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집 뒤곁에 이 보다 훨씬 더 큰 소깝 삐까리(땔감 둥치)가 집집마다 있었지요.이승숙
가을걷이도 다 하고 지붕에 이엉도 새로 갈고 나면 그 때부터 산에 나무를 하러 다닙니다. 장골들은 나뭇짐을 둥실하게 한 짝씩 해 와서 집 뒤 안에 차곡차곡 쌓아두었습니다. 가을걷이가 끝나면 마당엔 나락을 넣어두는 나락두지가 새로 생겼고 집 뒤 안엔 땔감 둥치가 산만큼 솟아 있었습니다.
나락 두지와 땔감 둥치는 그 집의 살림이 어떤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이기도 했습니다. 살림이 없는 집은 나락두지도 작았고 땔감 둥치도 변변찮았지만 살림이 많은 집은 나락두지도 둥실하게 컸고 집 뒤 안엔 나무 둥치가 두세 개씩이나 있었습니다.
예전에 우리 동네 아지매들이 가을걷이를 끝내고 나들이를 갔답니다. 윗대 조상들을 모신 산소를 참배하고 재실에도 들러서 구경도 하고 그랬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재실 들어서는 길목에 소나무들이 울창하게 서있는데 가을이라 그런지 깔비(소나무 낙엽)가 푹신하게 깔려 있더랍니다. 그거 보고 한 아지매가 한다는 말이 "행님요, 저거 끌어다가 군불 땠으마 좋겠구메"라고 했답니다.
천상 농사꾼인 그들은 깔비를 보면 군불 땔 생각을 하고 또 모처럼만에 시간 내서 나들이 가서도 다른 지방에서는 어떻게 농사짓는지 그런 것만 눈에 보이나 봅니다.
나무 잡아먹는 하마, 화목 겸용 보일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