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핸드볼 골수팬입니다"

등록 2006.10.22 19:45수정 2006.10.23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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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핸드볼 팬들이 경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핸드볼 팬들이 경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이동욱

21일 오전, 핸드볼 경기가 벌어지는 안동실내체육관으로 가기 위해 기차를 탔습니다. 떨렸던 걸까요? 저는 "10년 만에 처음 만난 정말 반가운 친구를 만나기 전날, 저는 한숨도 못잤습니다"라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핸드볼을 보러 가기 전날 밤, 저는 딱 3번 잠들었습니다. 그것도 20~30분 정도씩 말이죠.


드디어 핸드볼 경기장에 도착을 했습니다. 거기서 '핸드볼을 사랑하는 사람들' 카페 회원 두 분을 만났습니다. 이분들, 경기가 있을 때마다 한 번씩 경기장을 찾는다는 분들입니다. 경기장에 올 때마다 거의 비슷한 관중 수와 분위기에 많이 익숙해 진 듯합니다.

삼척에서 오셨다는 '핸생사 홍길동'님은 "예전에는 가족단위로만 왔는데 요즘엔 일반인들도 많이 찾아온다"며 "각 팀의 분위기도 많이 상승되었고 팀의 전력도 많이 올라간 듯하다"고 말합니다.

a 핸드볼을 보러 온 관중들과 그에 힘을 얻는 선수들의 운동모습.

핸드볼을 보러 온 관중들과 그에 힘을 얻는 선수들의 운동모습. ⓒ 이동욱

이날은 경북 국군체육부대와 인천 도시개발공사의 경기가 있었습니다. 이 외에도 7경기가 더 있었지요.

경북 대표로 나선 국군체육부대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안동에 있는 3곳의 학교에서 약 500명 정도의 학생들이 단체 관람을 왔습니다. 이들 외에 일반인 관중은 70여명 정도 됐습니다. 국군체육부대의 골이 나올 때마다 터져 나오는 함성이 낯섭니다. 그러나 이 학생들은 경기가 끝남과 동시에 '우루루' 퇴장합니다.

이 모습을 보면서 마산에서 오신 '영감'님께서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셨습니다. '영감'님은 "나에게는 핸드볼이 '식탁에 밥'에 비유할 수 있다"며 "자격증 시험이 며칠 남지 않았는데 한번쯤 미친(?) 짓을 해서라도 핸드볼을 보고싶었다"고 말씀하시며 웃으십니다.


'영감'님은 창원경륜공단 팀의 골수팬이십니다.

"옆동네에 숙소가 있어서 그런지 나에게는 가족같은 팀이다. 처음 핸드볼 경기장을 찾았을 때 그 스피드와 박진감에 반했다. 이렇게 재밌는 경기가 왜 인기가 없을까란 생각도 했다. 창원경륜공단 팀이 연습하는 마산 무학여고 체육관을 자주 찾는다. 처음엔 감독님의 첫인상이 굉장히 무서웠지만 요즘에는 숙소에 강아지가 몇마리 있는지와 강아지의 이름까지 알 정도."


핸드볼 골수팬들은 "축구와 농구도 재밌지만, 핸드볼이라는 경기도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오지 못 할 만큼 재밌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니 꼭 한 번 와서 매력을 느껴보라"고 말합니다.

a 핸드볼 경기가 끝나기 전 텅 비어버린 관중석

핸드볼 경기가 끝나기 전 텅 비어버린 관중석 ⓒ 이동욱

21일 저녁, 경기장을 나오는 길에 또다시 텅 비어있는 경기장을 바라보고 있으니, 왠지 모를 씁쓸함이 밀려옵니다. 우리나라 핸드볼, 이미 검증된 종목이라는 건 분명하지만 국제대회에서만 주목받는 것이 이상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더욱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분명 재밌는 종목임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2년 남은 베이징 올림픽이나 되어서야 또다시 주목받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음엔 경기장 가득 핸드볼 골수팬들이 자리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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