쿤밍의 마지막 밤... 안녕, 친구들

[자전거여행 현장보고 31] 8월 20일 쿤밍-인도 준비 2일차

등록 2006.09.05 10:04수정 2006.09.08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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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친구들과의 깜짝 파티를 위해 준비한 케이크

친구들과의 깜짝 파티를 위해 준비한 케이크 ⓒ 박정규

내일 쿤밍을 떠나 버스 타고 '따리'로 가기로 했다. 쿤밍에서의 마지막 밤. 그동안 리차오와 왕매이에게 너무 신세를 졌다. 깜짝 파티를 하려고 몰래 '케이크'를 사왔다. '우리의 우정을 위해'라는 멋진 글자까지 새겨서.

'케이크'를 흔들면서, 방 안에 들어서는 순간 왕매이가 손을 높이 들더니 날 때리려고 한다. 친구들은 여기 있는 동안 내가 돈을 사용하는 걸 계속 금지해 왔기 때문이다.


"잠깐만, 이건 그동안의 감사 표시이고, 우리의 우정을 축하하기 위한 거야."

케이크 안에 새긴 글자를 보여주니까, 웃으면서 고맙단다. 리차오가 밖에 나가서 위스키를 사왔다. 초에 불을 붙이고, 하나, 둘, 셋 - 후~ 갑자기 왕매이가 케이크를 내 얼굴에 발랐다. 나도 답례를….


2006년 8월 20일 일요일. 쿤밍-인도 준비 2일차 / 맑음

07시 40분 기상.

여행기 정리하면서 쉬고 있는데, 갑자기 리차오가 '신문사'로 갈 것을 제안한다. 그 이야기는 끝난 줄 알았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기에, 자전거 전용복장과 자전거를 가지고 함께 신문사로.


20층이 조금 넘는 빌딩 안에 '윈난 방송국과 윈난 두시시보(신문사 이름)'가 함께 사용하고 있단다. 11층 도착. 빌딩 복도에는 수많은 신문들이 붙어 있고, 각 신문마다 영어로 다양한 학점(?)이 매겨져 있다.

a 윈난 '두시시보'사 인터뷰

윈난 '두시시보'사 인터뷰 ⓒ 박정규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 리차오가 제보한 사람이라고 하자 젊은 기자가 우리를 반긴다. 제법 큰 규모라 내가 윈난에서 가장 큰 신문사냐고 물어보니, 웃으면서 두 번째라고 한다. 기자는 400명 정도.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인터뷰 시작.


일단 구이저우 구이양에서 취재한 기사를 먼저 보여준 뒤, 다음 세계일주 계획카드를 보여주며 간단한 설명을 하자, 기자가 굉장히 놀라면서 즐거워한다. 그리고 구체적인 질문이 시작되었다.

한국-텐진(탕구 역)-베이징-후허하후터-얼렌하후터-몽골까지의 교통 편과 소요시간은 얼마나? 중국 종단 기간 및 거리는? 세계일주 기간과 경비는 얼마로 예상하는가? 마지막으로 세계일주의 목적은 무엇인가?….

나도 구체적으로 답변을 해줬다.

- 이동시간: 한국 인천항에서 텐진까지 배로 약 25시간, 베이징까지 기차로 2시간, 후허하후터까지 기차로 약 10시간 30분, 얼렌하후터까지 버스로 약 6시간, 몽골 울란바토르까지 기차로 17시간 걸렸고, 70일 동안 약 4100km 달렸다.

- 여행기간: 280일 동안 35개국을 여행하는 것이다(아시아13개국, 아프리카9개국, 아메리카13개국).

a 사진 촬영

사진 촬영 ⓒ 박정규

- 여행경비: 총 여행경비는 약 1400만 원이다(1일 5만 원 기준, 280일 계산). 하지만 그 많은 돈을 모두 마련 뒤에 출발하려면,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 4개월 동안만 일한 뒤에 여행을 시작했다. 출발 시 통장 잔고는 200만 원 정도였고, 3달 동안 여행하면서 총 사용한 경비는 약 90만 원이다.

그러나 여행기간 내내 홈페이지에 올린 여행기를 보고 많은 지인분과 좋은 분들이 후원해주신 금액 또한 약 90만 원이다. 현재 잔액은 출발 시와 동일하게 약 200만 원이 남아 있다. 나머지 부족한 금액을 위해 '스폰서'를 알아볼 것이고, 다양한 방법들을 연구해볼 것이다. 돈이 떨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여행을 멈출 생각은 없다.

- 여행목적: 많은 사람들이 세상에는 나쁜 사람들이 더 많다고 말한다. 하지만 난 더 좋은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하고, 믿고 있다. 내가 이 여행을 통해서 그걸 증명해 보이려고 한다. 이것이 내 여행의 목적이다. 또 다른 목적은 많은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희망'에 대해 이야기한 후 그것들을 기록한 내용을 토대로 '동기부여 책'을 만드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나의 책'을 'See-Feel-Action' 하기를 바란다.

1시간 가까이 여러 가지 질문을 더한 뒤에 촬영을 위해 건물 밖으로. 촬영하시는 분이, 내가 약 15m 뒤에서부터 빠른 속도로 달려온 뒤, 작은 꽃밭 주위를 회전하면서 달려줄 것을 요청. 꽃밭을 8번 정도 달린 뒤에야 촬영이 끝났다.

a 쿤밍 시내 구경

쿤밍 시내 구경 ⓒ 박정규

a 사람 동상과 함께

사람 동상과 함께 ⓒ 박정규

친구들과 함께 시내로. 거리에 재미있는 포즈를 취하고 있는 '사람 동상'들이 많다. 장난기가 발동해 '동상' 머리에 '헬멧'을 올려놓기도 하고, 포즈를 따라 하며 촬영하기도, 우리뿐만이 아니라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동상'들과 촬영놀이를 하고 있다.

도심에 '연못'도 있고, 그냥 넓은 공간에 발목까지 물을 채워놓은 곳도 있다. 그 안에 발만 담그고 더위를 식히는 어른들도 있고, 안에 들어가서 물장구치는 꼬마들도 보인다. 곳곳에 상가들도 많고, 긴 의자도 많아 먹고 쉬기에 안성맞춤이다.

많이 걸어서 왕매이와 내가 조금 피곤해 하자, 리차오가 자기는 '자전거' 타고 갈 테니까, 우리는 '버스' 타고 가란다. 내가 자전거 타고 간다고 하니까, 길 잃어버릴 수 있다고, 그냥 시키는 대로 하기로. 차 기다리는데 20분, 콩나물 버스 타고 20분, 다시 걸어서 15분.

버스는 너무 피곤하다. 아무리 피곤해도 자전거 위에 앉아 있는 게 가장 편한 것 같다.

a 친구가 내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

친구가 내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 ⓒ 박정규

a 콩나물 버스는 너무 답답하다.

콩나물 버스는 너무 답답하다. ⓒ 박정규

내일 '인도'를 향해 본격적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자전거를 밖으로 꺼내 최종 점검 시작. 물걸레로 차체를 깨끗이 닦고, 칫솔로 구석구석 틈새까지 먼지 제거, 마지막으로 체인 및 브레이크 선에 오일을 발라주었다.

일단 내일 버스 타고 '따리'로 가기로. 그동안 너무 신세를 많이 져서, 깜짝 파티를 하기 위해 몰래 나가서 '케이크'를 사왔다. '우리의 우정을 위해'라는 멋진 글자까지 새겨서.

'케이크'를 흔들면서, 방 안에 들어서는 순간 왕매이가 손을 높이 들더니 날 때리려고 한다. - 친구들은 여기 있는 동안 내가 돈을 사용하는걸 계속 금지(?)해 왔다.

"잠깐만, 이건 그동안의 감사 표시이고, 우리의 우정을 축하하기 위한 거다"라고 말하며, 케이크 안에 새긴 글자를 보여주니까, 웃으면서 고맙단다. 리차오가 밖에 나가서 위스키를 사왔다. 초에 불을 붙이고, 하나, 둘, 셋 - 후~ 갑자기 왕매이가 케이크를 내 얼굴에 발랐다. 나도 답례를… 즐거운 시간을 가진 후 희망 질문 작성 시작.

30분 가량을 적었다. 보통 한 사람에 한 페이지를 채우는데, 앞뒤 빽빽이 7장을 적어주었다. 아마 이 엉뚱한 친구들 희망뿐만 아니라 좋은 중국말은 다 적어준 게 아닐까 생각된다. 친구들은, 노트만 가득 채운 게 아니라 내 마음까지 채워주었다.

a 자전거 최종점검 후

자전거 최종점검 후 ⓒ 박정규

왜 수많은 중국 친구들은 한국 자전거 여행자에게 친절을 베풀었을까? 자주 찾아오지 않는 손님이라서? 한류열풍 때문에? 그들과 같은 자전거 타는 사람이라서? 외국인에게 원래 친절한 걸까?

이유야 어떻든 간에 그들은 나에게 많은 것들을 주었다. 잘 곳이 없을 때 따뜻한 잠자리를, 배고파 힘이 없을 때 기꺼이 음식을 내어 주었고, 돈이 필요하다고 말하지 않았는데도, 필요한 순간에 재정을 채워주었다. 무엇보다, 정말 몸도 마음도 지친 가운데 미소 지을 수 있게 해준 점이 가장 감사하다.

같은 언어를 사용해도 서로 이해하기 힘든 경우도 많다. 문제는 언어가 아니라 상대방을 향해서 '마음'이 열려 있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마음이 열리는 순간 서로 '언어의 벽'을 뛰어넘어 '친구'가 될 수 있다.

a 박정규 중국 자전거 종단 코스도(최종)

박정규 중국 자전거 종단 코스도(최종) ⓒ 오마이뉴스 고정미


@BOX1@

덧붙이는 글 | 박정규 기자 홈페이지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http://www.kyulang.net/)에서도 그동안 올린 생생한 자전거 여행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박정규 기자 홈페이지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http://www.kyulang.net/)에서도 그동안 올린 생생한 자전거 여행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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