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문식 도크를 열고 바다로 나서다

배타고 떠나는 중국 여행- 인천항에서 중국 웨이하이

등록 2006.09.09 13:52수정 2006.09.09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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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웨이하이(위해)로 가는 배는 정기적으로 운항한다. 월, 수, 토요일 저녁 6시 30분에 인천을 떠나 다음날 오전에 웨이하이에 도착하고, 웨이하이에서는 일, 화, 목요일 저녁 8시 30분에 출발해 역시 다음날 아침 인천항에 도착한다. 같은 배가 인천항을 떠났다가 돌아오기를 되풀이하는 셈이다.

오후 4시 30분. 동인천역에 도착했다. 가이드북을 통해 정보를 확인해 본 결과 우리나라 돈을 달러로 환전한 뒤 중국에 가서 중국 돈으로 환전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는 정보가 있어 그렇게 했다. 항구에 은행이 있지만 환율이 낮으니까 시중 은행에서 바꾸라는 친절한 설명까지 있었다.


동인천역에서 택시를 타고 '국제여객터미널'로 갔다. 택시비는 정확하게 2100원. 터미널에 도착해 인터넷으로 예매한 표를 찾았다.

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은 5시. 시골 버스 정류장만한 터미널 안에는 출국 절차를 밟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한쪽에 어떤 아주머니와 아들로 보이는 총각이 돈 가방을 매고 환전해 주고 있었다. 일종의 암달러상이었는데, 버젓이 터미널 한 쪽에서 공식적으로 환전을 해 주고 있었다. 중국에 도착해 곧바로 쓸 돈을 조금 환전했는데, 은행보다 훨씬 조건이 좋았다.

출국 절차는 너무 단출해 싱겁기까지 했다. 출국 절차를 끝내고 나가자 양쪽으로 면세점이 있었다. 담배와 술, 간단한 가전제품을 팔았다. 출국장 밖으로 나가자 인천항 내부였다.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a 출국장에서 배까지 운행하는 버스.

출국장에서 배까지 운행하는 버스. ⓒ 안동권

약 3분 뒤 버스는 부두에 정박해 있는 커다란 페리호 앞에 섰다. 드디어 승선. 배정 받은 침대에 짐을 정리해 놓고 갑판으로 나갔다. 인천 항구가 한 눈에 내려다보였다.

a 2등 침대칸 모습. 깨끗하고 아늑하다

2등 침대칸 모습. 깨끗하고 아늑하다 ⓒ 안동권

6시 30분 정각. 배가 떠났다. 인천항은 조수 간만의 차가 커서 내항과 외항이 수문식 도크로 막혀 있다. 일찍이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에서 배웠던 내용이다. 배는 천천히 수문식 도크를 향해 나아갔다. 이 날은 외항과 내항의 수위가 그렇게 차이나지 않았다.


a 수문식 도크가 보인다.

수문식 도크가 보인다. ⓒ 안동권

20여 분 뒤 배는 천천히 도크 안으로 들어갔다. 배가 완전히 들어가자 뒤쪽의 도크가 닫혔다. 그리고 도크의 물이 빠지기 시작했다.

a 도크 안으로 들어가는 배.

도크 안으로 들어가는 배. ⓒ 안동권

배가 도크 안에 들어간 지 30여 분쯤 지나자 바깥쪽 도크가 열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인천 외항으로 배가 나갔다. 서해 낙조를 받으며 배는 중국을 향해 떠났다.


a 바깥쪽 도크가 열렸다.

바깥쪽 도크가 열렸다. ⓒ 안동권

배 안에는 텔레비전이 있는 작은 휴게실이 있었다. 계속해서 한국 드라마가 나왔다. 드라마 하나가 끝나면 누군가 채널을 돌려 또 다른 드라마를 봤다. 중국으로 가는 동안 계속해서 드라마만 보는 듯했다.

a 텔레비전이 있는 배 안의 휴게실.

텔레비전이 있는 배 안의 휴게실. ⓒ 안동권

한 쪽에 꽤 큰 식당이 있었다. 이날의 메뉴는 미역국, 우리나라 돈으로 6000원을 받았다. 중국 돈으로도 계산이 가능했다. 중국 돈을 내밀자 직원 능숙하게 환율 계산을 해서 거스름돈을 주었다. 물론 환율은 아주 안 좋았다.

배 뒤 쪽에는 작은 스낵 코너도 있었다. 식사 시간 전후로 잠깐씩 문을 열었는데, 우동과 덮밥 종류를 먹을 수 있었다. 스낵 코너 뒤쪽에는 캔 맥주(1500원)와 끓인 라면(1500원)이 나오는 자판기도 있었다. 그리고 발마사지(1만 원) 코너와 간이 파친코, 노래방, 아이들을 위한 오락실이 있었다. 한쪽에는 작은 목욕탕도 있었다. 탕은 있었지만 물은 없었고, 샤워기만 6~7개 있는 정도였다.

화장실 안에 예전에 보았던 짤순이가 있었다. 그 용도를 짐작키 어려웠는데, 잠시 뒤 침실 복도의 손잡이에 각종 빨래들이 널리기 시작했다. 이 배를 이용하는 사람들 중에는 일명 보따리 장사들이 많았는데, 그들에게 하룻밤의 배 여행은 생활의 일부인 것 같았다.

a 화장실에 있는 짤순이. 지금은 참 보기 어려운 것이다.

화장실에 있는 짤순이. 지금은 참 보기 어려운 것이다. ⓒ 안동권

월요일 배를 이용해 중국에 들어가서 필요한 물건을 구입한 뒤 그날 저녁 다시 배를 타고 인천으로 나간다. 그리고 낮 동안 일을 본 뒤 다시 저녁 배로 중국으로 들어오고…… 그들에게 있어 배는 숙소인 셈이었다.

a 복도에 널어 놓은 빨래들.

복도에 널어 놓은 빨래들. ⓒ 안동권

배는 칠흑 같은 어둠 속을 계속 달렸고, 갑판에는 시원한 바닷바람을 쐬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워낙 배가 크고 바다도 잔잔해 움직임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다음날 아침 8시. 중국 웨이하이에 도착했다. 배 위에서 바라본 웨이하이는 산뜻한 도시였다. 붉은 중국식 기와지붕을 한 건물들이 많아 전체적으로 도시는 붉은 빛을 띄었다.

배가 완전히 도착하자 사람들이 선편 복도를 따라 줄을 서기 시작했다. 중국쪽 입국 절차가 느려서인지 배에서 내려 입국장까지 가는 데 1시간이 더 걸렸다. 인천과 마찬가지로 배에서 내려 버스로 입국장까지 갔다.

웨이하이 입국장은 인천 국제터미널 만큼이나 규모가 작았다. 한 쪽에는 중국 비자를 받기 위해 따로 줄을 선 사람들도 있었다. 배를 이용해 중국에 들어가는 사람에게는 선상 비자를 준다. 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초청장이 있어야 하는데, 형식상 해운회사에서 승객에게 초청장을 주는 것 같았다.

a 비자 발급 창구. 직원 간단한 한국말을 할 줄 안다.

비자 발급 창구. 직원 간단한 한국말을 할 줄 안다. ⓒ 안동권

비자 발급에 필요한 것은 배에서 나눠주는 초청장과 미화 20달러, 그리고 사진 한 장이었다. 비자 발급 서류는 배 안에 마련되어 있었고, 20달러는 중국에 도착해 비자를 받기 전에 이민국에 내면 됐다.

비자 발급 서류에 사진을 붙여야 하는데, 사진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이민국에서 사진을 찍을 수도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투의 안내문이 배 안에 있는 게시판에 붙어 있기도 했다. 실제로 비자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보니 누군가 사진이 없는 서류를 내밀었는데, 비자 서류를 접수하던 이민국 직원이 갑자기 즉석 카메라를 들이대고 사진을 찍더니 곧바로 비자 서류에 스테이플러로 찍어 붙였다. 사진 비용은 중국 돈 20원(약 2500원)이었다.

비자 발급 절차는 간단했는데, 줄 선 사람들이 워낙 많아 30분도 더 걸렸다. 배가 도착한 뒤 비자 발급 받기까지 1시간 30분이나 걸렸다. 모든 절차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9시 40분이었다. 오랫동안 줄을 섰다는 것 말고는 입국 절차가 너무 간단하고, 밖으로 나와 보니 우리나라 어느 소도시에 온 것 같아 외국에 왔다는 기분이 전혀 들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내 중국 여행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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