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기린은 예수님의 고난과 함께하는 고통을 지닌 꽃이다.노태영
꽃기린의 꽃은 자극적입니다. 피처럼 빨갛습니다. 예수님꽃을 처음 보았을 때 아찔한 느낌이었습니다. 꽃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완벽하게 균형 잡힌 두 개의 꽃잎이 나 있어,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꽃처럼 보였습니다. 수술처럼 보이는 노란 색의 작은 꽃잎이 안쪽에 다소곳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선혈(鮮血)처럼 빨간 꽃잎이 더욱 커 보입니다.
꽃기린은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잘 자랍니다. 딸내미가 학교에 가져갈 화분을 달라고 해서 이 예수님꽃 화분을 학교에 보냈습니다. 꽃이 자주 필뿐만 아니라 관리하기 쉽기 때문이었습니다. 예쁜 화분에 옮겨 심어 보냈는데, 꽃은 죽지 않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딸내미에게 화분 관리하느라 고생했다고 말했더니, 물을 두 번밖에 주지 않았다고 답합니다. 그래도 이렇게 잘 살아있는 것을 보면 척박한 곳이나 사막에서도 잘 자랄 것 같습니다.
아파트 발코니에는 내 키보다 더 큰 행운목이 있습니다. 엄지 손가락만한 잎사귀 두 개를 토끼 귀처럼 달고 있는 작은 행운목을 14년 전 구입했습니다. 딸내미 낳은 기념으로 산 것입니다. 그런데 한 쪽 잎사귀는 죽어버리고 나머지 하나만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참 신기하게 잘 자랐습니다. 물만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주었습니다. 10년이 지나자 꽃대가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난생 처음 본 행운목 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