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 요렇게 이쁘게 들어 있네요.이승숙
요즘 우리 집은 온갖 것들을 다 넣어서 밥을 한다. 쌀 한 공기에 흑미 약간, 그리고 보리쌀 조금에 콩과 밤을 넣어서 밥을 짓는다. 오늘 아침에는 생땅콩이 보이기에 그것도 몇 개 넣었다. 그랬더니 밥맛이 없다며 투정 아닌 투정들을 부린다.
하얀 쌀로만 밥을 지으면 밥맛은 좋다. 밥을 풀려고 솥뚜껑을 열면 밥 냄새도 좋다. 물기 없이 자르르르 윤기가 나는 밥을 한 숟갈 떠서 입에 넣으면 씹는 맛도 또한 좋다. 그러나 밥에 온갖 잡곡들을 넣어서 밥을 하면 밥 짓기가 쉽지 않다. 물을 잘 잡아주지 않으면 밥에 물기가 많아진다. 그래서 주걱으로 밥을 뜰 때면 솥전에 물기가 비치는 게 벌써 밥이 맛이 없어 보인다.
하얀 쌀밥은 왠지 뭔가 부족해 보인다. 쌀눈에 영양가가 많다는데, 정미소에서 도정을 할 때 쌀눈이 다 떨어져 나가 버린다. 그러니 쌀로만 밥을 하면 괜히 뭔가 부족하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늘 뭔가를 쌀과 함께 넣어서 밥을 하려고 하는데, 그럴 때마다 우리 집 남자들은 투정 아닌 투정을 하는 것이다.
우리 집 텃밭에는 일부러 씨를 뿌리지 않아도 해마다 저절로 나는 게 몇 가지가 있다. 우리가 이사 오기 전에 살았던 사람들이 심고 거둔 곡식들이 땅에 떨어져서 저절로 해마다 나는 거다. 그중에 콩도 끼어 있다. 그것도 몇 가지가 저절로 난다.
가을이 되니까 콩 꼬투리가 여물어간다. 어떤 것들은 벌써 갈라져서 콩알들이 땅에 떨어져 버렸다. 그렇게 떨어진 콩이 내년에 또 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