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침대에서 먹고 자고 싸고, 그리고 뒹굴기도 한답니다. 나와 아내에겐 세상에서 둘도 없는 편한 침대로 보이지만, 녀석에겐 또 다르게 보였던 것 같아요. 녀석의 말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겠지요?권성권
그 자리에는 꼬맹이 녀석도 하나 끼어 있었다고 한다. 어떤 아주머니의 아들인 그 녀석은 아직 초등학생도 아닌 그야말로 어린애였다. 그런데 그 녀석이 민혁이의 침대를 보자 곧장 그런 말을 던졌다고 한다. 아내가 듣기에는 참으로 맹랑하고 어처구니없는 말이었다.
“아주머니 저게 뭐예요?”
“응 저거. 저건 우리 셋째 민혁이가 노는 침대야.”
“침대요? 꼭 닭장 같은데요?”
“뭐라고….”
아내는 그 녀석이 한 말을 듣고 실소를 금치 못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나 자신도 아직까지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곳에 민혁이를 가둬놓거나 억압하려고 둔 것은 결코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녀석이 놀고 먹고 자는 곳으로서, 그보다 더 좋은 곳도 없다고 여길 뿐이었다.
그런데도 어린 꼬마 녀석의 눈에 그렇게 비쳤다니, 조금 웃기긴 했지만 한번쯤 생각해 볼 문제이기도 했다. 비록 우리 부부에게는 첫째와 둘째 녀석에게 방해받지 않고 자유롭게 놀 수 있는 그야말로 셋째 녀석만의 자유로운 공간이었지만, 그 꼬맹이에게는 마치 닭장처럼 갑갑하고 답답하게 느껴졌다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기 때문이다.
무릇 세상을 살다보면 대부분은 자기 자신이 좋은 대로, 자기 자신이 편한대로 판단하여 일을 처리한다. 그렇지만 때로는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일 줄 안다면 그만큼 삶의 지평은 넓어질 것이다. 다양한 길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그만큼 의사소통의 통로가 넓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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