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사표에 원장 고소... 천안문화원에 무슨 일이?

직원 5명 줄지어 사표... 직원 일부 검찰에 천안문화원장 고소

등록 2006.09.09 16:54수정 2006.09.09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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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천안문화원이 개원 이래 요즘 최대 진통을 겪고 있다.

천안문화원이 개원 이래 요즘 최대 진통을 겪고 있다. ⓒ 윤평호

반백년 역사를 간직한 천안문화원(원장 권연옥)이 통째로 흔들리고 있다.

균열은 외부에서 비롯되지 않았다. 곪은 상처는 안에서 터졌다. 일단 터진 파문은 내부를 넘어 외부로 확산하고 있다. 전국 최우수 문화원을 자랑하며 52년 동안 쌓아올린 천안문화원의 명성은 퇴색됐다.

천안문화원 사무국 직원들이 현 문화원장을 대전지검 천안지청(천안검찰)에 고소한 사상 초유의 사태는 우선 인사 파동에서 시작됐다.

천안문화원 직원 5명 무더기 사표, 2명은 원장 고소

천안문화원 사무국의 이아무개 부장과 주임 최아무개씨, 직원 양아무개씨는 지난 4일 문화원에 사표를 제출했다. 정아무개 부장은 이튿날인 5일 사표를 제출했고, 민아무개 간사는 6일 사표를 제출했다.

문화원 사무국은 이정우 사무국장을 제외하고 직원이 6명. 이들 가운데 무려 5명이 사흘 동안 줄지어 사표를 제출한 것이다.

사표를 제출한 다섯 명의 직원들은 짧게는 5년, 길게는 20여 년을 천안문화원에서 근무했다. 더구나 사표를 제출한 직원들 중 여성 2명은 지난 4일 권연옥 천안문화원장을 천안검찰에 고소, 놀라움을 배가시켰다.


고소장의 정확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고소장을 접수한 검찰도 내용은 함구하고 있다. 그러나 고소장 내용 일부에 여성 직원을 상대로 한 권 문화원장의 성추행 의혹이 포함된 것으로 일부 언론에 보도되며 문화원 안팎에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고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 직원 2명도 8일 현재 집 전화는 물론 휴대전화까지 거부한 채 외부와 연락을 단절하고 있다.


직원들의 줄지은 사표로 빚어진 업무 공백은 권 문화원장이 긴급 수혈한 퇴직 공무원 2명과 음향·조명 담당 1명, 기타 1명 등이 메워가고 있다.

직원들 인사 파동 발단, 내부 갈등 표면화

천안문화원 직원들의 무더기 사표 제출과 원장 고소 사태는 우선 직원들의 인사 파동에서 발단한 것으로 보인다.

문화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권연옥 천안문화원장은 지난 4일 문화원 이사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 개최 뒤 인사위원을 위촉하고 곧장 인사위원회를 개최했다. 인사위에서 권 원장이 이정우 사무국장과 이아무개 부장, 최아무개 주임 등 3명의 징계건을 상정했다는 것이 당시 참석 이사들의 설명. 그러나 이날 인사위는 참석 위원들이 절차 문제를 제기해 징계를 의결하지 못했다.

인사위에 참석한 A이사는 "당사자들 소명도 듣지 않고 징계절차를 밟는 것은 문제가 있으며 인사위원 위촉도 이사회 의결 없이 문화원장이 단독으로 결행해 잘못이라는 점을 인사위원들이 지적했다"고 전했다.

비슷한 주장은 4일 사표를 제출한 직원 최아무개씨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최씨는 "징계사유를 납득할 수 없었다"며 "한 마디 소명 기회도 주지 않는 부당한 대우에 항의 뜻으로 사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정우 사무국장은 "부당한 징계절차가 진행되면서 일부 직원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사표를 제출, 동료들도 동참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 사무국장은 "무더기 사표제출과 직원들의 원장 검찰 고소가 단순히 인사 파동에서 불거진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사무국장은 "권 원장은 취임 이후 사무국이 하는 행정이 아니라 원장이 직접 하는 문화원 행정을 요구했다"며 "신임 원장 취임 이후 1년6개월여 동안 계속된 공포분위기와 신분 불안에 직원들 고통이 컸다"고 말했다.

권연옥 천안문화원장의 반발... "원장을 내쫓으려 한다"

a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는 권연옥 천안문화원장.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는 권연옥 천안문화원장. ⓒ 윤평호

권연옥(72) 천안문화원장은 자신이 직원들에게 성희롱을 저질렀고 사표를 종용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불쾌한 심정을 숨기지 않았다.

권 원장은 8일 "잘하려고 했지만 덕이 없어서 이런 상황을 낳았다"며 "문화원장을 내쫓으려 하는 세력이 있다"고 말했다.

권 원장은 "언론보도처럼 손을 만지거나 어깨를 주물렀으면 그 당시 문제제기가 있었을 것"이라며 "32년간 대학교수로 봉직하는 동안 한 번도 그런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직원들 징계문제나 성희롱 의혹은 검찰 조사를 받은 뒤 기자회견을 통해 상세한 반박내용을 밝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직원들과의 갈등은 시사했다. 그러나 갈등이 원장의 리더십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원장 취임 뒤 매주 월요일마다 직원조회를 하고 근퇴를 엄격히 관리하거나 업무 하나하나를 챙기려고 하니 '전임 원장은 아무 소리 안 했는데, 왜 뭐라고 하느냐'는 직원들의 불만이 있었다는 것.

직원 징계에 대해서도 "횡령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있어서는 안될 일이 발생해 징계절차를 밟았을 뿐 사표 종용은 없었다"고 권 원장은 반박했다. 또 그는 있어서는 안 될 일로 문화원과 격이 맞지 않은 사설강좌 대관과, 대관을 둘러싼 원장과 직원들 간의 마찰을 언급했다.

권 원장은 "직원들 사표는 며칠 유보했다가 모두 수리했고 인사위원회에서 상급기관에 감사를 의뢰한 만큼 결과에 따라 조치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권 원장은 "직원들 집단 사퇴로 업무 지장은 없다"며 "사무국장을 비롯한 인적쇄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적당히 타협하면 아무것도 없다"고 밝혀 일련의 사태에 강경한 의지를 표명했다.

지난해 2월 14일 제14대 천안문화원장에 취임한 권연옥 원장은 북면에서 태어나 국민대와 동국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하고 혜전대학과 청운대학교 교수를 역임했다.

"천안문화원 갈등, '성장통' 삼자!"
[주변 반응] 이사회 등 인적쇄신과 새로운 좌표 설정 필요

지난 1954년 7월 10일 개원 이후 척박한 지역문화 여건에서 소중한 문화의 텃밭을 일궈온 천안문화원. 52년 역사 속에 중부권 문화를 선도해 나가며 전국 최우수 문화원에도 수차례 선정됐다. 그러나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것일까? 그동안 잠재됐던 내부갈등이 직원들 집단사표와 원장 고소 건으로 표면화되자 지역에서는 우선 안타깝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송용삼 성환문화원장은 "천안을 대표하는 문화원으로 전국적인 명성과 지명도를 갖는 천안문화원이 불미스런 일에 휩쓸리며 천안문화원의 명예는 물론 다른 문화원의 명예도 실추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윤성희 천안예총 회장은 "천안문화원은 지역문화의 구심점이자 상징적인 존재였다"며 "천안문화원의 이미지 추락은 천안 문화계에도 큰 타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법정 다툼까지 내포하는 등 사태가 극단으로 치달으며 해결책 모색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천안지역 문화예술계 한 인사는 "천안문화원 구성원들간 앙금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라며 "인사 파동도 천안문화원 실권을 쥔 사무국장을 교체하려는 원장의 사전 정지작업으로 볼 수 있고, 갈등의 두 정점에 있는 문화원장과 사무국장은 화해나 중재할 수 있는 시기를 이미 넘어섰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해결책도 모색되고 있다. 현 천안문화원장과 사무국장이 책임을 지고 동반사퇴한 뒤 직무대행체제를 구축, 이사회와 총회를 거쳐 새로운 집행부를 구성하자는 것. 이를 위해 이한식 천안문화원 부원장을 비롯한 10여 명의 문화원 이사들은 법원에 '원장직무집행정지 가처분신청' 제기를 추진하고 있다.

이한식 천안문화원 부원장은 "쑥대밭이 된 천안문화원을 같은 사람에게 맡길 수는 없다"며 "천안문화원의 최고 책임자와 행정 책임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동반사퇴 가능성은 당분간 낮아 보인다. 문화원장과 사무국장 모두 '지금 사퇴하면 서로 책임을 인정하는 것으로 비칠까' 염려하며 거취는 앞으로 문제라는 입장이다.

이한식 부원장은 "동반사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원장은 직무집행저지 가처분신청 제기 뒤 법원 결정에 따라, 사무국장은 천안문화원 이사회 의결로 해임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일을 천안문화원의 성장통으로 삼아 원장과 사무국장뿐만이 아니라 그동안 제 역할을 못한 문화원 이사회도 전면 개편하고 새로운 좌표 속에 운영 시스템을 개방적으로 고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천안문화원 부설단체의 대표를 역임한 모 인사는 "이사회가 문화원장의 독주는 견제하고 사무국은 포용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지금은 문화의 문자도 모르는 이사들이 문화원의 파행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함량미달인 이사들은 자진 사퇴하고 문화원 이사회가 새롭게 개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안문화원의 이사는 지난 1월 정기총회자료집에 따르면 원장과 감사를 제외하고 31명. 이 가운데 19명은 2005년 2월 이후 새로 위촉됐다. 기업인과 학계, 종교계, 정치계 인사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천안시 역할론도 대두하고 있다. 지난해 천안문화원 세입결산액은 3억4888만원. 이 가운데 이사회비를 비롯한 회원 회비는 3.5%에 불과하다. 세입의 절반을 넘는 보조금이 67%를 차지하고 있다. 시는 지난해 문화원에 2억2900만원을 보조했다.

천안문화원 재정 대부분이 국·도비를 포함한 시비로 충당하는 만큼 시가 문화원 정상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시는 "재정보조에 국한된 지도·감독은 할 수 있지만 감사나 관여는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399호에도 게재.
윤평호 기자의 블로그 주소는http://blog.naver.com/cnsisa

덧붙이는 글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399호에도 게재.
윤평호 기자의 블로그 주소는http://blog.naver.com/cnsi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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