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간 훌쩍 넘긴 사마귀의 '마라톤 짝짓기'

[사진] 암컷은 정말 수컷을 잡아먹을까

등록 2006.08.27 17:12수정 2006.08.29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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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용숙

동족을 잡아먹는 무시무시한 놈, 그것도 짝짓기후 잠시동안이라도 사랑을 나눈 수컷을 암컷이 잡아먹는다고 자자하게 소문이 나있는 사마귀의 목숨 건 짝짓기 현장.


과연 그들의 짝짓기 후 먹고 먹히는 동족상잔의 비극이 일어날 것인가. 그동안 얼마나 궁금하였는지 오늘은 모든 곤충을 뒤로한 채 사마귀만을 집중 취재해보기로 했다.

특히 사마귀가 많이 살고 있는 풀밭으로 갔다. 풀밭 옆으로 작은 도랑물이 흐르고 구멍이 숭숭 뚫린 환삼덩굴 위엔 짝짓기하는 나비도 보이고. 베짱이, 메뚜기 등도 나름대로 어울려 살아가고 있다.

a 왕사마귀 한쌍이 탐색전을 벌입니다.

왕사마귀 한쌍이 탐색전을 벌입니다. ⓒ 권용숙

다른 곤충들은 모두 작고 부지런히 움직임을 보이는데 사마귀는 그 긴 체격에 품위를 지킨다는 듯이 긴 다리를 어슬렁 어슬렁 움직일 뿐 바쁜 것도 없고, 급한 것도 없는 듯하다.

손바닥만한 환삼덩굴 위에 숫사마귀는 암사마귀을 발견하고 슬금슬금 다가가 탐색을 하기 시작했다.

"흠. 이 정도면 내 색시 삼아도 되겠는걸. 그녀를 위해서라면 내 목숨까지도 버릴 수 있어."

암컷에 들키지 않게 짧은 순간 숫사마귀는 대단한 결심을 해야한다.


a 순식간에 암컷 등위로 올라간 수컷.

순식간에 암컷 등위로 올라간 수컷. ⓒ 권용숙

작전개시! 순식간에 숫사마귀는 암컷 등위로 폴짝 뛰어 올랐다. 너무 황급히 서둘러 오르는 바람에 자세가 나오지 않고 거꾸로 올라버렸지만 암컷은 그 용기가 가상하여 두손들고 항복하고 말았다.

등에 오른 숫사마귀는 암컷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잠시 긴 다리를 이용해 암컷을 꽉 끌어안고 자세를 수정하기 시작한다. 사마귀들은 모든 행동 하나 하나가 얼마나 신중한지 급한 것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자세를 고치는데만도 30분 이상이 걸리니 과연 짝짓기에 성공 할 수는 있는 것일까. 보는 사람이 벌써부터 조바심이 나고 지쳐가려 한다.


a 자세를 바로잡고 짝짓기 시작, 아래사마귀가 암컷이며 위 사마귀는 숫컷입니다.

자세를 바로잡고 짝짓기 시작, 아래사마귀가 암컷이며 위 사마귀는 숫컷입니다. ⓒ 권용숙

드디어 사마귀의 짝짓기 시작! 두 마리 사마귀는 이 순간만은 세상에 부러울 것 없다는 듯이 자연과, 암수 두마리가 하나가 되어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내고 있다. 주변의 많은 곤충들도 그들에 방해가 되지 않으려 숨을 죽이며 근처엔 얼씬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1시간 2시간… 그들의 짝짓기는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 난 사마귀들과 무언의 협상을 하기에 이른다.

"사마귀들아 점심 먹고 올테니 기다려라."

a 잠시 휴식중입니다.  끝이 아니랍니다. 작은 흔들림에도 위기의식을 느끼면 바로 짝짓기에 다시 들어갑니다. 짝짓기가 끝날때까지 여러번 휴식을 합니다.

잠시 휴식중입니다. 끝이 아니랍니다. 작은 흔들림에도 위기의식을 느끼면 바로 짝짓기에 다시 들어갑니다. 짝짓기가 끝날때까지 여러번 휴식을 합니다. ⓒ 권용숙

시원한 냉면을 먹고 다시 사마귀에게로 왔다. 여전히 짝짓기에 열중인 사마귀들은 배가 고픈 것도 참고 그들의 성스런 임무에 충실하다. 들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 그들의 잠시 후 상황을 상상하며 수컷이 불쌍하기도 하다. 그들의 짝짓기는 애잔하고 성스럽기까지하다.

그 순간, 사마귀들이 떨어져버린 것이 눈에 들어온다. 드디어 짝짓기가 끝났다고 생각하고 심호흡을 한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가슴이 콩닥거린다. 카메라를 든 손에 힘을 주며 긴장을 하는데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고,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또 그렇게 가만히 있기를 30분, 슬슬 약이 오른다.

'수컷은 암컷이 무서워 움직이지 않고 죽은 체하며 암컷 등위에 계속 엎드려 있는 것인가보다'라고 생각한 순간 그들은 또 다시 짝짓기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짝짓기가 끝난 것이 아니라 잠시 휴식하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a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지만 그래도 멈출 수 없습니다.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지만 그래도 멈출 수 없습니다. ⓒ 권용숙

3시간, 4시간, 5시간… 갑자기 하늘이 어두컴컴해지더니 굵은 빗방울이 떨어진다. 갑자기 맑은 하늘에서 소낙비가 쏟아진다. 잠시 양동이로 물을 붓듯 쏟아지는 소나기는 나무하나 없는 땡볕에서의 열기를 식혀주듯 시원하기까지 하다.

굵은 빗방울이 사마귀 등위로 내리쳐 방울방울 고운 날개가 젖어버렸고 암컷 날개 꽁무니에 굵은 비구슬이 동그랗게 맺혔다. 사마귀들은 홍수가 내려 떠내려간다해도 짝짓기를 멈추지 않을 태세로 그렇게 온몸으로 비를 받아내고 있었다.

a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 사마귀눈이 검은색으로 변하였지만 짝짓기가 끝나지 않습니다(왼쪽). 마라톤 짝짓기 끝난후 헤어지는 모습입니다(오른쪽). 아쉽게도 아무일도 없었습니다.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 사마귀눈이 검은색으로 변하였지만 짝짓기가 끝나지 않습니다(왼쪽). 마라톤 짝짓기 끝난후 헤어지는 모습입니다(오른쪽). 아쉽게도 아무일도 없었습니다. ⓒ 권용숙

비가 그치고 어둠이 내렸다. 그사이 사마귀의 눈이 까만 야광으로 빛나고 있다. 섬뜩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초록빛 눈이 시커멓게 변한 사마귀와 눈이 마주치는 것이 두려울 정도로 처음 보는 장면이다.

사마귀의 까만눈이 무섭고, 어둑해진 풀밭에 달려드는 모기가 무서워 서성거리는 사이 사마귀의 긴 마라톤 짝짓기가 끝이 났다. 그리고 수컷 사마귀는 암컷은 쳐다보지도 않고 긴다리를 뻗어 잽싸게 반대방향으로 도망친다. 그리고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자료를 찾아보니 "사람들은 짝짓기를 하면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는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전제조건이 있다. 인간이 사마귀를 일정한 공간의 장소에 사육했을 때의 일이다. 일반적인 야생에서는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지 않고 도망쳐서 목숨을 구하고 일부 수컷만이 암컷에게 목숨을 잃는다"고 한다.

오늘 장시간 사마귀의 짝짓기를 지켜보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약간의 섭섭함은 있었지만 우리가 알수 없는 그들만의 질서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마귀는 짝짓기후 무조건 잡아먹는다는 편견을 깨우쳐준 암사마귀의 날개가 어둠 속에서도 유난히 빛난다.

a 자연과 사마귀의 사랑은 한폭의 그림이 되었습니다.

자연과 사마귀의 사랑은 한폭의 그림이 되었습니다. ⓒ 권용숙

덧붙이는 글 | 수컷을 무사히 보내준 암컷의 먹이사냥편이 다음편에 계속됩니다. 2006년 8월 26일 서울 양천구 지양산 근처에서 두쌍을 번갈아 촬영했으며, 일부내용은 '파브르방'을 참조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수컷을 무사히 보내준 암컷의 먹이사냥편이 다음편에 계속됩니다. 2006년 8월 26일 서울 양천구 지양산 근처에서 두쌍을 번갈아 촬영했으며, 일부내용은 '파브르방'을 참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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