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발자국 보다 공룡발자국들이 더 많다

[섬이야기 47] 전남 여수시 화정면 추도

등록 2006.10.01 19:58수정 2006.10.03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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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봤던 모습과 너무 다르다. 물속에 잠겨 있던 바위들이 층층이 모습을 드러내자 일행이 탄성을 지른다. 부안의 채석강 보다 낫다는 백야도 이재언 목사님의 말씀이 빈말이 아님을 증명이라도 하듯 아름답다.

추도에는 모두 4가구가 살고 있다. 효성 지극한 50대 중반의 조씨, 그는 팔순의 어머니를 모시고 둘이서 생활하고 있다. 뱃일을 하다 사고로 다리를 다치고 정신마저 온전치 않다. 얼마 전 극적으로 헤어진 자식들을 만난 후 다시 보고픈 그리움에 심하게 앓고 있다.


추도대통령으로 불리는 이씨, 젊어서 몇 척의 안강망배를 부리며 칠산바다와 연평바다를 누볐던 그는 노후에 비교적 안정되게 아내와 둘이서 보내고 있다. 그리고 추도의 유일한 어부 60대의 조씨, 그는 통발로 문어를 비롯해 고기를 잡는다. 급한 일이 있으면 추도의 유일한 발이 되기도 한다. 여기에 할머니 혼자 생활하는 가구까지 모두 4가구 생활한다.

a 부안 채석강에 뒤지지 않는다는 추도의 비경

부안 채석강에 뒤지지 않는다는 추도의 비경 ⓒ 김준


a 추도의 유일한 어부 조씨

추도의 유일한 어부 조씨 ⓒ 김준


사실 추도에는 4가구만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수십 리의 공룡들의 영혼이 바위에 걸터앉아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 섬을 돌다 보면 어디에서나 공룡들의 발자국은 쉽게 찾을 수 있다. 처음에는 움푹 들어간 곳이나 불룩 솟아오른 것이 어떻게 공룡발자국이냐고 생각했지만 전문가들의 설명을 듣고 나면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추도는 객선이 다니지 않는다. 사도에서 1만5천여원을 주고 사선을 타고 와야 한다. 그 만큼 사람들의 손을 타지 않아 깨끗하고 원형이 잘 보전된 섬이다. 이런 탓에 잘못된 계획이 쉽게 섬을 망가뜨릴 수도 있다. 전문가들의 고증과 조언을 구하지 않고 관광위주의 개발을 추진하다 보면 수억 년의 소중한 문화자산이 돌담으로 이용되고 시멘트에 묻히기도 하고 방파제 보수공사에 사용되기도 한다.

a 사도로 향하는 공룡발자국, 추도에서 1759점, 사도 755점, 낭도 962점, 목도 50점, 적금도 20점 모두 3546점이 확인되었다.

사도로 향하는 공룡발자국, 추도에서 1759점, 사도 755점, 낭도 962점, 목도 50점, 적금도 20점 모두 3546점이 확인되었다. ⓒ 김준


a 공룡발자국1

공룡발자국1 ⓒ 김준


추도에서 발견된 공룡발자국은 1759점이며, 사도(755점), 낭도(962점), 목도(50점), 적금도(20점)까지 모두 3546점이 확인되었다. 이들 지역은 모두 여수시 화정면에 속한 섬들로 아직 공룡알, 공룡뼈, 공룡분화석, 공룡이빨 등이 발견되지 않아 아쉽지만, 전문가들은 발자국의 규모만으로도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추도를 비롯한 일대의 지층들은 중생대 백악기에 발달한 퇴적암류와 이를 덮고 있는 응회암으로 구성되어 있다. 더구나 퇴적형태도 연흔(물결흔적)구조를 비롯한 각종 변형구조들이 그대로 교과서다.


추도에도 학교가 있었다. 마을 뒤 산이라고 부르기엔 어색한 언덕에 교사 한 동과 관사 한 동이 흔적으로 남아 있다. 관사 벽에는 붉은 글씨로 '김일성' 어쩌고 하는 바랜 글씨로 글쓴이를 반긴다. 추도에는 마르지 않는 2개의 우물이 있다. 이중 하나는 지금도 사용한다. 전기모터를 이용해 수도처럼 물을 사용하는 가구도 있지만 조씨처럼 불편한 몸을 이끌고 언덕 중간에 위치한 샘까지 계단을 오르내리며 물을 길어다 먹는 경우도 있다.

추도의 민가들은 모두 돌담이며, 전통적인 서남해 어촌의 민가양식을 잘 간직하고 있다. 포구에서 폐교까지 이르는 길이 가장 긴 골목길이 자 섬의 유일한 골목이다. 50여 미터의 이 길 양쪽에는 우물이 2개, 전통화장실, 텃밭, 70년대 시멘트 지원사업으로 단장된 낡은 시멘트 계단 등이 있다.


a 할머니가 추석에 자식들에게 먹일 욕심으로 구부정한 허리를 끌고 갯것들을 줍고 집으로 가시는 중이다.

할머니가 추석에 자식들에게 먹일 욕심으로 구부정한 허리를 끌고 갯것들을 줍고 집으로 가시는 중이다. ⓒ 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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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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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길이 열리면서 사도까지 갈라진 바닷길이 줄어들기 시작하자 군부를 잡고 고동을 줍던 할머니 두 분이 굽은 허리를 이끌고 공룡발자국을 따라 위로 올라선다. 군부와 삿갓조개를 가득 담은 광주리를 힘겹게 바위에 올려놓는다.

추도대통령이라는 이씨댁 할머니와 혼자 사는 할머니가 사리 물때에 맞춰 갯것을 주우러 나왔다. 모두 잘 갈무리 했다 추석에 자식들을 주려는 심산이다. 추도의 선착장은 지난 태풍에 중간 부분에 돌들이 유실되어 무너져 있다. 드나드는 배들도 적고, 보는 사람도 없으며 언제 복구될지 알 수 없다.

어쩌다 관심이 있는 사람들만 이곳에 공룡발자국을 보기위해서 찾는 정도다. 긴 꼬리의 붉은 노을이 사도 위로 흔적을 남기며 하루가 저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라남도에서 발행하는 '예향남도'에 연재되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전라남도에서 발행하는 '예향남도'에 연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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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동안 섬과 갯벌을 기웃거리다 바다의 시간에 빠졌다. 그는 매일 바다로 가는 꿈을 꾼다. 해양문화 전문가이자 그들의 삶을 기록하는 사진작가이기도 한 그는 갯사람들의 삶을 통해 ‘오래된 미래’와 대안을 찾고 있다. 현재 전남발전연구원 해양관광팀 연구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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