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미국, 더 이상의 대북 제재는 안 된다

등록 2006.10.29 17:39수정 2006.10.29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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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정치·경제적 조건을 언급할 필요도 없이, 전쟁의 발생 원인은 근본적으로 인간의 마음속에 있다. 인간의 마음속에서 분노와 증오가 생기지 않는 한, 현실세계에서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은 낮을 것이다.

이 점과 관련하여 조지 부시 미 행정부의 어리석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을 상대로 전면전을 벌이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설령 전면전을 벌인다 해도 그 승산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부시 행정부는 북한 지도부의 심리 상태를 점점 더 분노와 증오로 몰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점점 더 가중되는 대북 압박정책은, 김정일 위원장을 포함한 북한 지도부의 마음속에 '핵실험 후속조치'의 필요성만 심어 줄 뿐이다. 북한처럼 지도부와 인민대중이 고도의 심리적 일체성을 이루고 있는 사회에서, 최고 지도부가 모종의 결심을 하면 이는 사회 전체가 동일한 결심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미국은 '북한이 설마 무모한 행동까지야 하겠는가?'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핵실험 단계인 지금 단계에서마저 미국이 대북 제재를 해제하지 않는다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부득이하게 '다음 단계'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핵실험까지 단행한 마당에 이제 와서 김정일 위원장이 무릎을 꿇으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너무나 낭만적인 환상일 것이다. 그럴 생각이 있었다면 지금보다 더 어려웠던 제1차 핵대결 때에 미국에 굴복했을 것이다.

미국의 경고와 위협에도 불구하고 핵실험을 강행했다는 것은 북한이 미국에 무조건 굴복할 의사가 없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금융제제가 한층 더 강화되는 시점에서 북한이 핵무장의 수위를 한 단계 높였다는 것은 미국이 압박의 수위를 높이면 북한도 대응의 수위를 높이게 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은 북한 지도부의 의지를 똑바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가 해제되지 않는 한 절대로 미국의 요구에 굴복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더 많은 나라들을 대북 제재에 끌어들인다 해도 그것은 북한 지도부의 투지를 불태울 뿐이며 그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것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미국은 북한의 금융제재 해제 요구가 결코 무리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미국에 대해 빚을 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미국이 북한의 금융계좌를 차단하는 것은 월권적인 행위다. 이는 채권자도 아니면서 남의 재산을 압류하는 행위와 똑같은 것이다. 그리고 북한은 미국에 대해 돈을 빌려 달라고 하지 않았다. 그저 북한의 정상적인 경제생활을 방해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또한 미국은 북한 사람들과 남한 사람들의 기질이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남한 사람들이 미국 앞에서 순순하게 행동하는 것은 남한이 처한 부득이한 상황에 기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남한과 다른 상황에 놓여 있다. 북한은 미국에 굳이 잘 보이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살아 갈 수 있고, 또 이제까지도 그렇게 해 왔다. 그러므로 남한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으로 북한 사람들을 대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처럼 북한의 '목줄'을 조이면서 회담장에 나오라고 하는 것은 북한의 자존심을 한없이 자극하는 일일 뿐만 아니라 북한 지도부를 '핵실험 이후 단계'로 내모는 행동이 될 것이다. 미국이 북한을 자극하면 할수록 북한은 굴복하는 게 아니라 더욱 더 강해지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미국이 진정으로 북한을 회담장으로 유인하고 싶다면 북한의 멱살을 잡고 있는 두 손부터 일단 내려놓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핵실험을 똑똑히 목격해 놓고도 대북 제재를 끝내 풀지 않는다면 이는 식칼 든 주방장을 위협하는 어리석은 식당 주인의 운명을 자초하는 행위가 될 것이다.

미국이 일본·한국·중국을 동원하여 북한을 압박하려 하는 것은 마치 주방장을 주방 안에 가두어두는 것과 같은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식당 주인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대북 군사훈련) 또 주방 안에 밥도 넣어 주지 않는다면(금융제재),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에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는 명약관화한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주방장의 손에 식칼(핵무기)이 쥐어져 있는데 지금처럼 주방장을 한없이 압박한다면, 이는 주방장을 격노하게 만드는 일이며 또한 예측불허의 인명사고를 자초하는 일이 될 것이다. 북한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간다면 킬링 키츤(killing kichen)의 불상사가 생기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식당 주인이 완력으로 주방장을 압도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주인이 주방장을 인격적으로 무시하면서 목줄까지 조인다면 주방장은 식칼을 든 오른손에 힘을 줄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식당 주인이 불상사를 예방하고 평화적으로 사태를 마무리하려면 성난 주방장을 일단 진정시키는 지혜를 보여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주인이 먼저 언성을 낮추고, 주방장의 멱살을 쥐고 있는 두 손을 내려놓아야 할 것이다.

그런 다음에 홀(회담장)로 되돌아가 주방장과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눈다면 주방장이 가진 불만과 고뇌를 이해하는 한편 그의 양보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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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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