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요? 꼭 닭장 같은데요"

우리 부부에겐 세상에서 둘도 없는 편한 침대로 보이지만...

등록 2006.08.30 17:44수정 2006.08.3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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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셋째 아이 민혁이가 잠자고 있는 모습이에요. 방 안과 방 밖 그리고 침대가 너무나 잘 어울리는 모습이지 않나요? 제 아내가 찍은 사진이예요.
우리 집 셋째 아이 민혁이가 잠자고 있는 모습이에요. 방 안과 방 밖 그리고 침대가 너무나 잘 어울리는 모습이지 않나요? 제 아내가 찍은 사진이예요.권성권
셋째 아이 민혁이가 조용히 잠을 자는 모습이다. 새벽녘 모두가 조용할 때 아내가 카메라를 들고 찍었다. 방안 분위기도 그렇고 침대 분위기도 그렇고 너무나 차분한 느낌이다. 더군다나 색감까지도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저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우리 집 다섯 식구들은 모두 밤 9시면 잠자리에 든다. 처음엔 10시도 넘기고, 11시도 넘겼지만 지금은 곧잘 시간을 맞춘다. 습관이란 게 그래서 무서운 것 같다. 아이들은 그 시간대가 되면 서서히 눈에 힘이 빠진다. 그럴 때면 나와 아내도 점차 하늘하늘거리기 시작한다. 이내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는 신호이다.

그것은 100일을 넘긴 셋째 녀석도 다르지 않다. 그때까지 울고 칭얼대다가도 그 시간대가 되면 녀석은 서서히 조용해진다. 불을 끄고 난 뒤 누나와 형을 재우면, 셋째 녀석도 곧바로 잠자리에 빠져든다. 가끔 한두번씩 거친 호흡을 내쉬며 뒤척이기도 하지만, 물병을 물리면 곧잘 호흡이 고르게 된다. 그만큼 서서히 단잠에 젖어드는 것이다.

며칠 전에 있었던 일이다. 새로 이사한 우리 집에 손님들이 찾아왔다. 나와 아내, 그리고 세 아이들을 환영해 주기 위함이었다. 나는 그 시간에 할 일이 있어서 집을 비웠다. 그렇지만 아내는 내 몫까지 다하여 그 분들을 대접했다. 가까이에서 살고 있는 옆집 아주머니를 비롯해 먼 곳에 사는 분들도 다녀갔다.

이 침대에서 먹고 자고 싸고, 그리고 뒹굴기도 한답니다. 나와 아내에겐 세상에서 둘도 없는 편한 침대로 보이지만, 녀석에겐 또 다르게 보였던 것 같아요. 녀석의 말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겠지요?
이 침대에서 먹고 자고 싸고, 그리고 뒹굴기도 한답니다. 나와 아내에겐 세상에서 둘도 없는 편한 침대로 보이지만, 녀석에겐 또 다르게 보였던 것 같아요. 녀석의 말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겠지요?권성권
그 자리에는 꼬맹이 녀석도 하나 끼어 있었다고 한다. 어떤 아주머니의 아들인 그 녀석은 아직 초등학생도 아닌 그야말로 어린애였다. 그런데 그 녀석이 민혁이의 침대를 보자 곧장 그런 말을 던졌다고 한다. 아내가 듣기에는 참으로 맹랑하고 어처구니없는 말이었다.

“아주머니 저게 뭐예요?”
“응 저거. 저건 우리 셋째 민혁이가 노는 침대야.”
“침대요? 꼭 닭장 같은데요?”
“뭐라고….”


아내는 그 녀석이 한 말을 듣고 실소를 금치 못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나 자신도 아직까지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곳에 민혁이를 가둬놓거나 억압하려고 둔 것은 결코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녀석이 놀고 먹고 자는 곳으로서, 그보다 더 좋은 곳도 없다고 여길 뿐이었다.

그런데도 어린 꼬마 녀석의 눈에 그렇게 비쳤다니, 조금 웃기긴 했지만 한번쯤 생각해 볼 문제이기도 했다. 비록 우리 부부에게는 첫째와 둘째 녀석에게 방해받지 않고 자유롭게 놀 수 있는 그야말로 셋째 녀석만의 자유로운 공간이었지만, 그 꼬맹이에게는 마치 닭장처럼 갑갑하고 답답하게 느껴졌다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기 때문이다.


무릇 세상을 살다보면 대부분은 자기 자신이 좋은 대로, 자기 자신이 편한대로 판단하여 일을 처리한다. 그렇지만 때로는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일 줄 안다면 그만큼 삶의 지평은 넓어질 것이다. 다양한 길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그만큼 의사소통의 통로가 넓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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