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언론시민연합이 개최한 제6회 퍼블릭액세스 시민영상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아! 대한민국'의 가성문 감독, 안양예술고등학교에서 영화를 전공 중인 3학년 학생이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알란 파커 감독을 좋아합니다. <더 월(The Wall)>이란 작품 보셨습니까? 핑크 플로이드의 <더 월>이라는 앨범을 뮤직비디오로 찍은 것이고, <에비타>, <미드나잇 익스프레스>, <데이비드 게일>을 만들었습니다. 영국 감독인데, 사회에 대한 문제 의식을 영상으로 잘 표현하고…."
'좋아하는 영화 감독은 누구냐'는 질문이 끝나자마자 대답이 쉼 없이 쏟아져 나왔다. "왕십리의 비디오 가게에 만날 앉아있었다"는 그는 '할리우드 키드'임에 틀림없었다.
가성문(19·안양예고 연극영화과)씨는 그저 영화 보기만을 즐기며 막연하게 영화 감독을 꿈꾸는 10대는 아니다.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로 만든 것이 이미 세 번째다.
그는 세 번째 작품 '아! 대한민국'으로 민주언론시민연합에서 주최한 '제6회 퍼블릭액세스 시민영상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가씨는 자신이 만든 영화들에 대해 "작품이라기보다 습작"이라고 깎아 내렸지만, 지난 8월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에서도 대상을 받았다.
일곱색깔 무지개를 품은 영화감독 지망생
26일 인터뷰를 위해 만난 그는 에너지가 넘치는 10대답게 여러 사람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고등학생이 공부만 잘 하면 된다는 생각에 사회 문제에 무관심하면 세상을 넓게 볼 수 없다"며 북핵을 이야기할 때는 나이든 교장선생님 같았고, "정태춘씨의 '아! 대한민국'이라는 노래를 들으면서 한국의 현실을 되돌아보며 탄식했다"는 말에 장발의 복학생 남자 선배가 떠올랐다.
말하는 문장마다 '다, 나, 까'로 끝맺을 때는 군기가 잔뜩 잡힌 이등병 같았고, "상금은 학교 발전을 위해 학교에 기부했다, 돈이 생기면 쓸 생각만 하고 헤이해진다"고 말할 때는 법정스님이 와계신가 했다.
"아까 오던 길에 나눠주던 전단지를 못 받았다, 길에서 나눠주는 전단지에 뭐라고 적혀 있을까 궁금하다"고 말할 때는 산만하고 엉뚱한 남동생의 모습이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그는 "자랑 하나 해도 되느냐"면서 수시 모집 1차에서 20대 1의 경쟁률을 뚫었다고 귀띔했다. 최종 합격자 발표를 하루 앞둔 그는 "대학 들어가면 '캠퍼스 라이프'를 마음껏 즐기고 싶다"며 고등학교 3학년생의 모습을 숨기지 않았다.
가성문 감독이 말하는 나의 영화
가씨에게 2회 연속 대상을 안겨준 작품은 '아! 대한민국'이라는 20분짜리 영화. 뇌물을 소재로 한 이 영화는 한 건설사 하청업자에게서 출발한 돈 봉투가 시청 공무원-교사-경찰-원조교제로 돈을 버는 여고생을 거쳐 결국 하청업자에게 돌아간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고등학교 3학년생이 만들었다고 하기엔 암울한 영화다. '영화가 왜 이렇게 어둡냐'는 지적에 가씨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