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수역 리프트 이용 장애인 추락, '예견된 사고'

지난 4일, 리프트 타려던 장애여성 추락 생명위험

등록 2006.09.08 18:51수정 2006.09.08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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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지원 종합대책이 발표되던 지난 4일 인천지하철 신연수역에서 휠체어 리프트를 타려던 김경희씨(여, 27세, 뇌병변 1급)가 전동휠체어와 함께 추락해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현재까지 의식불명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a 지난 4일 김씨가 사고를 당한 인천지하철 신연수역에 설치된 휠체어 리프트

지난 4일 김씨가 사고를 당한 인천지하철 신연수역에 설치된 휠체어 리프트 ⓒ 위드뉴스

김씨는 지난 4일 오전 10시경 신연수역에 도착해 공익근무요원의 도움을 받아 리프트에 올라가려고 했다. 그러나 김씨는 이 과정에서 전동휠체어와 함께 추락해 계단으로 굴러 떨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신연수역에 설치된 리프트는 지난 1999년 제작되어 운행되던 것으로 2002년과 2004년 발산역과 서울역에서 리프트를 이용하던 장애인이 사망하거나 중상을 입었던 리프트와 같은 기종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당시 리프트는 상판이 바닥에 완전히 밀착되어 있지 않고 2~3cm 틈이 생겨 턱이 만들어졌으며 김씨는 이 턱을 올라타려고 휠체어 속도를 올렸다. 이 과정에서 전동휠체어와 함께 김씨가 계단으로 추락하게 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집행위원장 이진흠, 아래 인장연)는 8일 오후 1시 인천시장과 의 면담에서 신연수역 리프트 추락사고에 대하여 인천시의 책임을 인정하고 공개 사과 할 것과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인천시, "미안하다. 그러나 공개사과는 검토해야 할 문제"

이날 면담에는 안상수 인천시장과 인천광역시지하철공사 김우철 사장, 인천시청 교통기획과 이정덕 과장, 420장애인차별철폐인천공동투쟁단 문종권 공동집행위원장, 인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진흠 소장 등이 참석했다.


a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들이 인천시장과 면담을 갖고 있다.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들이 인천시장과 면담을 갖고 있다. ⓒ 위드뉴스

이날 면담에서 안상수 인천시장은 "이번 사고에 대해 안타깝고 미안하게 생각한다. 장애인들이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콜택시 운영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며 "소요되는 비용을 합리적으로 배분해서 운영할 수 있도록 연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안 시장은 "우선적으로 사고가 발생한 곳의 리프트 안전장치를 고치도록 하겠다"며 "요구하는 방향으로 신경 써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인장연이 요구하는 공개사과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의 형식이 문제가 된다면 상의해 보겠다. 죄송하게 생각하고 인천시의 책임의 한계는 실무적으로 검토해봐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인천장애인이동권연대 김덕중 대표는 "리프트는 이용하는데 불안하고 불편함이 있다. 일반 시민 역시 불편하다"며 "리프트 안전장치를 보완한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다. 그리고 수입이 보장되지 않는 상태에서 콜택시를 이용하는 것도 힘들다"고 말했다.

이날 면담에서 인천시지하철공사 김우철 사장은 "일단 돈이 문제다. 엘리베이터 설치하는데 돈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못하는 것"이라며 "리프트 설치의 경우 단기적으로는 적은 금액이 소요되므로 안전장치를 신속히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김 사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찰에서 수사하고 있다"며 "사과가 공식·비공식인 게 어디 있냐. 그 문제는 여기서 확답할 수 없고 검토해봐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김 사장에 따르면 현재 인천지하철 역사 중 지상으로 올라올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곳은 모두 9곳이며 지형적인 요인으로 설치하지 못하고 있는 곳은 5곳, 미설치 된 곳이 모두 12곳이다.

김 사장은 "우선 5곳 역사에 6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리프트 성능이 개선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12개 역의 경우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려면 130억이 소요된다. 예산을 시에 요구하겠지만 얼마나 반영될지 모르겠다.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420장애인차별철폐연대인천공동투쟁단 문종권 공동집행위원장은 "노력하겠다는 말은 수도 없이 들어왔다"며 "이번 사고에 인천시와 지하철공사의 책임이 있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인장연의 요구안에 대해 문건으로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이날 면담은 약 1시간 가량 진행됐으며 인천시측은 ▲공개사과 ▲안전대책 마련 ▲엘리베이터 설치 ▲저상버스 도입 ▲특별교통수단 확대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조례 제정 ▲사고자에 대한 피해보상 문제에 대해 오는 20일까지 공문으로 발송하기로 했다.

"리프트는 장애인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살인기계"

인장연은 이날 면담 후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으며 "노후 된 리프트는 장애인에게 안전한 이동용이 아니라 죽음의 리프트로 살인기계로 장애인들을 죽음의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고 지적했다.

a 이날 면담 후 인천장애인철폐연대는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면담 후 인천장애인철폐연대는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위드뉴스

인천 부평구에 위치한 장애인 시설 '은광원'에 살고 있는 김씨는 사고 당일 자립생활을 하기 위해 은광원에서 독립하겠다는 이야기를 하러 가던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일 신연수역에서 발생한 김씨의 사고를 목격한 정영균씨는 "김씨가 휠체어를 타고 리프트에 올라갔는데 바로 리프트가 주저 앉았다"며 "이어 김씨는 계단으로 굴러 떨어졌고 휠체어도 다 부서졌다"고 증언했다.

이어 정씨는 "본인도 장애인이고 리프트를 이용해봤는데 리프트는 사고의 위험에 너무 많이 노출되어있다"며 "하루 빨리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사고가 발생한 신연수 역 리프트에는 현재 '운행중지'라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고를 당한 김씨는 사고 5일째인 현재까지도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으며 생명이 위험한 상태에 있는 것으로 전해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김지숙 기자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 www.withnews.com 기자로 이 기사는 <위드뉴스>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김지숙 기자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 www.withnews.com 기자로 이 기사는 <위드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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