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이 내 속 썩인 할아배라고 생각혀~"

송승환씨도 놀랄 할머니들의 열정적 <난타> 공연

등록 2006.09.07 18:40수정 2006.09.08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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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우와! 대단해요~" 할머님들의 신명나는 몸짓과 우렁찬 소리에 절로 감탄사가 나옵니다.

"우와! 대단해요~" 할머님들의 신명나는 몸짓과 우렁찬 소리에 절로 감탄사가 나옵니다. ⓒ 장희용

'탁탁' 북채를 튕기더니 '따다다닥~ 따다다닥' 북소리와 드럼통 소리가 점점 힘을 얻어간다. 처음 1분 정도는 다소 어색하다는 느낌. 하지만 금세 내 시선과 귀는 점점 그 열기에 빠져들었다.


점점 빨라지는 템포, 웅장해지는 소리, 무아지경에 빠져 고개를 좌우로 열심히 흔드는 모습에 그 유명하다는 송승환씨의 <난타> 저리가라 할 정도다. 5분여간의 그야말로 열정적인 공연이 끝나자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기립박수를 친다.

"와! 할머니 정말 대단하세요!"
"할머니 안 힘드세요? 어머 이 땀 좀 봐. 진짜 대단하시네요."
"20대 저리 가란대요 할머니. 할머니 정말 멋져요!"

a '난타' 공연 전에 이렇게 우리 가락으로 몸도 풀고 흥겨움도 돋군다.

'난타' 공연 전에 이렇게 우리 가락으로 몸도 풀고 흥겨움도 돋군다. ⓒ 장희용

"이거 신문에 나와? 그럼 꼭 '난타는 나의 인생이여~'라고 써줘"

그렇다. 내가 본 그 열정적인 공연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할머니들의 <난타> 공연이었다. 평균 연령이 68세. 일명 '실버 난타'라 불리는 할머니들이 펼치는 난타 공연이었다. 아마 송승환씨도 봤으면 그 실력과 열정에 깜짝 놀랐을 것이다.

얼마 안 있으면 할머니들은 할머니들의 실력을 검증받을 대회에 도전할 예정이다. 전북 김제에서 열리는 '지평선 축제(9월 20일-9월 24일)' 경연 대회가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 지금 할머님들은 맹 연습중이다.


하루에 2-3시간 정도 연습한단다. 말이 2-3시간이지 에너지를 한 순간에 쏟아야 하는 난타를, 그것도 68세 할머니들이 강행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연습이 끝나자 얼굴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다. 거친 숨도 몰아쉰다. 그 연세에 저리도 역동적인 동작을 하셨으니, 젊은이인들 어찌 힘들지 않겠는가 싶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힘들지 않으냐고 묻자 "아이고, 힘들긴 뭐가 힘들어 월매나 재밌는 줄 알어?"하시면서 절대 안 힘들다며 손을 휘 저으신다. 얼마나 재미있으신지 내 주위로 할머니들이 밀물처럼 모여 드시더니, 난타 칭찬을 북 두드리듯이 빠른 속도로 쏟아내신다.


a 아직 몸이 덜 풀리신 듯 다소 어색.  하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랍니다.

아직 몸이 덜 풀리신 듯 다소 어색. 하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랍니다. ⓒ 장희용

"어이, 총각! 이거 신문에 나오는 겨? 그럼 이렇게 꼭 써줘 '난타는 나의 인생이여~'라고. 알았는가? '난타는 나의 인생이여'라고 꼭 써야 하네 잉."

"들었지. 가락이 신나잖여. 정신없이 두들기다 보면 신명나는 가락에 저절로 힘이 솟는구먼. 그래서 힘든 줄 몰러."

"처음 얼마간 연습하고는 늙은 몸이라 그런지 온 몸이 쑤셔서 밤에 잠도 잘 못잤는디, 지금은 거뜬혀. 잔병치레도 없고 20대 젊은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건강혀. 이게 다 난타 덕이여."

말씀하시는 할머니에게로 내 시선이 쏠리자 내 팔을 잡아당기며 서로 자기 말을 먼저 들어 달라고 성화시다. 한 할머니는 북의 가장자리를 두드릴 때 나는 소리가 마치 다듬이질 소리와 같아서 편안함을 느낀다고 하신다.

"속 썩이는 할아배라고 생각하고 두들기면 하나도 안 힘들당께

a 할머님들이 이제 불 붙었습니다. 신명나는 소리에 고개짓이 절로 나옵니다.

할머님들이 이제 불 붙었습니다. 신명나는 소리에 고개짓이 절로 나옵니다. ⓒ 장희용

그만 말씀하시고 다시 연습하자는 진포문화예술원 박양기 사무국장의 말에 할머니들이 연습을 시작하러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난데없이 한 할머님이 큰 소리로 말씀하신다.

"이 북이 말여 평생 내 속 썩인 할아배라고 생각하고 두들기면 하나도 안 힘들당께."

그 자리에 계셨던 할머니들이 미처 몰랐던 사실을 알기라도 한 듯 손뼉을 치시며 '맞어 맞어'하신다. 할머니들의 넉넉한 재치에 할머니들의 난타 공연을 견학 나온 햇병아리 주부 난타반 회원들이 "그럼 우리도 남편 생각하며 난타 연습하면 되겠네"한다. 우리 모두 뒤로 자빠졌다.

신명나는 난타만큼 신명난 할머님들의 즐거운 수다(?)가 끝나자 할머니들은 다시 연습에 들어가셨다. 할머니들은 이번 김제 지평선 축제 경연대회에서 '1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번 전라북도 도청 주관 한 축제에서 열띤 호응을 받아 이미 그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았으니, 내심 1등을 기대하는 눈치시다.

내가 보기에는 1등은 따논당상이지 싶다. 하지만 1등이 아니면 어떠랴. 이렇게 난타를 즐기시며 건강한 삶을 사시니. 할머니들의 '난타' 정말 색다른 감동과 열정이 느껴지는 무대였다.

송승환씨도 놀랄 할머니들의 '난타' 열정에 빠져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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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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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희용


a 에구, 이를 어쩌나? 할머님이 힘에 부치시나 봅니다.

에구, 이를 어쩌나? 할머님이 힘에 부치시나 봅니다. ⓒ 장희용


a 하지만, 이를 악물고 북을 두드리시는 할머니. 할머니 화이팅!

하지만, 이를 악물고 북을 두드리시는 할머니. 할머니 화이팅! ⓒ 장희용


a '핫!' 열정적인 공연의 마무리. 68세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신명나는 소리에 유쾌함을 느꼈습니다.

'핫!' 열정적인 공연의 마무리. 68세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신명나는 소리에 유쾌함을 느꼈습니다. ⓒ 장희용


a 실버난타반의 최고령 공옥정 할머님(76).  한 번 배우고 돌아서면 남들보다 빨리 까먹어서 두 배로 연습해야 한다나요. 그래서 할머니들 사이에서는 공 할머니는 '연습벌레'로 통한답니다. 이 연세에 대단하지 않습니까?

실버난타반의 최고령 공옥정 할머님(76). 한 번 배우고 돌아서면 남들보다 빨리 까먹어서 두 배로 연습해야 한다나요. 그래서 할머니들 사이에서는 공 할머니는 '연습벌레'로 통한답니다. 이 연세에 대단하지 않습니까? ⓒ 장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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