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꼬리를 문 자동차 행렬과 야간의 학교 주차장한나영
한국에 있을 때 직장 생활을 했던 나는, 낮 시간을 낼 수 있는 날에 열리는 학부모총회에만 참석을 했다. 그런데 그 모임은 대체로 학교장의 의례적인 인사와 학교 홍보 그리고 운영위원회 조직에 대한 설명으로 채워졌다. 그런 다음 각자 교실로 이동하여 담임교사를 만났는데 담임교사와의 만남에서도 중요한 건 학급 임원회 구성이었다.
그리고 녹색 어머니회 조직과 급식 당번에 참여하는 문제가 주로 논의되었고,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야간자율학습에 엄마들이 어떻게 참여하여 지원할 것인가가 주된 의제였다. '조직'하고 '구성'하는 문제가 주된 이슈였던 만큼 나서기를 좋아하지 않고 다소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엄마들로서는 학부모총회라는 자리가 사실 편한 자리는 아니었다.
게다가 거의 100% 엄마들만 참석했는데 공적인 자리였음에도 불구하고 간혹 담임교사와 학부모가 너무나 친하게 엉클어져(?) 개인적인 사담만 오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모처럼 교사와 학부모가 만난 자리였던 만큼 교사가 어떤 '교육 철학'을 가지고 어떻게 아이들을 지도할 것인지, 또 아이들은 어떤 과정의 공부를 어떻게 하게 될지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지만 그런 이야기는 거의 들을 수 없었다.
이런 까닭에 형식적이고 별 영양가(?) 없는 모임이라고 단정한 일부 엄마들은 학부모총회가 "괜한 시간 낭비"라며 가기를 꺼려하기도 했다. 어떤 엄마는 내게 노골적으로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 엄마는 학교에 갈 필요 없어요. 아이가 잘 하고 있으니까요."
학부모총회에 가는 것이 학교 교육을 걱정하고 관심이 많아서가 아니라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는 아이 엄마가 미리 교사에게 눈도장을 찍어 '예방주사'를 맞는 것쯤으로 여기거나, 아니면 소위 '치맛바람' 정도의 차원에서 참석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물론 극단적인 경우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하여간 우리나라의 학부모총회와 비슷한 성격의 '백투스쿨 나이트'에 참석해 보니 우리와는 많이 다른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아버지들이 많이 참석하는 미국 학부모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