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선>, 10년 후 다시 찍고 싶다"

[PIFF 관객과의 대화] 박흥식 감독·손태영·김강우에게 듣다

등록 2006.10.15 14:38수정 2006.10.15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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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11회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새로운 물결') 부문에서 눈길을 끌고 있는 박흥식 감독의 두 번째 영화 <경의선>의 한 장면.

11회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새로운 물결') 부문에서 눈길을 끌고 있는 박흥식 감독의 두 번째 영화 <경의선>의 한 장면. ⓒ PIFF

상처 입은 두 사람이 만나 각자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함축적이고 서정적인 영상에 담아 표현한 영화 <경의선>의 감독과 배우가 부산관객들을 만났다. <경의선>은 11회 부산국제영화제(PIFF) '새로운 물결'('뉴커런츠') 부문에 초청된 박흥식 감독의 두 번째 영화로, 손태영과 김강우가 대학 독문학 강사와 지하철 기관사로 출연했다.

14일 밤 9시, 부산 장산CGV에서 열린 '관객과의 대화(GV)'엔 시종일관 즐거운 비명이 가득했다. 이미 <경의선>은 영화팬들로 매진된 상황. GV까지 진행되자 열혈 영화팬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a 영화 <경의선>의 주연배우 손태영, 김강우씨와 박흥식 감독이 관객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영화 <경의선>의 주연배우 손태영, 김강우씨와 박흥식 감독이 관객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김보성

박 감독은 관객들에게 "이렇게 많은 분이 열렬히 환영해 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첫 인사를 건넸다. 유부남을 사랑하고 상처받은 한나역을 연기한 손태영이 "감독님과 부산국제영화제 관객 여러분과 함께 봐서 좋습니다, 미흡한 연기 봐주셔서 고맙다"고 겸손하게 말하자 관객들은 "연기 너무 좋았어요"를 외치며 격려했다.

기차 자살사고로 고통받는 운전사 만수역을 맡은 김강우는 "열심히 연기했는데 재미있게 봐 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말로 만남을 시작했다.

a 박흥식 감독.

박흥식 감독. ⓒ 김보성

- 왜 경의선인가 하다가 경의선이 북으로 달릴 수 없는 단절의 선로임을 알았다. 영화에서도 두 주인공이 언젠가 하나가 되어 만나는 것을 내포한 것은 아닌지.

박 감독 "경의선에 대해 젊은 분들은 잘 모를 것이다. 원래 올여름 개통하기로 했으나 북한의 거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남북통일을 해야 하는 것처럼 영화 속 두 주인공도 맺어져야 하기에 함축적인 감독의 욕구를 담아 선택한 것이다."

- 한 여자가 만수의 기차에 뛰어들어 자살하는데 왜 뛰어들었는지 밝히지 않았다.


박 감독 "여인의 자살 부분은 대본 쓸 때부터 고민했다. 이 여자가 왜 뛰어들어 죽었느냐 까지 이야기해 준다면 전체 이야기의 중심이 두 주인공이 아닌 이 여자에게 가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있어도 일부러 호기심을 자극하도록 남겨두었다."

"10년 후 다시 이 두 사람의 이야기를 찍고 싶다"


a 이한나 역을 맡은 손태영.

이한나 역을 맡은 손태영. ⓒ 김보성

- 영화의 마지막 부분은 두 사람의 희망을 이야기한 것이 아닌가.

손태영 "각자의 삶을 보여줬다. 서로 만나며 개인의 상처를 치유하고 아픈 상황을 헤쳐나가 새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김강우 "삶이란 순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삶에서 힘든 일이 있어도 스스로 치유해 낼 수 있고, 서로 위안을 받고 각자 삶으로 돌아가는 영화의 주인공처럼 삶은 순환하고 흘러간다고 생각한다."

박 감독 "두 사람을 한 공간에 넣고 싶었다. 다양한 모습을, 같이 있고 서로 바라보고 달려가는 장면들을 찍었다. 그러나 10년 후 다시 이 두 사람의 이야기를 찍고 싶다. 10년 후 어떻게 되었을지 담고 싶었기 때문에 영화의 마지막에 여운을 남겨두었다."

a 김만수 역의 김강우.

김만수 역의 김강우. ⓒ 김보성

박 감독은 주연배우인 손태영과 김강우의 연기에 대해 "마지막에 두 사람이 껴안고 눈물 흘리는 장면을 5분 30초 동안 촬영했는데 단 한 번의 NG도 없이 촬영할 수 있었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한 관객이 김강우에게 "이번 영화를 통해 연기하는 모습을 처음 보는데 앞으로 자주 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영화관 이곳저곳에서 "저런", "아닌데~" 등 안타까워하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이미 <태풍태양>으로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던 김강우도 어색한 웃음과 함께 "앞으론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말해 극장 안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관객들이 손태영의 욕실 독백장면을 인상 깊게 봤다고 하자 손태영은 "대사를 읊으며 한나의 감정에 빠져들어 한나와 동화된 연기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관객들이 부산말로 이야기해달라고 하자 손태영은 수줍어하며 "하께~됐제"하는 어색한 부산사투리로 인사해 눈길을 끌었다.

"자신의 연기를 보고 참 잘했다고 한다면 더는 연기 못 해"

"나 아니면 어느 누구도 만들지 못할 것 같은 장면이 있느냐"는 한 관객의 질문에 박 감독은 "생각해봤는데, 아쉬운 게 너무 많아 오히려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관객들은 "에이~ 약한 모습", "아무도 고깝게(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않아요~ 말해요"를 외치며 격려했다.

손태영은 이른 아침부터 촬영한 영화 속 요가신을 제일 힘든 장면으로 꼽았다. "아침부터 감독님이 옆에서 이 자세, 저자세 많이 시켜 최고의 자세를 만들기 위해 진이 빠졌다."(웃음)

"배우가 시사회에 나와 말하는 게 참 부끄럽다"고 말한 김강우는 "자신이 나오는 영화를 보고 '참 잘했구나'라고 한다면 더는 연기를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20년에서 30년은 더 연기해야 만족할 만한 연기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a 부산국제영화제의 또다른 재미 GV(관객과의 대화). 영화 <경의선> GV에서 영화팬들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이날 GV가 진행되는 동안 극장에는 시종일관 웃음이 가득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또다른 재미 GV(관객과의 대화). 영화 <경의선> GV에서 영화팬들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이날 GV가 진행되는 동안 극장에는 시종일관 웃음이 가득했다. ⓒ 김보성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입소문을 타며 주목받고 있는 영화 <경의선>. 이룰 수 없는 꿈과 상처, 상대방에 대한 죄의식과 외로움을 서정적인 영상에 담은 박흥식 감독의 두 번째 영화가 '새로운 물결' 부문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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