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조망이 쳐진 논(왼쪽)과 다음주 강제철거가 될 가능성이 높은 주택들 중 일부(오른쪽)이수정
한동안 충격에 휩싸여 쉽게 힘을 내지 못하시던 어르신들은 멍하니 황새울 들녘을 바라만 보시며 한나절을 보내시기도 하셨습니다. 5월4일의 아픔은 시간 속에 지나가고 있고, 이제 푸른 벼 잎이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다시금 어르신들은 논일을 하기 위해서 새벽부터 일찍 움직이기 시작하셨고 마을분위기는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또 그렇게 시간이 흘러 촛불 집회 2주년을 맞는 아침, 조선일보의 오보로 또 한 번 주민들의 가슴에 못이 박혔습니다. <조선일보> 9월 1일자에 '미군, 평택 시설계획 전면보류'라는 제목의 1면 머리기사가 보도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른 아침에 방송을 듣고 마을회관으로 나오는 어르신들은 어제 저녁 잠들었던 모습 그대로 정신없이 나오시며 손은 하늘위로 뻗고 만세를 외쳤습니다. 지금까지 함께 했던 주민들은 "수고했다. 고생했다"고 서로 위로하면서 "우리의 싸움은 반절 끝난 것 같다"고 울며 기뻐하셨습니다. 눈은 울고 있는데 입은 크게 웃고 계셨던 주민 분들 얼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동안 내색도 못하고 하루하루를 얼마나 큰 불안 속에 보내셨을지 조금씩 저에게도 작은 떨림으로 전달되고 있었습니다.
또한 최근 들어 빈집을 철거한다는 소문에 간 졸이며 보냈던 시간들이 한꺼번에 여기저기서 안도의 기쁨과 벅찬 숨소리가 되어 터져 나왔습니다.
그곳에 함께 있던 평택 지킴이들도 기쁨의 눈물을 흘렸고 평택 지킴이로 있는 조약골씨는 "우리가 이런 기쁨을 느껴본 지 너무 오래돼서 다들 어떻게 할지를 모르고 있는 거예요. 앞으로 더 좋은 소식들이 마을에 전달됐으면 좋겠어요"라면서 기뻐했습니다.
주민들과 평택 지킴이들은 그렇게 흥분의 기쁨을 감추지 못했고 한쪽에선 어르신들의 모습을 사진기에 담느라고 정신없어 보였습니다. 나 또한 이런 모든 모습들을 벅찬 마음으로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하지만 오후가 되면서 조선일보의 기사는 오보로 드러났고 주민들은 그저 또 한 번 쓴 웃음을 지으며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계셨습니다. 그날 저녁에는 촛불 2주년 행사를 진행했고 유난히 대추리 하늘에 떠있던 달은 커다랗게 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