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계획서를 나눠주는 세계사 선생님.한나영
젊은 세계사 선생님인 '미스터 모이어스(Mr. Moyers)는 수업계획서를 나눠주면서 자신의 홈페이지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집에서 놀고있는 아이들에게 '숙제 없니?'라고 종종 물으시죠? 아마 없다고 하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놀고 싶어서요. 그런데 아이들을 '절대로' 믿지 마세요. 제 홈페이지에 들어오시면 여러분이 직접 숙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여러 부모님께 절대 가르쳐 주지 말라고 신신당부한 제 홈페이지 주소입니다."
좌중에 폭소가 터졌다. 선생님은 한 학기 동안의 수업 계획과 성적 산출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했다. 성적은 시험과 퀴즈, 숙제와 프로젝트 그리고 수업 중 과제가 포함된다고 했는데 여기에 대해서 학부모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시험과 퀴즈는 얼마나 자주 보나요?"
"프로젝트는 뭘 해야 하나요? 마감은 언제죠?"
"숙제는 매일 있나요?"
어찌 보면 극성스럽다고 할 만큼 학부모들의 질문은 진지하고 구체적이었다. 아버지들의 예리한 질문도 쏟아졌다. 교사는 학부모들이 가장 관심있어하는 프로젝트 질문에 대해 작년 프로젝트의 샘플을 보여주면서 설명했다.
교육열이 뜨겁다는 우리나라에서 아이들의 수업 내용과 진도, 그리고 숙제와 시험 등에 대해 알고 있는 학부모가 몇이나 될까. 과정보다는 점수나 등수 등의 결과에만 관심이 많은 우리 학부모들이 아니던가.
이렇게 진행된 '백투스쿨 나이트'는 9시가 넘어서 끝이 났다. 열성적인 학부모들은 예정된 시간이 훨씬 지나서까지도 교실에 남아 교사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미국의 '백투스쿨 나이트'는 우리의 학부모총회와는 확실히 그 성격이 달랐다. 우선 학부모를 학교 교육의 중요한 한 '축'으로 보고 그들을 학교 안으로 적극 끌어들인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교육 현장과 교과 내용을 과감하게 공개하고 학부모와 더불어 학교 교육을 이끌어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학교 교육의 주체는 교사나 학생뿐만이 아니라 학부모도 당당한 주체라는 점을 강하게 인식시켜 준 '백투스쿨 나이트'였다.
우리의 학부모총회가 일부 적극적인 학부모들만 참여하여 '조직'하고 '구성'하는 다분히 형식적인 모임인데 비해 미국의 '백투스쿨 나이트'는 학교생활이나 학업, 학생의 성적 등에 대한 학부모들의 궁금증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실제적인 모임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학부모총회를 열 수는 없을까. 그렇다면 더 많은 학부모의 참여와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그리고 '공교육 회복'이라는 중요한 현안에 대해서도 학부모들의 지혜를 모아 좋은 대안을 마련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복잡하게 얽힌 우리 교육 현실에서 이런 생각이 너무나 순진한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에게도 이런 식의 직접적인 학부모 참여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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