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절 '전도사' "전통은 계속되어야죠"

[인터뷰] 김행자 안동예절학교청소년수련원 원장

등록 2006.09.25 11:43수정 2006.09.25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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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권은주 경북지사장] '예절'의 의미가 퇴색하는 요즘, 전통 예절의 의미를 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김행자 안동예절학교 청소년수련원장을 만났다.

- 안동예절학교를 운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운현궁예절학교장 시절, 퇴계 선생의 정신적·인간적 숨결이 살아 숨 쉬는 한국 정신문화의 본향인 안동에 예절교육을 체계적으로 가르치고 실습할 수 있는 기관이 있었으면 했다. 아이들이 우리의 옳은 전통을 계승하고 그 전통을 바탕으로 새롭게 바꾸면서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어 갈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싶었다."

- 교육 내용 중 안동예절학교만의 특징이 있다면.
"안동선비정신을 체험할 수 있도록 400명의 아이들로 구성된 '어린이선비단'과 '한문서당'을 운영하고 있다. 사자소학이나 성학십도, 명심보감 등을 교재로 쓰며 의미를 두고 뜻을 새기게 하여 효와 충, 우애, 신의, 오륜 등을 배우게 한다. 가장 기본적 예절교육인 배례법(인사법), 언어예절, 신발 놓는 법 등을 비롯해 다도예절을 가르친다. 그 밖에 전통놀이와 우리 가락 배우기, 한지공예, 천연염색 등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김행자 원장은 누구?

▲64년 안동초급대학 가정관리학과 졸업 ▲64~69년 안동군 군위남부·안동군 임하면 임하초등학교 근무 ▲87년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제12호 안동소주 전수자 ▲88년 조선왕조 궁중음식 전수자 정규과정 수료 ▲89년 성균관 여성유도회 여성예학 연구원 제1기 수료 ▲94년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원 유림지도자 과정 수료 ▲98년 운현궁 예절학교 교장 ▲2001년 자랑스런 안동인상 ▲2001년 성균관 여성유도회중앙회 회장 취임 ▲98년~현재 안동송죽어린이집 원장 ▲2000년~현재 안동예절학교청소년수련원 원장
- 안동예절학교를 통해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싶은 바는.
"안동은 유교문화가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정신문화의 고장이다. 안동의 정신문화를 이어가고자 우리 학교에서도 유교문화와 연관되는 예절교육과 주자가례(관혼상제) 등에 관한 교육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할 줄 아는 시민을 양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원장님만의 '리더십'을 소개해 달라.
"'보는 것만큼 느끼고 느낀 것만큼 보인다'는 말을 명심하며 행동하려 한다. 언제나 상대방이 누구든 배우는 자세로 그들을 대하고, 스스로 겸손하고자 노력하는 편이다. 내가 먼저 마음으로 다가가고, 마음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할 뿐이다."

- 전통문화를 알리기 위해 많은 활동을 해왔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73세 생일날 하회마을을 방문했다. 접빈객에 대한 예우를 다하기 위해 임금 생일상과 같게 43가지 음식을 만들어 생일상을 차려 드렸던 것이 기억난다. 또한 조선시대 궁중진찬연(환갑과 진갑 때 차렸던 상) 음식 재현과 한일슈퍼엑스포에 세 차례 초청받아 220평에 전통관례, 계례, 혼례, 제례, 다례를 시연한 것 등을 들 수 있다."

- 현대사회에서 '예절'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하는 마음,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마음, 남의 말을 잘 들을 줄 아는 마음, 나보다 우리라는 생각을 가져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 친정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안다. 딸에게는 어떤 엄마인가.
"내 힘의 원천은 친정어머니(조옥화·경북무형문화재12호 '민속주 안동소주', 전통식품명인 20호)이다. 1940년대 말부터 지금까지 여성단체 활동을 하고 계신 어머니는 안동에서 여성계몽가로 활동하며 민간 최초로 여성회관 건립을 주도한 여성운동가이기도 하다.

결혼과 함께 초등학교 교사직을 그만두고 가사와 두 아이 양육에만 전념하고 있던 내게 '너는 도대체 뭐하느냐'며 독려하셨다. 30대 후반, 어머니와 함께 궁중음식연구원과 예지원 등에서 궁중음식과 전통예절, 전통문화를 체계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그 후 심도 있게 유교문화를 공부하기 위해 성균관 여성유도회에 들어간 후 오늘에 이르렀다. 내가 어머니에게 받은 영향이 어디 가겠나. (웃음) 딸도 역시 내 뒤를 잇고자 성균관대 예절다도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한 뒤 계속 공부하고 있다."


- 앞으로 계획은.
"입소생들을 단계별로 교육하는 시스템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고 여성대상 프로그램(예학원)과 한문교실을 상설 운영하려 한다. 폐교를 매입, 수리해 사용하고 있는 시설이 낙후돼 리모델링을 계획하고 있다. 개인적인 희망은 전통문화를 연구해 통일된 예법을 전수하고자 한다. 예법이 가문마다, 집집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 예법이 옳고 이 예법은 틀리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일관된 예의범절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은 것이 꿈이다."


전통문화 수련의 장, 안동예절학교

안동 시내를 지나 도산서원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 잡은 안동예절학교청소년수련원(이하 안동예절학교). 퇴계 선생의 사상과 철학을 통해 한국의 정신문화와 전통문화를 계승·보존하고자 2000년 2월 닻을 올렸다.

유치부와 초·중·고등부, 일반인과 외국인까지 입소 대상자와 입소 기간에 따라 전통문화·인성·역사탐방, 예절서당캠프, 전통문화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안동지역에 산재한 유·무형 문화유적을 탐방하고 박물관 등 유관 기관과 연계해 교육의 효과를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또한 2001년 발족한 '안동어린이선비단'이 퇴계 탄생 500주년 기념 '세계유교문화축제'에 참가하면서 아이들이 유교문화에 관심을 둘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예절의 체계적인 연구와 정립을 위해 '안동예절학교예절시연단(단장 김행자)'도 설립했다. 예절을 학문화하고 시연해 우리 문화를 더 널리 알리고자 20여 명의 전문 강사들이 2000년 10월부터 국내외에서 전통관례, 계례, 혼례, 제례 시연과 더불어 전통 복식전, 돌상차림, 다례시연 등을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과 러시아 등지에서 개최하고 있다.

그 중 한 달에 두 번 하회마을 양진당에서 진행되는 전통혼례 시연에서는 결혼을 하지 못한 동거 부부를 위해 혼례식을 치러 주는 한편, 외국인과 이주 여성들을 전통혼례식에 참여하게 해 한국 전통문화를 알리고 있다.

덧붙이는 글 | 권은주 경북지사장 (경북 안동) ejskwon@hanmail.net

덧붙이는 글 권은주 경북지사장 (경북 안동) ejskw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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