝난 후, 기다리면 '신문사'에서 올 거라고 하신다. 20여 분을 기다려도 신문사에서는 올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전화도 없다. 아저씨가 먼저 '숙소'를 알아보자고 하신다. 싼 곳을 원한다고 하니까, 따라오란다.
▲드디어 도착했다!박정규
도로 건너편의 한 건물로 들어섰는데, 제일 저렴한 방이 60Y이다. 비싸다고 나가자고 하니까, 잠시 기다려 보란다. 안내 데스크로 가서 '한국 대학생인데 저렴하게 안 되겠냐?'고 하니까, 직원이 상관에게 문의하러 간다. 곧 돌아와서 '죄송합니다.'
갑자기 비가 온다. 길 건너 식당에서 아저씨랑 비를 피하고 있는 사이에 아주머니가 인근 다른 '여관'을 알아보러 갔다 오셨다. 40Y 방이 있단다. 비싸다고 그냥 '론리(여행자가이드 북)'에서 소개해 준 곳으로 가겠다고 말하자, 조심해서 가라고 길까지 알려주셨다.
21시 15분. 84.6km 지점. 책에서 소개한 '저렴한 숙소(20~30Y 방이 있다).' 오늘 길에 '덴동처'(충전식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길을 문의하자, 에스코트를 자청한다.
비가 조금 오고 있어서 그냥 맞으면서 가기로. 5km가량을 달려 '숙소'에 도착했는데,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굉장히 많은 외국인들이 보인다. 방이 있느냐고 하자, '예약 여부'를 물어본다. '안 했다.' 방이 없단다. 근방에 싼 곳이 없느냐고 물어보니, 메모지에 '여관' 약도를 그려 주는데, 제법 멀어 보인다. 그냥 종이를 받아들고, 거리로.
꼬치 파는 아저씨에게 '저렴한 숙소' 위치를 문의하고 있는데, 한 청년이 다가와 말을 건다. 자신이 위치를 안다고, 따라오란다. 그 친구와 함께 4~5km가량을 걸어가면서 집에 도착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는데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이날 만난 좋은 친구들박정규
자신은 'MP3' 회사에 다닌단다(필자의 형도 MP3 회사에 다닌다). 여자친구는 미술대학을 다니고 있으며, 후에 미술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어한단다(필자의 매형은 미술대학 졸업 후 모 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다). 공통점을 말해주자 아주 좋아한다.
여자친구가 도착해 함께 나가서 인근 라면집으로. 이번에는 내가 먼저 돈을 내 버렸다. 처음으로 '친구'에게 밥을 산 순간. 기분이 참 좋다. 식사 후 함께 '왕바'(인터넷 카페)로 가서 메일 확인, 중요한 메일 중 한 통의 답신이 도착… '죄송합니다.' 어쩔 수 없지… 다른 한 통을 기다려 보자….
어제저녁에 난 검포도가 터지고, 새로운 포도가 생겼다. 많이 걸어서 근육통까지 느껴졌지만 중국 종단을 했다는 사실과 좋은 친구까지 만났다는 사실에 기분 좋게 잠을 청할 수 있었다.
▲박정규 중국 자전거 종단 코스도오마이뉴스 고정미
| | 여행 수첩 | | | | 1. 이동경로: 윈난 소밍–윈난 쿤밍(마을도로→ 국도 320번 도로)
2. 주행거리 및 시간: 84.6km / 7시간22분 / 평균속도 11.4km/ 누적거리 4445km
3. 사용경비: 45.8Y
아침: 2Y / 점심: 3Y / 저녁: 8Y / 과일 500g: 5Y / 빙꽈 2개(아이스크림): 2Y 빵1, 우유1: 2.5Y / 숙박비: 15Y / 한국전화(선불카드이용): 0.3Y 처음으로 도움을 준 친구에게 식사대접: 8Y
4. 섭취 음식
1) 식사 아침: 미센 한 그릇(쌀로 만든 국수, 우동 면발): 얼큰, 시원 점심: 면타오(중국식 라면, 한국라면 면발 굵기): 얼큰, 매콤 저녁: 쿵신차이(녹색 나물), 시홍시지떼탕(토마토 계란탕): 시원, 얼큰, 따미(밥)
5. 신체상태: 입 안의 검포도가 터지고, 다시 한 알이 열렸다.
6. 도로분석: 대체적으로 양호함. | | | | |
덧붙이는 글 | 박정규 기자 홈페이지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http://www.kyulang.net/)에서도 그동안 올린 생생한 자전거 여행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박정규 기자는 중국여행을 시작하면서, 현지에서 배운 중국어를 토대로 여행기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글 중에 표기한 중국 지명이나 중국어 표현들이 부정확할 수도 있습니다. 이 점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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