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에 빠지면 미칩니다

생활 속에 녹아 있는 스포츠... 건강한 몸과 마음 만들어줘

등록 2006.09.08 09:35수정 2006.09.08 14:38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마당을 호기롭게 들어서며 남편이 소리친다.


“여보, 시원한 음료수 한 잔 타 줘.”

저녁 운동을 갔다 온 남편은 목이 타는지 얼음을 띄운 감식초 물을 한숨에 다 들이킨다.

남편은 저녁마다 배드민턴을 치러 간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강남중학교엔 학생 종합체육관이 있는데 그곳에서 매일 밤 배드민턴을 친다. 저녁 8시부터 10시까지 강남중학교 체육관은 배드민턴을 치는 사람들로 가득 찬다.

어제 저녁엔 남편을 따라서 체육관에 가보았다. 주차장에는 차들이 빽빽했다. 남편은 벌써 마음이 설레는지 발걸음이 절로 빨라졌다.

9개의 코트에는 빈 자리가 없었다. 코트마다 복식조가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아빠 손을 잡고 따라온 유치원 다니는 꼬마도 배드민턴을 치고 있었고 초등학생부터 장년층까지 참으로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배드민턴을 치고 있었다. 배드민턴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운동인 것 같았다.


배드민턴은 남녀노소 누구나 다 즐길 수 있는 운동입니다.
배드민턴은 남녀노소 누구나 다 즐길 수 있는 운동입니다.이승숙
전에 누구한테 들은 말이 생각났다. 그 집은 말레이시아에서 몇 년간 살았었는데, 말레이시아가 우리나라보다 소득 수준은 낮지만 생활체육 시설은 더 잘 되어 있다고 그랬다.

그 사람 말에 의하면 말레이시아에는 주민들을 위해서 자치단체에서 수영장과 배드민턴 전용 체육관을 만들어서 운영한다고 하였다. 배드민턴은 바람에 약한 운동이기 때문에 꼭 전용 실내 체육관이 있어야 하는데 말레이시아에는 그런 실내 체육관이 잘 마련되어 있다 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지가 벌써 햇수로 십 년이 다 되어간다. 그 때만 해도 우리나라는 생활체육을 위한 투자가 부족하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생활체육을 위한 시설이나 투자가 그 때에 비하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며칠 전 어디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이야, 잔디구장 다 만들었네. 인제부터는 운동하다 넘어져도 안 다치겠다.”

쳐다보니 공설 운동장에 파랗게 인조잔디가 깔려 있었다. 그 공설 운동장은 우리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지만 그 동안 나는 한번도 그 곳에 가본 적이 없었다.

“저거 순 남자들을 위한 체육시설이잖아. 축구장은 여자들에겐 별 소용도 없는 시설인데... ”

그 때부터 차 안에서 작은 전쟁이 붙었다.

“그럼 뭐 여자들도 축구하면 되지. 그러면 되지 뭘 그래?”
“아니, 여자들이 축구 좋아하는 거 봤어? 저런 거 만들어봤자 남자들, 그 중에서도 힘 좋은 남자들만 이용하지 여자들이나 노인들이 저기서 축구할 거 같아?”

“그럼 당신 생각에는 어떤 걸 하면 여러 사람이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아?”
“수영장이나 헬스장이나 배드민턴 체육관 같은 거 만들면 좋지 않을까? 그럼 남녀노소 누구나 다 이용할 수 있을 거야. 늙으면 관절도 안 좋고, 그러면 수영이 좋다더라. 수영장이 유지비가 많이 드는지는 모르겠지만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곳이니까 저런 축구장보다 훨씬 낫지 않을까?”

매일 밤 배드민턴 치러 가자고 아빠를 졸라대는 6살 윤성이가 아빠가 보내주는 공을 힘차게 받아 넘기고 있습니다.
매일 밤 배드민턴 치러 가자고 아빠를 졸라대는 6살 윤성이가 아빠가 보내주는 공을 힘차게 받아 넘기고 있습니다.이승숙
중년의 고개를 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면 공통의 화제가 건강과 운동이다. 그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았으면 하는 바람을 누구나 다 가지고 있다. 행복한 노년을 위해서 준비해야 할 것들이 한두 가지이겠냐만 그 중에서도 건강한 몸은 필수 조건이다. 그리고 사랑하는 배우자가 내 옆에 있어야 하고 또 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도 근처에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보면 강남중학교의 배드민턴 체육관은 참 고마운 존재이다.

강화군 길상면에 있는 강남중학교에는 학생 종합체육관이 있다. 낮에는 학생들의 수업 활동이 체육관에서 이루어지지만 밤이 되면 그곳은 주민들의 체육관이 된다. 매일 밤 약 50여명의 사람들이 배드민턴을 치러 체육관에 온다.

배드민턴은 특별하게 배우지 않아도 쉽게 칠 수 있는 운동이다. 그리고 돈도 별로 들지 않는다. 또 남녀노소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운동이다. 그러다 보니 부부가 함께 운동을 하는 집도 있고 자녀들을 데리고 와서 배드민턴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가족이 함께 스포츠 활동을 하면서 체력도 키우고 화목한 가정을 만들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 아닐 수 없다.

배드민턴을 즐기는 사람들 대부분이 같은 면 소재지 안에 사는 주민들이다 보니 모두 다 이웃사촌이다. 그들은 살아온 날들보다 더 많은 날들을 앞으로도 함께 할 친구들이기도 하다. 배드민턴과 함께 평생 친구도 만들었으니 남은 인생도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할 것이다.

오늘 저녁에도 강남중학교 체육관에는 불이 환히 밝혀져 있을 것이다. 땀에 흠뻑 젖은 몸으로 배드민턴을 치는 사람들로 체육관 안은 뜨거울 것이다. 생활 속에 녹아 있는 배드민턴과 함께 그들의 삶도 빛날 것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모든 일을 '놀이'처럼 합니다. 신명나게 살다보면 내 삶의 키도 따라서 클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오늘도 뭐 재미있는 일이 없나 살핍니다. 이웃과 함께 재미있게 사는 게 목표입니다. 아침이 반갑고 저녁은 평온합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유인촌의 문체부, 청소년은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유인촌의 문체부, 청소년은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2. 2 "손님 이렇게 없을 줄은 몰랐다"는 사장, 그럼에도 17년차 "손님 이렇게 없을 줄은 몰랐다"는 사장, 그럼에도 17년차
  3. 3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에 '조선일보' 왜 이럴까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에 '조선일보' 왜 이럴까
  4. 4 "주변에 주식 투자로 5천만원 이상 번 사람 있나요?" "주변에 주식 투자로 5천만원 이상 번 사람 있나요?"
  5. 5 윤 대통령 측근에 이런 사람이... 대한민국의 불행입니다 윤 대통령 측근에 이런 사람이... 대한민국의 불행입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