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열린 출판기념회에는 허영철씨와 주변 사람들의 인터뷰를 담은 영상물을 상영했다.오마이뉴스 이민정
그는 36년 옥고에 대해 묻자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나보다 투쟁 경력이 더 오래인 사람들이 겪은 일과 비교하면 별 일 아니다"라며 말을 줄였다.
그는 책에서도 36년 수감 생활에 비중을 두기보다 1952년부터 4년간 북쪽에서 겪은 일들을 부각시키려 애썼다. 오고간 편지, 공판 내용 등 책을 만들 때 필요했던 수감 생활에 대한 기록은, 자신보다 더 꼼꼼히 기록해 놓은 국가기록원의 도움을 받았다.
그는 금강학원과 중앙당학교 분교에서 남파 교육을 받고, 직접 남쪽에서 활동하다 체포된 4년간의 생활을 담은 4장을 이 책의 핵심으로 꼽으면서 "진정한 민주주의가 무엇이고, 공화국의 사회체제에 대해 정확히 알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책을 통해 당시 논란이 됐던 찬탁과 반탁, 한국전쟁 발발 배경, 박헌영 간첩 사건 등 남쪽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 사건에 대해 본 그대로 기술했다.
"지금 남쪽에서 노골적으로 북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지만, 여기서 북을 이해한다는 사람들도 상당히 공화국 체제를 곡해하고 있다. 공화국의 체제가 1인 독재로 잘못된 것처럼 이야기하고, 북한 주민들의 인권도 심각하게 탄압받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욱 사실 대로 기록하려고 애쓴 대목이다."
탈북자가 줄을 잇는 상황에서 북한 인권에 대해 물었다. 그는 "그 곳은 이미 사회주의가 자리를 잡은 곳인데, 이쪽 사람들은 자꾸 자본주의 논리로 사회주의 국가를 보려 한다"며 "공화국에서도 인권은 신성불가침"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인권 탄압을 문제 삼으며 공화국 체제를 공격하는 이들을 반격했다.
"여기서는 학교폭력이나 군대 내 폭력 같은 것들 없나. 남쪽 인민들의 기초적 인권도 지키지 못하면서 탈북자들 말만 듣고 어떻게 '인권탄압 국가'라고 비난할 수 있나. 식량난으로 굶주린 이들에게 물어봐라. 학교에서나 군대에서 맞아본 적이 있는지."
"남조선, 잘 먹고 잘 산다고 할 수 있지만..."
그가 북에서 내려온 지 50년이 흘렀지만 그의 신념은 시간을 비껴가지 않은 모양이다. 책 제목과는 반대로 왜 그는 역사에 순응하며 비껴가지 않았을까? 이에 대해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몸으로 헤쳐 나가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빨갱이'든 '공산주의자'라고 하든, 상관없다"며 "올바른 삶을 사는 것뿐 후회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조선 인민들은 '잘 먹고, 잘 산다'고 말할지 몰라도, 지금 이 땅에 주권이라는 것이 있느냐. 지금 전시 작전통제권 문제만 봐도, 미국이 갖고 있는 것을 환수한다 만다 말이 많은데….(웃음) 옛날부터 중국, 일본에 메여 살다 보니 지금도 사대사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예속적인 근성 대로 살고 있다."
36년간 그를 묶어뒀던 국가보안법에 대해 묻자 그는 한참 동안 큰 소리로 웃다가 "그건 법이 아니지"라고 말했다. 그는 "일제시대 독립운동 못하게 하려고 조선 민중을 묶어둔 치안유지법에서 온 것"이라며 "인민들이 자유롭게 인민회를 수립하고,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누리지 못하게 하는 법도 아닌, '거시기'"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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