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차를 움직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터널은 충분히 고통스럽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조태용
그는 묵계치를 넘어가는 산길은 잘 보이지 않으니 터널 안으로 직접 걸어가라고 했다. 그의 설명대로 우리는 터널로 가는 길을 따라 원묵계 마을을 빠져 나왔다. 생활인이 아닌 요양인만 사는 마을은 또 다른 마을에 형태라고 해야 하는지 아니며 뭐라고 해야 하는지 아무튼 생활력이 없는 마을은 왠지 쓸쓸해 보였다. 터널은 마을 바로 뒤편에 있었다. 묵계터널은 꽤 긴 터널이었다.
>묵계 터널 안에서
만약 당신의 차가 얼마나 큰 소음을 내며 먼지를 내고
유독가스를 품어 내는지 알고 싶다면 터널로 가라!
자동차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터널은
충분히 고통스럽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묵계 터널을 걷는 것은 산속에 심장을 걷는 것처럼 서늘한 기분이기도 했고 굉음을 내고 달려가는 자동차의 공포를 정확하게 체험 할 수 있는 일종의 자동차 공포 체험장이기도 했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한 번쯤 이 터널 안에서 자신들이 좋아하는 자동차가 어떤 느낌을 주는지 체험을 해보게 하고 싶었다. 아마도 진절머리가 나서 차를 쳐다보는 것도 잠시 동안은 주저하게 될 것이다.
조카와 나는 지겨운 터널을 빠져 나가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터널 안은 특유의 탁한 공기와 서늘함과 자동차의 굉음 때문에 가파른 오르막보다 더 힘들고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터널에는 언제나 끝이 있는 법이다. 20여분을 걷자 드디어 터널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환하게 밝아오는 터널의 또 다른 입구이자 출구에는 잠시 잊고 있었던 강열한 열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터널 넘어 8월의 아스팔트에는 아지랑이가 수도 없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묵계 터널을 빠져 나오면 하동에서 산청으로 군을 옮겨 타게 된다. 묵계 터널을 내려와서 곧장 밑으로 내려가면 거림계곡이 나온다. 거림계곡으로 지리산 세석평전으로 오르기도 하는데 나는 한 번도 거림계곡으로 올라가보지는 못했다. 거림계곡에서 민박을 하는 아주머니에게 중산리 넘는 고갯길을 물어보니 자기는 잘 모른다면서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라고 한다.
동네 사람들도 그 고갯길을 몰랐다. 단지 그 고개를 넘으면 중산리가 나온다고만 했고 정확하게 길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마을 청년들이 마을 점포에 있어서 길을 물었지만 중산리 고갯길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나이 드신 분들은 너무 오래되어서 길이 없을 것이라고 했고 젊은 사람은 가보지 않아서 길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니 젊은 사람이나 나이 드신 분들이나 모두 오래된 산길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