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
강원도 산골의 습지에서 흰개수염군락지를 만났다. 두어 주 전만 해도 보이지 않던 것들이었는데, 하룻밤 사이 자라난 수염처럼 자라버렸다. 긴 줄기에 피어난 수수한 꽃, 단순함의 미를 간직하고 있는 꽃이다.
꽃들을 보면 마디도 있고, 꽃의 모양도 아기자기하고, 줄기마다 이파리도 달고 있다. 그 모든 것이 자신을 치장하는 것이리라. 그런 면에서 보면 흰개수염은 자신을 치장하는 모든 것들을 생략하고 피어난 꽃이다. 그래서 아름다운 꽃이다.
길죽한 줄기를 보면서 꽃을 피우는 마음의 길이라는 생각을 했다. 무엇이든 간절한 마음 없이 어떻게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인가? 간절한 마음, 소망은 그 어떤 것이든 꽃을 피울 수 있다. 그리고 피어야 한다. 간절한 소망이 이뤄지지 않아 절망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우리의 삶은 단순함을 추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가진 것들로 인해 우리의 삶이 거추장스러워진다. 더 편안하게 살기 위해 가지는 것이 오히려 우리의 삶을 더 옭아매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혹은 내가 별로 필요하지 않음에도 가지고 있는 것들, 그래서 일 년에 눈길 한 번 주지도 않는 것들이 그 누군가에게는 이루어질 수 없는 평생소원일 수도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