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디젤 하이브리드로 일본차에 반격

리터당 무려 17.85Km... 디젤값 80센트 넘기 전에 별 실익 없을 듯

등록 2006.09.30 18:26수정 2006.09.30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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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파리 모터쇼에서 선 보인 시트로엥의 디젤 하이브리드 컨셉카 '메티쎄'

파리 모터쇼에서 선 보인 시트로엥의 디젤 하이브리드 컨셉카 '메티쎄' ⓒ Citroen


지난 28일 개최된 파리 모터쇼에서 최고의 주목을 받은 스타는 단연 시트로엥이 선보인 날렵한 스포츠카 '메티쎄'였다. 하지만 메티쎄가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것이 단순히 매력적인 스타일 때문만은 아니다. 이 차가 일본 업체가 주도하고 있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에 대한 유럽의 본격적인 대응으로 읽히기 때문.

메티쎄는 디젤엔진과 전기모터를 결합한 디젤 하이브리드 컨셉트 카다. 205마력의 힘을 내는 3000CC급 V6 디젤엔진이 앞 바퀴를 구동하고 뒷바퀴는 바퀴에 직접 장착된 20마력짜리 전기모터 2개가 구동한다. 이런 방식으로 메티쎄는 배기량이 3000CC에 달하는 고성능 스포츠카임에도 불구하고 리터당 무려 17.85Km를 달리는 놀라운 연비를 달성했다.

메티쎄가 이런 고연비를 달성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비결은 뒷바퀴에 달린 모터가 제동장치를 작동하는 순간 발전기로 변하면서 차의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회수하기 때문이다. 메티쎄는 이렇게 회수한 전기에너지를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모터를 돌리는데 다시 사용한다.

메티쎄는 또 신호대기로 정차 중일 때 엔진을 꺼 연료소모를 막고 저속 주행 시에는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를 이용함으로써 혁신적인 연비를 달성한다. 시트로엥 측은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이번 파리 모터쇼에서 메티쎄를 '친환경 스포츠카'로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도요다가 최근 렉서스 브랜드로 한국에도 출시한 가솔린 하이브리드 차와 메티쎄에는 또 하나의 중요한 차이가 있다. 발전기 겸용 모터가 도요다처럼 엔진 룸에 있지 않고 뒷바퀴에 각각 하나씩 달려 있다는 것. 이런 방식으로 메티쎄는 엔진 룸에서 뒷바퀴까지 무거운 동력전달장치를 생략할 수 있어 에너지 효율을 더 올릴 수 있었다.

사실 일본의 하이브리드 차들이 미국 시장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을 때도 유럽의 자동차 회사들은 디젤엔진이 연비제고에 더욱 적절한 대안이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바 있다.

폭스바겐 그룹의 베른트 피셰츠리더 회장은 지난해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정체가 심하고 출발과 정지를 반복하는 도심구간에서는 연료절감효과가 있지만 고속도로의 정속 주행에서는 오히려 디젤 엔진의 연비가 더 높다"며 미국의 하이브리드 열기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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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itroen

그럼에도 일제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치솟는 인기를 외면할 수 없었던 유럽 자동차 회사들은 전통적으로 유럽이 강세를 보여 온 디젤엔진을 이용해 하이브리드 차를 만드는 대안을 선택한 것.

다임러크라이슬러 그룹이 디젤 하이브리드 엔진을 장착한 벤츠 S-클래스 모델을 이미 선보인 바 있고 GM계열의 오펠은 아스트라 모델에 디젤 하이브리드 엔진을 달아 리터 당 25Km를 주행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이는 기존 가솔린 모델에 비해 25% 이상 향상된 수치.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전문가들은 디젤 하이브리드 차가 일반 자동차에 비해 대당 평균 8000달러의 제작비가 더 투입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어 경유값이 리터 당 80센트 선을 넘기 전에는 소비자들에게 별 실익이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디젤 하이브리드의 개념 자체는 사실 새로울 것이 없다. 대형 트럭이나 버스, 철도기관차 등 큰 힘이 필요한 산업용 차량에는 그 동안에도 이미 디젤 하이브리드 엔진을 채택해왔다. 다만 올해 파리 모터쇼는 산업용으로만 활용되던 디젤 하이브리드 기술을 일반 승용차에도 적용한 모델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하다.

일본 차들이 독식하던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에 유럽이 더욱 진보된 혁신적 기술을 내세워 반격에 나섬에 따라 올해 세계 하이브리드 시장은 갈수록 흥미로운 국면으로 흘러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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