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 아름다운 계곡에 있었네

경북 포항시 동대산 산행을 떠나다

등록 2006.08.30 10:15수정 2006.08.30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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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장한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룬 옥계계곡.
웅장한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룬 옥계계곡.김연옥

팍팍한 삶에 경쾌함을 덧칠하고 싶어질 때면 나는 산을 찾는다. 어느새 내 마음의 풍경으로 곱게 자리 잡은 그리운 산은 울적한 일상에 투명한 날개를 달아 준다.

지난 26일 설레는 마음으로 경상북도 포항시 동대산(791m) 산행을 떠나는 산악회를 따라나섰다. 아침 8시 마산을 출발한 우리 일행은 낮 12시께 포항학생야영장(경북 포항시 북구 죽장면 하옥리)에서 내려 산행을 시작하였다.


우리 차가 죽장면 하옥리로 들어설 때부터 내 가슴은 콩닥콩닥 뛰었다. 차창 밖으로 출렁거리는 하옥계곡을 보고 너무 좋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더구나 그날 산행이 마실골, 경방골 등 계곡을 거치는 코스라 나는 산행 초입부터 상당히 들떠 있었다.

마실골은 때가 묻지 않아 깨끗하고 아름다운 골짜기였다.
마실골은 때가 묻지 않아 깨끗하고 아름다운 골짜기였다.김연옥

마실골은 골 입구가 좁은 탓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잦은 곳은 아니다. 그래서 때가 묻지 않아 참으로 깨끗하고 자연의 신비마저 느껴진다. 바위 사이로 하얗게 부서지며 흘러가는 우렁찬 물소리만이 온 골짜기에 울려 퍼진다.

잠시도 멈추지 않고 흘러가는 계곡의 물소리는 힘이 있고 생기가 넘친다. 문득 물소리를 세월이 흐르는 소리, 인생이 흘러가는 소리라고 표현한 법정 스님의 글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잠시도 멈추지 않고 흘러가는 물소리가 마실골에 울려 퍼졌다.
잠시도 멈추지 않고 흘러가는 물소리가 마실골에 울려 퍼졌다.김연옥

우리는 거칠고 험한 바위를 조심스레 디디며 물길 따라 걷기도 하고 계곡 물을 건너 온통 초록으로 물든 숲길로 들어서기도 했다. 촉촉한 물기를 머금은 나뭇잎들로 숲길의 풍경은 더욱 싱그러웠다.

그렇게 2시간 10분 남짓 걸었을까. 계곡의 물소리가 차츰 멀어지고 가파른 오르막길이 계속 이어졌다. 낮 2시 40분께 안개가 낀 능선에 이르렀다.


안개가 하얗게 피어오르는 능선 길에 앉아 일행 몇몇과 함께 도시락을 먹었다. 그리고 동대산 정상으로 가기 위해 희뿌연 안개가 내 마음속으로 녹아 내리는 듯한 그곳을 서둘러 떠났다.

동대산 정상.
동대산 정상.김연옥

얼마 안 가 갈림길이 나온다. 동대산 정상에 도착하려면 왼쪽 길로 들어서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바데산(646m) 정상으로 가게 되어 낭패를 본다.


동대산 정상에 이른 시간이 낮 3시 10분께. 여름이라 풀이 우거져 조망이 없는 게 조금은 아쉬웠다. 물침이골을 거쳐 경방골로 한참 내려가야 했기 때문에 우리는 동대산 정상에 오르자마자 이내 하산을 할 수밖에 없었다.

물침이골.
물침이골.김연옥

호박소는 맑은 물이 넘칠 듯 고여 있는 예쁜 연못 같다.
호박소는 맑은 물이 넘칠 듯 고여 있는 예쁜 연못 같다.김연옥

물침이골을 지나 경방골로 내려가면 예쁜 호박소가 나온다. 맑은 물이 넘칠 듯 고여 있는 작은 연못 같았다. 경방골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졌지만 아직도 깨끗하고 수려하다. 경방골의 얼음같이 차가운 물 속에 가만히 손발을 담갔다. 산행으로 쌓인 피로가 싹 풀리는 듯했다.

시원한 경방골에서.
시원한 경방골에서.김연옥

여름 더위를 식히는 데 계곡만 한 곳은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쉬지 않고 흐르는 물에서 한곳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거듭 시작하는 삶이 보인다. 그것이 또한 내가 계곡에 좀 더 머물러 있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다.

김연옥

나는 경방골 입구에 있는 신교라는 작은 다리를 건너 계속 걸었다. 생각하지 못한 기쁜 선물을 받은 느낌이 그런 것일까. 눈앞에 아름다운 옥계계곡(경북 영덕군 달산면 옥계리)의 옥빛 물결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아름다운 옥계계곡.
아름다운 옥계계곡.김연옥

웅장한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룬 옥계계곡의 아름다움에 취해 있던 그 달콤한 시간을 나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늦은 밤 마산에 도착하자마자 굵은 빗줄기가 후드득후드득 떨어지기 시작했다. 배낭을 멘 채 밤비를 맞으며 걸어가는 내가 청승스럽기 짝이 없었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경쾌했다.

덧붙이는 글 | <찾아가는 길>
경부고속도로 영천IC→ 영천시 자양면→포항시 죽장면→하옥계곡.
종합버스터미널(성원여객)에서 하옥행 버스 05:45,10:15,16:15 출발(100분 소요).

덧붙이는 글 <찾아가는 길>
경부고속도로 영천IC→ 영천시 자양면→포항시 죽장면→하옥계곡.
종합버스터미널(성원여객)에서 하옥행 버스 05:45,10:15,16:15 출발(100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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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3.1~ 1979.2.27 경남매일신문사 근무 1979.4.16~ 2014. 8.31 중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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