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자국 4431km' 드디어 종착지다!

[자전거여행 현장보고-중국편 28] 8월 18일 구이양-쿤밍 15일차

등록 2006.08.28 11:16수정 2006.08.28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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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세계일주를 목표로 지난 5월 인천항을 출발, 현재 중국 대륙을 종단하고 있는 당찬 젊은이가 있습니다.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 박정규의 생생한 자전거 세계여행 현장 보고서를 <오마이뉴스> 지면을 통해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a 일제히 '발차기 하는 뒷모습' 너무 멋지다!

일제히 '발차기 하는 뒷모습' 너무 멋지다! ⓒ 박정규

중국 종단 여행 종착지인 쿤밍을 앞두고 한 마을에서 태권도장을 발견했다. 초등학생쯤 돼 보이는 30여명의 아이들의 사범의 구령에 맞춰 발차기, 주먹지르기 등 동작 하나하나를 따라한다.

네댓 명씩 호흡을 맞춰 일제히 중국 국기를 향해 발차기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왜 이렇게 대한민국이 자랑스러운지….


오후 5시 20분 드디어 쿤밍 도착. 여기까지 4431km를 달려왔다. 하지만 쿤밍의 숙소들은 낯선 자전거 여행자를 반기지 않았다. 값싼 숙소는 모두 손님이 차 이곳저곳 전전할 수밖에 없었다. 이날 좋은 말벗이 돼준 중국인 친구에게 처음으로 내가 밥을 샀다.


a 쿤밍 도착. 총 주행거리 4431km

쿤밍 도착. 총 주행거리 4431km ⓒ 박정규


2006년 8월 18일 금요일. 구이양–쿤밍 15일차 / 맑음

07시 40분 기상.

여관 옆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100Y을 주니 잔돈이 없느냐고 묻는다. 300원짜리 껌 하나 사고 1만 원 낸 경우라 할 수 있겠지만, 잔돈 교환을 위해서 어쩔 수 없다. 여관 주인아저씨께 인사하고 돈을 드리려고 하는데, '부야오 치엔(돈 필요없습니다)' 넉넉한 풍채만큼 마음도 넉넉하신 것 같다. 감사인사 드리고 출발!

9시 45분. 마을 '태권도장'


여관을 나와 5분 정도 달렸을까? 맞은편에서 낯익은 '흰색 도복' 입은 꼬마가 자전거를 타고 오고 있다. 가까운 거리에서 살펴보니, 아무래도 '태권도복' 같아 보인다.

확신을 가지고 같이 온 어머니에게 '태권도'를 배우냐고 물어보니, 맞단다. '도장'이 어디냐고 물어보니, 따라오란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 5분 정도 달려서 '태권도장' 도착.


자전거를 주차하고 있으니, '사범'님이 나와서 '태극기'를 알아보시고 인사를 한다. 안으로 들어가서 '참관'해도 되느냐고 물어보니, 그러라고 하신다.

a 사뭇 진지한 표정이었다.

사뭇 진지한 표정이었다. ⓒ 박정규

사범님이 기합을 넣은 목소리로 수업이 시작되는 '구령'을 외치시자, 30명의 초등학생 정도 되는 친구들이 일제히 '차렷' 자세를 취한다. 그리고 뭔가 '구호'를 외치는데 아이들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먼저 몸풀기 운동 시작, 나도 뒤에서 따라하자 다들 좋아한다.

a 지각생 '앉았다 일어났다. 30번 실시!'

지각생 '앉았다 일어났다. 30번 실시!' ⓒ 박정규

한 꼬마가 갑자기 뒷문으로 뛰어 들어왔다. 사범님이 그 아이에게 '산스(30)'라고 외치자, 꼬마가 머리에 손을 올리고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한다. 아… 지각했으니까, 벌로 '앉았다 일어났다 30개!'라는 말이었구나. 잠시 후에 또 '지각생 도착' 이번에는 내가, 근엄한 표정을 '산스(30)'라고 하자, 다들 웃는다.

다음으로 멋진 발차기 동작을 위해 소위 '다리 찢기'를, 여학생들은 비교적 쉽게 하는데, 남학생들이 조금 힘들어하고 있다. 나 역시 따라 해봤는데, 잘 안 된다… -.-

다음, '지르기'를 위한 주먹강화운동. 모두 '주먹 쥐고 엎드린 채 버티기' 꼬마 여자아이들도 씩씩하게 잘도 버틴다. 이제 본격적인 '수업' 시작. 먼저 사범님이 덩치가 조금 큰 학생과 '다리공격'이 들어왔을 때, '방어와 동시에 공격'하는 '기술'을 보여주셨다.

꼬마 두 명을 불러낸 뒤 '기술'을 따라 해보라고 하자, '진지한 표정'을 지으면서, 멋지게 따라 한다. 다음, '태권도'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사범님의 '발차기 시범', 이번에는 4-5명씩 동시에 나와서 '발차기' 연습을.

호흡을 맞춰 일제히 '중국국기'를 향해 '발차기'하는 뒷모습을 보고 있으니까, 왜 그렇게 '대한민국'이 자랑스러운지… 사범님께 '단체사진'을 찍어도 되느냐고 문의, 오케이~ 모두 구령에 맞춰 밖으로 이동. 사범님이 익숙한 몸짓으로, 직접 아이들을 촬영하기 좋은 대형으로 열을 맞춰 세워주신다.

a 태권도 학생들과 기념 촬영

태권도 학생들과 기념 촬영 ⓒ 박정규


12시 15분. 21km 지점. 마을 거리 식당.

두 곳의 상갓집을 지나, 시골 마을길을 달리고 있다. 평지의 원만한 길, 구름도 적당히 있어 달리기에 너무 좋은 날이다. 나무 그늘에서 쉬고 있던 아저씨가 날 발견하고, '중국종단' 마지막 목적지로 가고 있다는 걸 마치 아신다는 듯이 '박수'를 쳐 주신다.

시장 사거리에 있는 식당에서 얼큰한 '면타오(중국식 라면)'를 먹으면서 '사거리'를 살펴봤는데,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오른쪽에는 '삼륜차', 왼쪽에는 '마차와 오토바이', 앞쪽에는 '소형승합차와 택시'… 대부분의 '교통수단'이 모여 있었다.

가격도 궁금해서 모두 조사해봤다. 1km 기준 요금: 마차(1Y), 오토바이(1Y), 택시(1Y) 10km 기준 요금: 삼륜차(2Y), 소형승합차(3Y) 이 동네 기준이니, 다른 곳은 다를 수도 있다.

자신의 시간, 짐 상태, 기분에 따라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게 부러웠고, 서로 다른 시대의 교통수단이 아직까지 '조화'롭게 도로를 공유하고 있다는 게 놀라웠다.

a 다양한 교통수단이 한자리에 모였다. 마차, 삼륜차, 오토바이, 소형승합차, 택시...

다양한 교통수단이 한자리에 모였다. 마차, 삼륜차, 오토바이, 소형승합차, 택시... ⓒ 박정규


17시 20분. 70.2km. 5시간 22분. 총 주행거리: 4431km "쿤밍 도착!!!"

오르막 12km(평지도 중간에 조금씩 있었다), 양호한 커브 길의 내리막 8km를 달려서 중국 종단 최종 목적지인 '쿤밍'에 무사히 도착! 지나가는 아저씨께 '기념촬영'을 부탁하고, 여행을 소개했다.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시길래, '쿤밍 신문사' 위치를 문의했다.

a 그동안 함께 해준 자랑스러운 자전거 독사진

그동안 함께 해준 자랑스러운 자전거 독사진 ⓒ 박정규

갑자기 전화를 꺼내신 뒤, 어디론가 전화를 하신다. 알아들은 내용은… '한국 대학생, 자전거로 내 몽골에서 쿤밍까지 왔고, 지금 여기는 어디다, 제보를 하신 것 같다.

통화가 끝난 후, 기다리면 '신문사'에서 올 거라고 하신다. 20여 분을 기다려도 신문사에서는 올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전화도 없다. 아저씨가 먼저 '숙소'를 알아보자고 하신다. 싼 곳을 원한다고 하니까, 따라오란다.

a 드디어 도착했다!

드디어 도착했다! ⓒ 박정규

도로 건너편의 한 건물로 들어섰는데, 제일 저렴한 방이 60Y이다. 비싸다고 나가자고 하니까, 잠시 기다려 보란다. 안내 데스크로 가서 '한국 대학생인데 저렴하게 안 되겠냐?'고 하니까, 직원이 상관에게 문의하러 간다. 곧 돌아와서 '죄송합니다.'

갑자기 비가 온다. 길 건너 식당에서 아저씨랑 비를 피하고 있는 사이에 아주머니가 인근 다른 '여관'을 알아보러 갔다 오셨다. 40Y 방이 있단다. 비싸다고 그냥 '론리(여행자가이드 북)'에서 소개해 준 곳으로 가겠다고 말하자, 조심해서 가라고 길까지 알려주셨다.

21시 15분. 84.6km 지점. 책에서 소개한 '저렴한 숙소(20~30Y 방이 있다).' 오늘 길에 '덴동처'(충전식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길을 문의하자, 에스코트를 자청한다.

비가 조금 오고 있어서 그냥 맞으면서 가기로. 5km가량을 달려 '숙소'에 도착했는데,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굉장히 많은 외국인들이 보인다. 방이 있느냐고 하자, '예약 여부'를 물어본다. '안 했다.' 방이 없단다. 근방에 싼 곳이 없느냐고 물어보니, 메모지에 '여관' 약도를 그려 주는데, 제법 멀어 보인다. 그냥 종이를 받아들고, 거리로.

꼬치 파는 아저씨에게 '저렴한 숙소' 위치를 문의하고 있는데, 한 청년이 다가와 말을 건다. 자신이 위치를 안다고, 따라오란다. 그 친구와 함께 4~5km가량을 걸어가면서 집에 도착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는데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a 이날 만난 좋은 친구들

이날 만난 좋은 친구들 ⓒ 박정규

자신은 'MP3' 회사에 다닌단다(필자의 형도 MP3 회사에 다닌다). 여자친구는 미술대학을 다니고 있으며, 후에 미술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어한단다(필자의 매형은 미술대학 졸업 후 모 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다). 공통점을 말해주자 아주 좋아한다.

여자친구가 도착해 함께 나가서 인근 라면집으로. 이번에는 내가 먼저 돈을 내 버렸다. 처음으로 '친구'에게 밥을 산 순간. 기분이 참 좋다. 식사 후 함께 '왕바'(인터넷 카페)로 가서 메일 확인, 중요한 메일 중 한 통의 답신이 도착… '죄송합니다.' 어쩔 수 없지… 다른 한 통을 기다려 보자….

어제저녁에 난 검포도가 터지고, 새로운 포도가 생겼다. 많이 걸어서 근육통까지 느껴졌지만 중국 종단을 했다는 사실과 좋은 친구까지 만났다는 사실에 기분 좋게 잠을 청할 수 있었다.

a 박정규 중국 자전거 종단 코스도

박정규 중국 자전거 종단 코스도 ⓒ 오마이뉴스 고정미



여행 수첩

1. 이동경로: 윈난 소밍–윈난 쿤밍(마을도로→ 국도 320번 도로)

2. 주행거리 및 시간: 84.6km / 7시간22분 / 평균속도 11.4km/ 누적거리 4445km

3. 사용경비: 45.8Y

아침: 2Y / 점심: 3Y / 저녁: 8Y / 과일 500g: 5Y / 빙꽈 2개(아이스크림): 2Y
빵1, 우유1: 2.5Y / 숙박비: 15Y / 한국전화(선불카드이용): 0.3Y
처음으로 도움을 준 친구에게 식사대접: 8Y

4. 섭취 음식

1) 식사
아침: 미센 한 그릇(쌀로 만든 국수, 우동 면발): 얼큰, 시원
점심: 면타오(중국식 라면, 한국라면 면발 굵기): 얼큰, 매콤
저녁: 쿵신차이(녹색 나물), 시홍시지떼탕(토마토 계란탕): 시원, 얼큰, 따미(밥)

5. 신체상태: 입 안의 검포도가 터지고, 다시 한 알이 열렸다.

6. 도로분석: 대체적으로 양호함.


덧붙이는 글 | 박정규 기자 홈페이지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http://www.kyulang.net/)에서도 그동안 올린 생생한 자전거 여행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박정규 기자는 중국여행을 시작하면서, 현지에서 배운 중국어를 토대로 여행기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글 중에 표기한 중국 지명이나 중국어 표현들이 부정확할 수도 있습니다. 이 점 양해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박정규 기자 홈페이지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http://www.kyulang.net/)에서도 그동안 올린 생생한 자전거 여행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박정규 기자는 중국여행을 시작하면서, 현지에서 배운 중국어를 토대로 여행기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글 중에 표기한 중국 지명이나 중국어 표현들이 부정확할 수도 있습니다. 이 점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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