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은 보호자 없이 비행기 못 타나"

'대한항공의 공개사과와 시정 촉구' 기자회견, 인권위 앞에서 열려

등록 2006.09.07 16:50수정 2006.09.07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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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7일 오전 11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대한항공을 이용하려는 장애인에 대한 탑승거부와 관련해 '대한항공의 책임있는 공개사과와 시정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철홍
당사자 발언에 나선 김옥주씨는 "8월 17일 오전 대한항공 울산발 서울행 4시 비행기를 예약하고 당일 탑승하려했으나 뇌병변 장애3급이라는 이유로 거부당했다"며 "당시 대한항공직원은 공항 한켠으로 가자고 하더니 관련 규정이 바뀌어 항공기에 탑승할 수 없다고 말한 뒤, 짐을 옮겨주는 척하며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슬그머니 가버렸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김씨는 다른 항공으로 갈아타기 위해 2시간 동안 공항에서 기다리는 동안 거부당했다는 생각에 울화가 치밀어 오르고, 심한 수치심을 느끼며 죽고 싶은 심정을 털어놓았다.

김씨는 이미 8월 이전에도 아무런 제약없이 서울과 울산을 대한항공으로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었다. 항공사측은 사전 예약시에는 아무런 말이 없다가 갑자기 입장을 바꿔 탑승을 거부하는 것에 대해 김씨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이와 관련해 대한항공 울산공항 직원 문모씨와 통화했을 때, 문씨는 뇌병변·정신지체·정신장애·발달장애 3급 이상인 경우는 보호자 동승없이 탈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연구소는 "대한항공에 탑승거부에 대한 근거 자료와 답변을 요청했을 때, 항공사측은 서울 본사 대한항공 공항여객 서비스부 유모 차장을 연결해줬다"면서 "유씨와 통화 중에서도 항공사측은 지난 6월에 만든 규정이라며 같은 입장만 되풀이 했다"고 설명했다.

장애인이 탑승을 요청했을 때 항공사는 이를 지원해야할 책임이 있는데도 대한항공이 이를 무시하는 것은 장애인의 의사결정권을 무시하는 편견이며 명백한 장애인 차별에 해당하고, 장애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연구소는 지적했다.


박철홍
장애인 탑승거부와 관련해, 임종혁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 상임집행위원장은 "장애인은 조용히 집이나 시설에만 있어야만 하는가"라며 "인권위는 장애인 권리구제와 장애인 차별시정에 적극 앞장서고, 정부와 국회는 올 가을 정기국회에서 사회적 차별요소를 걸러내는 필터 역할인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제정할 것"을 주문했다.

양영희 서울시 중랑구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은 "장애인들도 스스로의 삶을 책임질 수 있다"면서 "장애인 탑승거부는 인권침해에 해당하는데도 만일 이것이 사회적으로 용인된다면 장애인은 인간답게 살 권리마저 송두리째 빼앗기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혜영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정책 활동가는 경과보고를 통해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요지를 발표했다.

이씨는 "대한항공의 장애인 탑승거부 관련 상담을 접수받아 이에 대한 질의를 공문으로 대한항공에 보냈지만 아무런 답신도 없었다"며 "다른 항공사에도 알아본 결과 장애등급을 이유로 탑승을 금지하는 규정은 없었고, 대한항공만이 보호자 동승을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이씨는 "정부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제정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 않다"면서 "대한항공의 장애인에 대한 차별 조항에 대한 규제를 시급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시민단체들은 장애인들의 이동권을 벼랑 끝으로 몰아가는 현실을 규탄하면서 장애인 차별철폐를 위해 투쟁할 것을 다짐하며 집회를 마무리 했다.

이어 김옥주씨는 대한항공의 장애인 차별에 대한 시정을 위해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대한항공에 공개사과를 촉구했다.

김옥주씨(사진 왼쪽)가 의자에 앉아서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있다.
김옥주씨(사진 왼쪽)가 의자에 앉아서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있다.박철홍

덧붙이는 글 | 박철홍 기자는 현재 코리아월드뉴스 편집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 기사는 코리아월드뉴스(www.coreaworld.net)에도 게재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박철홍 기자는 현재 코리아월드뉴스 편집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 기사는 코리아월드뉴스(www.coreaworld.net)에도 게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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