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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줄이 딸려 올라온 땅콩 ⓒ 강재규
추석을 맞이해 포항에 있는 처가에 갔습니다. 3년여 전 장모님을 여읜 장인어른께서는 소일삼아 아파트 옆 빈 공터에 밭을 일궈 갖가지 채소를 심어두셨습니다. 장인어른의 밭에는 참깨, 고추, 땅콩, 가지, 호박, 배추, 무, 파 등 없는 것이 없습니다. 농산물 백화점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처가 방문 이튿날, 집으로 돌아오기 전 동서들과 함께 장인어른의 밭에 들렀습니다. 장인어른은 이것저것 미리 수확해둔 것들을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골고루 담아주셨습니다. 아직 캐지 않고 밭에 심어져 있는 고구마와 땅콩 줄기를 걷어냅니다. 잘 여문 고구마와 땅콩이 줄줄이 딸려 올라옵니다. 외손자, 외손녀들이 신났습니다. 어른들도 신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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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삽으로 고구마를 캐고 있다 ⓒ 강재규
고향에서는 고구마를 고메(매)라 불렀습니다. 하굣길에 배는 고프고 발걸음이 무거워지면 아랫마을에 사는 친구 삼순이가 우리에게 생고메를 나누어주곤 했습니다. 생고메로 고픈 배를 채운, 윗마을에 사는 우리들은 다시 힘을 얻어 씩씩하게 멀고먼 고갯길을 돌아 집으로 갔습니다.
겨울이면 눈 속에 파묻어 두었다가 살짝 얼어 단맛이 더해진 고메를 꺼내먹으면, 촌동들에겐 더 없이 좋은 간식이 됐습니다. 또 겨울이면 마당에 나무 한 짐 부려놓고는 허기진 배를 채워주던 것도 동치미와 어우러진 고메였지요. 그래서 고구마를 예로부터 구황작물이라 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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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구마를 들어보이는 막내 동서 ⓒ 강재규
어릴 적 추억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고메가 올해 장인어른이 가꾸신 밭에서도 충실하게 여물었습니다. 눈으로만 봐도 밤고구마가 틀림없어 보입니다. 어릴 적 추억을 회상하면서 장인어른이 담아주신 고구마를 싣고 고향으로 달려왔습니다. 도로에 차가 빼곡해 길이 막혀도, 지겨운 줄 모르는 귀향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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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런 고구마 ⓒ 강재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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