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사마귀의 짝짓기 후 '먹이사냥'

[사진] '눈 깜짝할새'란 말, 이런 때 쓰는 건가 봅니다

등록 2006.08.29 18:21수정 2006.08.2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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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마라톤 짝짓기 후 수컷을 보낸 암컷 사마귀는 짝짓기를 했던 그 자리에 계속 머물러 있었습니다. '사마귀가 다 똑같지, 어떻게 그때 그 사마귀인 줄 기억하느냐?'라고 물으신다면, 제 대답은 이렇습니다.


"오랫동안 지켜본 암컷 사마귀의 특징은 오른쪽 겉 날개 끄트머리에 손톱만한 갈색 무늬가 있었습니다."

a 왕사마귀 암컷입니다. 하루 전날 마라톤 짝짓기 후 수컷을 무사히 보내고 다음날 오전입니다.

왕사마귀 암컷입니다. 하루 전날 마라톤 짝짓기 후 수컷을 무사히 보내고 다음날 오전입니다. ⓒ 권용숙

다음날, 긴 시간 짝짓기에 지친 암사마귀는 하루가 지났는데도 여전히 환삼덩굴 잎사귀에 앉아 먹잇감을 노리고 있었습니다.

'다섯 시간 훌쩍 넘겨(약 7시간 정도) 사랑했던 수컷을 무사히 보낸 것을 후회하지 않을 거야.'

지금 사마귀가 앉아 있는 주변엔 또 다른 많은 곤충이 푸른빛을 내는 사마귀를 보지 못하고 접근을 할 테니 말입니다.

이제 암사마귀는 홑몸이 아닙니다. 튼실한 알을 낳기 위해선 충분한 영양이 필요한 건 말할 필요도 없다는 것을 암사마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숲 속에 양보란 미덕이 아니라, 곧 죽음을 뜻하기 때문에 앞으로 걸려드는 사마귀든, 곤충이든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잡아먹어야 합니다.


a 사마귀 주위의 곤충들입니다. 같이 어울려 살지만 살벌한 약육강식의 현장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마귀 주위의 곤충들입니다. 같이 어울려 살지만 살벌한 약육강식의 현장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 권용숙

암사마귀가 주위를 휙 둘러보니 주변엔 메뚜기, 베짱이, 방아깨비, 나비 등 그리 크지는 않지만 제법 살이 오른 곤충들이 풀을 뜯어 먹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주변에 많은 먹이가 있다고 서두르면 절대 안 된다는 것을 사마귀는 너무도 잘 알지요. 사마귀는 먹이사냥을 위해서 한 곳에 이삼일 동안 꼼짝도 않고 먹이를 기다리는 것은 보통입니다. 제가 본 암사마귀도 사흘 동안이나 한 곳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흠…, 배도 고프고 힘도 없고, 도망간 수컷사마귀가 야속하기도 합니다.' 그때였습니다.

a 베짱이는 납작 엎드려 있고 사마귀는 베짱이를 계속 노려보고 있습니다.

베짱이는 납작 엎드려 있고 사마귀는 베짱이를 계속 노려보고 있습니다. ⓒ 권용숙

베짱이 한 마리가 사마귀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순식간에 고개를 돌려 베짱이를 바라보는 사마귀, '아차! 길을 잘못 들었구나!' 후회하며 더듬이를 앞으로 쭉 세우는 베짱이. 후회를 했지만 이미 늦은 예감입니다.

여기서 둘의 신경전이 대단했습니다. 암사마귀도 꼼짝하지 않고 숨죽이며 베짱이를 노려봤고, 베짱이도 공포에 질려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야말로 베짱이는 절체절명의 순간입니다.

사마귀는 움직이는 것은 모두 '먹이'라 생각하여 달려듭니다. 이런 사마귀의 습성 때문에 때로는 사마귀가 사마귀를 잡아먹기도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사마귀들은 서로 영역을 지키며 멀리 한 마리씩 떨어져 먹이사냥을 했습니다. 짝짓기 전후를 빼고는 두 마리가 같은 장소에 사이좋게 있는 것을 지금까지는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a 잎사귀가 바람에 흔들리며 자세가 좀 바뀌었습니다. 베짱이의 마지막 화려한 모습입니다.

잎사귀가 바람에 흔들리며 자세가 좀 바뀌었습니다. 베짱이의 마지막 화려한 모습입니다. ⓒ 권용숙

약 1시간 동안 사마귀와 베짱이의 긴장감이 도는 팽팽한 기 싸움에서 그만 베짱이가 바람결에 흔들려 움직이고 말았습니다. 바람에 덩굴이 흔들리는 바람에 베짱이는 앞으로 고꾸라질 지경인데도 멋진 포즈를 취하고 있었지만 이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

배고픈 사마귀는 베짱이가 한걸음 움직이자마자 그 날카로운 두 발을 앞으로 쭉 뻗어 베짱이를 순식간에 낚아챘습니다.

'눈 깜짝할새'란 말을 이런 때 쓰는 건가 봅니다. 장시간 둘의 기 싸움에 질려 비료포대를 주워 깔고 앉아 있었는데, 그야말로 눈 깜짝하는 새 베짱이는 사마귀의 밥이 되었습니다.

a 암사마귀의 앞다리가 잽싸게 베짱이를 내리쳐 꽉 움켜잡고.

암사마귀의 앞다리가 잽싸게 베짱이를 내리쳐 꽉 움켜잡고. ⓒ 권용숙

a 와작와작, 베짱이는 아직도 몸부림을 칩니다.

와작와작, 베짱이는 아직도 몸부림을 칩니다. ⓒ 권용숙

a 베짱이 날개라고 버릴 수 없는 사마귀입니다.

베짱이 날개라고 버릴 수 없는 사마귀입니다. ⓒ 권용숙

a 베짱이 더듬이만 사마귀 다리 사이로 삐져나왔습니다. 베짱이야 이해하렴…. 마지막엔 사마귀가 자기 다리까지 쩝쩝 핥아 먹었습니다.

베짱이 더듬이만 사마귀 다리 사이로 삐져나왔습니다. 베짱이야 이해하렴…. 마지막엔 사마귀가 자기 다리까지 쩝쩝 핥아 먹었습니다. ⓒ 권용숙

사마귀는 5분만에 베짱이 한 마리를 산채로 먹어 치웠습니다. 톱날 같은 앞발 사이로 삐져나온 더듬이가 베짱이의 마지막을 알려줍니다. 사마귀는 살아 있는 먹이, 움직이는 먹이만 잡아 그 자리에서 먹습니다. 햄이나 소시지도 흔들어주면 먹는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곤충 중에 베짱이를 제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눈앞에서 실베짱이가 사마귀에게 낚아채는 것을 보고, 저도 모르게 그만 막대를 들어 둘을 떼어내 베짱이를 살려주려 한 적도 있었지요.

사마귀가 물어놓은 먹이를 놓아줄까요? 다리를 이쪽저쪽 옮겨 짚어 다리가 잘리더라도 몸을 지탱하면서 한번 잡은 먹이는 놓지도 않을 뿐더러 도망가지도 않았습니다. 처음 베짱이가 먹히는 장면인지라 그만 그 자리를 뜨고 말았었지요.

a 긴 다리를 뻗어 이제야 어디론가 가려나 봅니다.

긴 다리를 뻗어 이제야 어디론가 가려나 봅니다. ⓒ 권용숙

방금 베짱이 한 마리를 산 채로 잡아먹은 암사마귀의 볼록한 배가 보이십니까? 그때야 사마귀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 자리를 떠나고 있습니다.

세상에 무서울 것이 없다는 듯이 암사마귀는 카메라를 들이대도 날카로운 두 다리로 덤벼들 자세를 취하기도 합니다. 짝짓기 후 수사마귀를 무사히 보낸 암사마귀는 곧 안전한 나뭇가지 하나를 골라 하얀 거품 속에 알을 낳을 것이고, 겨울이 지나고 초여름 무렵이 되면 알주머니를 찢고 사마귀의 애벌레가 태어나겠지요.

짝짓기 후 수컷을 잡아먹지 않은 암컷은 저 혼자 당당하게 먹이사냥을 하며 이렇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사진은 2006년 8월 27일 촬영했습니다. 

<5시간 훌쩍 넘긴 사마귀의 '마라톤 짝짓기'> 그 다음편입니다.

덧붙이는 글 사진은 2006년 8월 27일 촬영했습니다. 

<5시간 훌쩍 넘긴 사마귀의 '마라톤 짝짓기'> 그 다음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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