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가기 전에 할아버지댁에 보낸 여름 물놀이노태영
군대에서 온 너의 편지를 처음으로 받고 나니 만감이 교차하는구나. 학교에서 나의 수업을 받던 너의 모습이나 사촌 동생 현진이와 친하게 지내던 모습, 열심히 대학 생활하던 동아리 사진들 등등 모든 것이 정겹게 다가오더구나.
국가의 부름을 받고 국가와 민족을 가슴에 품고 하루 하루를 살아야 하는 목진이의 생활이 정말 눈에 선하다. “보람찬 하루 일을 끝마치고서~”로 시작되는 군가가 아직도 생각이 난다.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하루를 끝냈다는 자부심도 있었지만 고향 생각도 많이 났다. 물론 가족과 고향을 생각하면서 지친 몸에 원기를 불어넣었던 것 같구나. 내 생각에는.
땀 흘리며 고생도 하지만 땀 냄새에 배여 있는 자부심과 강인한 남아의 의지는 오래도록 인생의 자양분이 된다. 이제 나뭇잎들이 하나씩 둘씩 때깔 좋은 단풍이 들어가고 있다. 겨울을 준비하는 나무의 지혜를 엿볼 수가 있다. 추운 겨울에는 버릴 것은 버려야 힘든 하루하루를 이겨낼 수 있다.
목진이에게도 이런 나무의 지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군 생활할 때는 오로지 자신의 생활과 자신의 생각에 충실한 것이 필요하다. 자기 안에서 즐거움과 보람을 찾아야 하고 자기 안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 사회와 동떨어진 군대는 우리의 마음과 정신을 정화시키는 좋은 곳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들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고 앞으로 살아가야 할 미래의 삶에 대한 계획을 세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군대 생활은 짧지만 인생에서 중요하다. 몸과 맘이 단련되는 2년 동안의 생활은 새로운 삶의 지표가 만들어지는 기간이다.
목진아! 날씨도 더운데 정말 고생이 많다. 그래도 군대에서 흔히 하는 말로 자대배치를 받으면 훈련소생활이 그립다고 이야기한다. 훈련소에서는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고 명령대로만 하면 되니까. 아마 현재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좋다는 의미일 게다. 우리 목진이는 잘 해낼 거라 믿는다.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온 것처럼.
머지않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색깔인 감나무 잎이 단풍들고 우아하게 떨어지고, 주황색으로 익어가는 감들이 울퉁불퉁하게 생긴 감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릴 것이다.
전우익 선생님이 쓰신 <호박이 어디 공짜로 굴러옵니까>라는 책에 나와 있는 것처럼 감나무를 보면 우리들의 인생을 생각하게 한다. 감나무를 멀리에서 가까이에서 관찰하다 보면 참 못생기고 가지도 많고 흠집도 많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감나무처럼 아름다운 나무도 드물다. 누렇게 익어가는 감나무 밑에 있으면 누구나 푸짐한 마음이 들어 부자가 된 기분이 든다. 그래서 할아버지는 감나무를 울안에 심으신 것 같다.
익은 감을 딸 때는 감만 딸 수가 없다. 감나무 가지와 함께 감을 딴다. 그래서 감나무에는 상처가 많이 생긴다. 그 상처에 빗물이 스며들거나 눈이 내리면 감나무는 고통과 시련을 겪게 된다. 그러면 감나무는 속으로 상처의 흔적을 남기게 된다. 이런 검은 상처가 만들어낸 멍자국이 바로 먹감나무 무늬가 된단다. 먹감나무 무늬는 모든 나무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무 무늬라고 전우익 선생님은 말씀 하신다. 바로 상처의 아픔이 아름다운 무늬가 되는 것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삶도 마찬가지다. 생활의 고통과 고난이 인생의 아름다운 추억과 나만의 삶의 무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살다 보면 힘든 일도 있고 고통스러운 일도 있다. 그리고 괴로운 일도 있다. 그렇지만 이런 일들이 이런 경험들이 인생에는 중요한 영양분이 된다. 참고 견디다 보면 우리는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은 아빠에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