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 인도 신고식 제대로 치렀네!

[자전거세계여행 현장보고 35] 8월 29일 인도 콜카타 1일차

등록 2006.09.22 15:22수정 2006.09.23 17:12
0
원고료로 응원
a 사진 찍기를 좋아하시는 사이클 릭샤 아저씨가 사진 찍으라면서 릭샤 위에...

사진 찍기를 좋아하시는 사이클 릭샤 아저씨가 사진 찍으라면서 릭샤 위에... ⓒ 박정규

새벽에 발디딘 인도 콜카타 공항. 마더테레사 봉사센터에서 일하는 이들이 머무는 서더 스트리트로 방향을 잡았지만 자전거 바퀴에는 바람이 없었다. 택시를 타야 했지만 주머니에는 고작 100루피.

공항 경찰 아저씨의 도움으로 사이클릭샤를 타고 자전거 상점으로 향했다. 바람을 넣고 목적지를 향해가는데 갑자기 '쿵'하면서 뒷짐받이와 타이어에 붙어 버렸다. 전에 왼쪽 뒷짐받이 고정부분이 부서졌는데, 남은 오른쪽마저 부서져 버린 것. '인도 신고식을 제대로 하는구나'



다음은 인도 자전거여행 첫날 기록이다.



2006년 8월 29일 월요일. 인도 콜카타 1일차/ 맑음

02시 10분. 콜카타 공항.

눈이 피로하고 목이 마르다. 짐 찾는 걸 도와주신 분이 준 물 한 잔이 있지만 선뜻 마시기가 그렇다. 왜 연거푸 두 번이나 물을 빨리 마시기를 권했는지… 의심하면 안 되는데….


거기다가 짐 찾는 걸 도와준 대가로 '돈'을 요구한다. 아저씨 친구 한 분은 '돈을 줘라' 하며 옆에서 거들고 있고, 인근의 환전상들은 계속 '환전'할 것을 요구한다.

a 사이클 릭샤에 자전거를 싣고 '자전거상점'을 찾아 출발 전

사이클 릭샤에 자전거를 싣고 '자전거상점'을 찾아 출발 전 ⓒ 박정규

내가 가진 돈을 보여주면서, '이 걸로(100루피=약 2000원) 서더 스트리트(마더테레사 봉사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전 세계의 친구들이 많이 머물고 있는 거리)까지 가야 합니다. 아저씨가 택시비만 100루피 나온다고 했으니까, 돈을 드릴 수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사정을 이야기하자, 그냥 투덜거리면서 가버리셨다.


05시40분. 날이 조금 밝아졌다. 택시를 타려고 밖으로 나가려는데, 공항 경찰이 저지한다. '지금 나가는 건 매우 위험합니다. 9시가 되어야 자전거 상점들이 문을 엽니다. 제가 안전한 택시를 타고 갈 수 있게 도와드리겠습니다(요금 200루피).'

문밖을 쳐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손짓'하고 있다. '경찰'의 말을 듣고 나니, 어서 '나오기만 해봐라'는 것 같이 느껴졌고, 약간의 '공포감'마저 들어 재빨리 대기하는 곳으로 이동.

a 날 도와준 공항 경찰(군인?) 아저씨

날 도와준 공항 경찰(군인?) 아저씨 ⓒ 박정규

기다리면서 자전거 박스를 살펴 보니, '취급주의(유리잔 그림) 스티커'가 붙어 있는데, 왜 '손잡이' 부분이 터져 있는지 모르겠다. '만약' 유리였다면 깨졌을 것 같다. '에어펌프'를 미리 구입했다면 이런 문제는 없었을 텐데….

(자전거 상점으로 바람 넣으러 가야 한다. 비행기 이용 시에는 자전거 바람을 모두 뺀다. 높은 곳에 올라가면 타이어가 '뻥'하고 터질 수 있기 때문.) 그냥 '인도' 도착 후에, 해결하기로 했으니 조금 불편하더라도 이겨내자.

11시 5분. '서더 스트리트, 숙소(파라곤: 게스트하우스, 1일 70루피)'

공항 경찰 아저씨께 '택시' 이용할 돈이 없다고, 좋은 방법이 없겠냐고 조언을 구했다.

'사이클 릭샤(자전거 뒤에 사람이 앉을 수 있는 바퀴 달린 의자를 붙여 놓은 것)를 이용해 인근 자전거 상점까지만 가서 바람 넣고, 자전거 타고 목적지까지 가면 되면 되잖아요! 제가 도와드릴 게요.'

직접 '사이클 릭샤'까지 잡아주신다. '사이클 릭샤'에 자전거랑 짐을 싣고 인근 자전거 상점까지. 처음에 '20루피'로 가기로 했었는데, 오는 길에 생각보다 많이 헤매었다며 '40루피'를 요구한다. 바람 넣으니까 마음이 너무 편해져, 그냥 돈을 주고 목적지를 향해 출발.

a 경찰들이 교통정리를 하고 있었다. 정말 '정리'가 필요해 보였다.

경찰들이 교통정리를 하고 있었다. 정말 '정리'가 필요해 보였다. ⓒ 박정규

3시간 가량 물어물어 목적지 도착. 중간에 뒤 짐받이가 자꾸 왼쪽으로 쏠려, 타이어에 자꾸 부딪힌다. 임시 수리(손으로 타이어를 오른쪽으로 치니 조금 간격이 벌어졌다)를 수차례 하면서 서행하는데, 갑자기 나타난 움푹 파인 도로에 빠지면서 '쿵'하는 소리와 함께 뒷짐받이가 타이어에 붙어버렸다.

전에 왼쪽 뒷짐받이 고정부분이 부서졌는데(케이블 타이로 고정), 나머지 남은 오른쪽 부분마저 부서지면서, 양쪽의 짐받이 '고정부분'이 제 위치를 벗어나 버린 것. '인도 신고식을 제대로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자전거를 인도 쪽에 붙인 다음, 짐을 모두 풀었다. 다시 '고정부분'을 제 위치로 옮기고, 케이블 타이로 단단히 묶은 다음, 짐을 조심스레 싣고 출발. 많은 차량과 릭샤 사이를 가로지르며 목적지 도착.

a 벽에 한글 메뉴가 가득했다.

벽에 한글 메뉴가 가득했다. ⓒ 박정규

숙소 앞 거리 '티루파티(포장마차)'

조병준씨(<사랑을 만나러 길을 나서다>의 저자. 전에 학교에서 한 번 뵌 적이 있다. 혹시나 해서 출발 전에 메일을 보냈더니, 마더 하우스에서 일하고 계시단다)를 만나기로 했다.

기다리면서 '포장마차' 주방을 구경하는데(포장마차 맞은 편, 거리 한쪽 벽 아래에서 '조리'를 하고 있었다) 반가운 '한글 메뉴'(비빔밥, 라면, 김치볶음밥, 파전, 김치파전, 쌀죽, 그냥 맨밥, 녹두전 등)가 벽을 가득 메우고 있다. 뿐만 아니라, 메뉴판도 '국제화(일본, 중국어, 프랑스, 에스파냐어 메뉴판이 있었다)'.

다른 여행자 분이 이 식당의 유래를 말해주셨다. '한 한국인이 몸이 너무 아파서, '쌀죽'이 너무 먹고 싶었는데 '요리'할 힘이 없어서 '식당 주인'에게 '쌀죽' 요리법을 전수했습니다. 그 때부터 '한국요리'를 조금씩 배워서 오늘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마치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이야기다. 한국말도 제법 잘하시고, 음식 맛도 좋아 식사시간마다 긴 의자 두 개는 항상 만원이다.

택시기사에게 앞으로 갈 길에 대해서 거리를 물어보았다. 콜카타-뉴델리(2400km), 콜카타-바라나시(770km). 생각보다 너무 멀다. 앞길이 까마득하다. 기사 아저씨가 바라나시까지 자전거 타고 가다 '죽을 수도 있다. 너무 위험하다'며 택시로 안전하게 같이 가자면서 1000 루피에 해주겠단다. 그냥 웃으면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a 릭샤 한 쪽에 저렇게 '번호판'이 있었다.

릭샤 한 쪽에 저렇게 '번호판'이 있었다. ⓒ 박정규

13시. '미 수와이브(사이클 릭쇼 운전자, 네팔에서 일하러 왔다고 함)'란 친구가, 처음에 사진 찍어 달라고 해서 찍어줬더니, 한 장에 25루피를 요구한다. 어이없다.

'내가 원한 게 아니고, 당신이 원해서 찍어 준건데, 내가 돈 줄 이유가 없지않습니까? 원래 사진 찍어주는 사람이 돈 받는 겁니다'라고 말하니까, 자기 '사업'이라며 계속 돈을 요구한다. '이런 방식'은 좋지 못한 방법이라고, '고객에게 먼저 촬영 및 인근 관광코스별 설명과 가격 안내'을 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고 '식당 메뉴판'을 예로 들어서 설명을 해줬다.

그러자 아주 좋은 생각이라며 내일 만나서 같이 관광코스를 돌면서 사진촬영을 해달란다. 그러나 잠시 후에는 '환전'할 생각이 없느냐고 또 말을 걸어온다. 중국 잔돈을 몇 개 주니까 그냥 가져가 버렸다. 말하는 것과 행동에 '신뢰'가 가지 않아 '내일 사업에 대한 도움'은 없던 걸로.

조병준씨를 만나서, 마더 하우스에 관한 설명을 듣고, 내일 아침에 등록하러 가기로 하고 다시 숙소로.

a 충격으로 뒷짐받이 고정부분이 부서졌다.

충격으로 뒷짐받이 고정부분이 부서졌다. ⓒ 박정규

속도계가 작동하지 않아, 위치를 재조정하자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부러진 짐받이 고정 부분은 다시 한 번 케이블 타이로 고정. 밤새 의자에 앉아 있어서 그런지 조금 피곤하다. 한숨 자고 저녁 먹으러 가려고, '파이팅 코리아'를 찾는데… 옷이 없다. '쿤밍 숙소'에 두고 온 것 같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외출복'인데….

저녁에 마더 하우스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들과 조병준씨가 준비한 '작은 고기파티'에 초대 받았다. 숙소 옥상에서 '작은 식탁 위에 촛불'을 켜놓고, 한쪽 편에서는 고기를 굽고, 한쪽에서는 고기 먹을 준비를 하고 있는 광경을 보고 있으니 너무 마음이 푸근해진다. 식사 후 술자리에서 친구들이 조병준씨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했다. 그에 대한 답변이 인상적이었다.

a 숙소 앞 한국음식 잘 하는 포장마차

숙소 앞 한국음식 잘 하는 포장마차 ⓒ 박정규

"처음에는 빨래만 하다가 왜 세탁기를 사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마더 테레사 수녀님이 이런 말을 하셨다고 합니다. '가난한 사람과 같은 생활을 하지 않고, 가난한 사람을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여기 있는 동안 노력해보십시오. 가난한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도록'

여러분이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는 건 나쁜 게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원봉사'를 '자기희생'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그건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자원봉사'는 '스스로 원해서 하는 일'인데 '희생이 아니라, 기쁨'이 되어야 합니다. 전 이곳에 오면 '행복해집니다. 그래서 자꾸 오게 됩니다'

말보다 고통을 함께 공유함으로써, 서로에게 감사할 수 있기 때문에 서로 '행복'할 수 있게 됩니다. 이곳은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배우는 학교와 같은 곳이라 생각합니다. 처음 일을 하면서 '회의와 지나친 자부심'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 순간을 잘 이겨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곳 수녀님이 하신 말씀('여러분은 우리를 도와주러 온 사람입니다. 여러분이 없어도 우린 이곳을 잘 운영해 나갈 수 있습니다')을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전, 이곳에서 인간에 대한 신뢰를 회복했고, 비관적인 인생관이 긍정적으로 바뀌었습니다."


a 한국인, 일본인이 많이 묶고 있는 숙소

한국인, 일본인이 많이 묶고 있는 숙소 ⓒ 박정규

방으로 돌아와 일본 친구 나오기(22세, 대학 졸업반, 방학 이용해 인도 여행 중)와 많은 대화를 했다. 갑자기, 우리나라 남자들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하게 되는 문제에 대해 질문을 했다. '군대에서 보내는 시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나라는 분단국가라 모든 남자들은 병역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군대에서 보내는 기간들을 '시간낭비'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개인의 선택에 따라서 또 다른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가족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

둘째. 앞으로의 삶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셋째. 여가 시간을 활용해 새로운 '도전' 등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독서(제대할 때까지 300권 독파한 사람도 봤다), 운동, 공부(대학 입시 준비, 언어공부), 여행 등.

넷째. 시간의 소중함을 인식하게 된다.

다섯째. 국가의 존재에 대해서(군사문제의 중요성) 다시 생각하게 된다.

어떤 사람들은 군 생활을 굉장히 유용하게 사용해서, 삶의 또 다른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국가의 정책'만 비판하는데 시간을 소모하기도 한다. 모든 것은 개인의 '선택'에 달려있고, 그 '선택'에 따라, 제대 후의 삶의 방향이 달라진다.

a 서더스트리트 골목길

서더스트리트 골목길 ⓒ 박정규


여행수첩

1. 이동경로: 인도 콜카타 공항 - 서더스트리트

2. 주행거리 및 시간: 3시간(속도계 작동 안 함)

3. 사용경비: 200RS(인도의 화폐단위, 1$=45.5RS)
사이클 릭샤 40RS / 숙박비: 70 / 점심: 25RS / 저녁: 20RS/ 콘센트 220볼트용 하나: 10RS / 물 한 병(1리터): 10RS / 인터넷카페 1시간: 20RS

4. 섭취 음식

1) 식사
아침: 기내식 빵(전 날 조금 챙겨 놓았다.) 두 개
점심: 덮밥
저녁: 비빔밥
밤참: 약간의 고기와 약간의 술

5. 신체상태: 밤새 공항에 앉아 있어서, 온몸이 뻐근하고, 전체적인 피로감이 느껴짐. 그러나 드디어 '인도'에 도착했다는 게 너무 기뻐 푹 잘 수 있었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2. 2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3. 3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4. 4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5. 5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