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의 한글 덕에 스타(?)가 되다.한나영
"헬로, 나영. 제닛이에요. 오늘 아침 신문에 딸이 나왔던데, 봤어요? 와우, 그것도 1면에 대문짝만하게…. 로웰과 함께 그걸 보고 기뻐했어요. 신문이 필요하다면 갖다줄게요." (제닛 웽거의 전화)
"굿모닝, 나영. 오늘 아침 신문에 딸이 크게 나왔더군요. 새벽에 신문을 읽는데 딸 사진이 나와서 기뻤어요. <데일리 뉴스 레코드>의 온라인 판(www.dnronline.com)을 클릭해 보세요. 딸을 볼 수 있어요." (앤 윌의 이메일)
"하이, 귀여운 소녀들! 여길 보세요. 신문을 오렸어요. 우리 병원에 오는 환자 가운데 이렇게 신문 1면에 나온 환자는 처음이에요. '유명한 환자'이기 때문에 여기 붙여놨어요." (병원 사무실의 애나)
"우리 학교 밴드부가 지금 뜨고 있어요. 저기 벽에 붙은 신문을 보세요. 크게 나왔죠?" (해리슨버그 고등학교 밴드 디렉터, 미스터 스노우)
"어제 신문 1면에 나온 소녀네요. 신문 5부를 달라고요? 저기 가셔서 말씀하세요." (DNR 신문사를 딸과 함께 방문했을 때)
"따님이 며칠 전 신문에 크게 나왔죠?" (식당에서 만난 어느 학부모)
작은 딸이 신문 1면에... 해리슨버그에서 스타가 되다
작은딸이 인구 5만이 채 안 되는 작은 도시 해리슨버그에서 스타가 되었다. 이 지역의 유일한 일간지인 <데일리 뉴스 레코드> 1면에 딸이 제법 크게 나왔기 때문이다. 사진은 거의 신문의 4분의 1을 차지할 만큼 컸다. 시쳇말로 '뜬' 것이다.
하지만 알고 보면 딸이 뭔가를 잘해서 신문에 실린 게 아닌지라 크게 자랑하고 우쭐댈 일은 아니다. 그냥 '우연히' 기자 눈에 띄어 그렇게 된 것일 뿐이다.
사진 관련 기사는 풋볼 시즌을 앞두고 밴드 연습에 열중하고 있는 해리슨버그 고등학교 밴드부 이야기다. 이 기사는 이들이 연주하게 될 브로드웨이 뮤지컬 <레 미제라블>과 3만 달러를 들여 새로 맞췄다는 유니폼 이야기 등 밴드부 관련 소식 뿐이다.
그러니 딸아이 개인이 신문에 크게 나올 만한 일은 결코 아니었다. 어쩌다가 밴드 디렉터와 비브라폰을 연주하고 있는 딸 사진이 크게 실렸고 그 바람에 얼떨결에 우리 가족이 축하를 받게 된 것이다.
우리는 딸아이가 신문에 나올 거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딸이 학교에 찾아온 신문사 기자와 인터뷰를 했다며 흥분되어 집에 돌아온 적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렇게 크게 1면에 나올 줄은 전혀 몰랐다.
그나저나 밴드부에 있는 인원이 모두 85명이나 된다는데 왜 하필 우리 애가 기자에게 뽑혔을까. 연주를 잘 해서? 밴드 디렉터 눈에 들어서? 아니면 미모가 뛰어나서?
그 어느 것 하나 아이가 신문 1면에 나오게 된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우리 애는 지난 8월에 고등학교에 입학한 평범한 신입생으로 뽑힐 만한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왜...? 다 '한글' 덕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