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란한 가정에서 가정교육?'
이런 자기소개서는 낙방입니다"

[모든 시민은 저자 56] <내 인생 쨍하고 해뜰 날> 펴낸 이명숙 기자

등록 2006.11.06 08:56수정 2006.11.07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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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이력서 쓰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는 이명숙 씨

이력서 쓰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는 이명숙 씨 ⓒ 서종규

면접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그 어려운 필기시험을 합격해 놓고도 면접에서 불합격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면접뿐만 아니라 이력서를 쓰는 것과 자기소개서를 쓰는 것도 기술이 필요하다. 즉, 직업을 구하기 위해선 기술이 필요하다.


노동부 고용지원센터는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구직 서비스를 제공한다. 구직자가 센터의 문을 두드리면 직업상담원이 상담을 해주고, 직업적성검사 및 직업심리검사를 통하여 개인별 취업지원계획을 세워준다. 그리고 직업 훈련이나 성취프로그램을 통하여 개인별 취업 준비를 시킨다.

구직자들은 이 곳에서 취업에 대한 긍정적 생각을 가다듬고, 취업에 적합한 이력서 쓰기, 각종 면접사례를 통한 면접기법을 익힌다. 또한 면접연습 및 구직과정의 걸림돌 극복 방법을 배운다.

센터는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를 잘못 쓰는 사람에게는 잘쓸 수 있게, 면접에 약한 사람에게는 면접에 강하게 훈련을 시킨다. 때로는 기업체에 취업을 알선하고 동행 면접을 실시하는 등 취업할 때까지 개인별 1:1 맞춤서비스를 제공한다.

쨍하고 뜨는 해 보려거든 이 곳으로

a <내 인생 쨍하고 해뜰 날> 이명숙 지음

<내 인생 쨍하고 해뜰 날> 이명숙 지음 ⓒ 미디어윌

광주종합고용지원센터에서 현재까지 10여 년 동안 성취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만난 구직자들의 각종 사연과 취업과정을 <오마이뉴스>에 올려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이명숙씨가 최근 관련 내용들을 <내 인생 쨍하고 해뜰 날>이란 책으로 묶었다.


10월 31일 오후에 그를 만나려고 찾아간 곳은 광주 중앙IT직업전문학교 강의실. 주로 청년들인 20여 명의 구직자들이 이력서 쓰는 방법을 배우고 있었다. 강사들이 열띤 수업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취업을 준비하는 각 직업훈련원이나 대학교 및 중·고등학교까지 강의를 나간다고 한다.

"이력서는 구체적으로 쓰세요. 고정관념에서 탈피해야 합니다. 중퇴나 휴학, 자퇴 등 자기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심어줄 내용은 쓰지 말고, 그 앞 졸업을 최종학력으로 쓰세요.


재취업인 경우 전 근무지에서 활동했던 구체적인 내용까지 기록하세요. 예를 들어 무슨 동호회 총무로 활동했다든지, 무슨 동호회 회장으로 활동했다까지 쓰세요. 회장을 했다면 리더십이 강하다는 것이 드러나고, 총무를 했다면 돈 관리나 전체를 총괄하는 능력이 드러나겠지요."

흔히 구직자들은 문방구에서 파는 인사서식 이력서를 주로 사용하는데, 이러한 이력서는 자신의 장점을 드러내는 데 한계가 있단다. 그래서 요즈음은 자유형식 이력서를 많이 쓰는 추세라고. 자유 형식 이력서는 기본 틀이 없고 자기의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는 강점이 있다.

이명숙씨는 자유경력 이력서를 사용하면 목표 설정에서부터 자격·경력·특기사항 등을 잘 소개할 수 있고 기업체 호응이 좋다는 내용을 파워포인트까지 동원해 설명했다. 이어서 이력서를 직접 써보게 하고 나와서 발표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a 구직자들에게 강의하고 있는 모습

구직자들에게 강의하고 있는 모습 ⓒ 서종규

강의를 마치고, 광주광역시 금남로 5가에 있는 광주종합고용지원센터로 갔다. 널찍한 사무실엔 취업을 준비하려는 듯한 사람들이 서류를 들고 컴퓨터를 검색하거나 상담을 하고 있었다. 쑥스러워하는 이명숙씨와 대화를 나누었다.

인기직종 잘못 따라갔다간 평생 불행

- 요즈음 취업에도 자기소개서가 그렇게 중요하군요. 취업뿐만 아니라 대학 진학에도 자기소개서가 대단히 중요한데, 자기소개서를 쓰는 방법을 간단하게 소개해 주세요.
"자기소개서 쓰는 방법을 어떻게 한 마디로 답변할 수 있겠어요. 몇 시간에 걸쳐서 교육해도 부족한데. 그렇지만 본인이 지원하고자 하는 직종에 관하여 자기소개서를 맞추어야 합니다.

자기소개서를 보면 대부분 초등학교는 어디를 나오고, 중·고등학교는 어디를 나오고 단란한 가정이나 자애로운 어머니, 엄부 시하에서 가정교육을 받았다는 둥 상투적인 문구를 쓰는데, 이렇게 쓰면 모두 서류 심사에서 제외된다고 생각하면 좋습니다.

응시하는 분야에 맞는 자기소개서가 필요한데, 경리직에 취업하고자 한다면 경리직에 맞는 성장과정을 추려내고, 경리직에 관련된 학창시절의 활동 내용 등 직업에 맞는 내용을 써야 합니다."

a "구직도 기술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는 이명숙 씨

"구직도 기술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는 이명숙 씨 ⓒ 서종규

- 수많은 이력서를 냈는데 취업에 실패한 사람들이나 취업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하실 말씀이 많으실 것 같은데요.
"취업의욕을 상실하여 자신감이 없는 구직자나 구직기술의 향상이 필요한 구직자, 어떻게 일자리를 구해야 할지 잘 모르는 구직자, 잦은 취업 알선에도 불구하고 면접에서 번번이 떨어지는 구직자 등 구직을 원하시는 분들을 저희는 돕고 있습니다. 구직에 대한 희망을 갖고 저희에게 오십시오. 전국에 있는 고용지원센터를 찾으십시오. 그러면 반드시 새로운 희망이 있을 것입니다."

- 고용지원센터에서는 초등학생부터 대학생, 성인, 재취업, 60대에 이르는 사람들까지 각각의 특성에 맞는 진로지도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다고 했는데, 청소년들은 과연 어떻게 미래를 준비해야 할까요.
"'내게 맞는 직업이 무엇일까' 하는 고민을 해 보았으면 좋겠어요. 자기 직업이 적성에 맞는 곳을 선택하면 좋겠지요. 좋은 학교가 아니더라도 자기 적성에 맞는 직업을 선택하여 행복하게 직장생활을 했으면 합니다.

자기 적성이나 소질은 고려하지 않고 인기 있고 돈 잘 버는 직업을 강조하는 부모들에 이끌려 선택한 직업에 만족하지 못하고 평생을 살아가는 것이 불행이죠."

"자살하려는 구직자에게 진로상담을, 꿈많은 아이들에게 동화를"

- <오마이뉴스>에 어렵게 살다가 취업에 성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게 된 계기와 이 내용을 <내 인생 쨍하고 해뜰 날>이란 책으로 묶게 된 동기가 무엇인가요.
"고용지원센터에서 직업상담원으로 10년 간 일하면서 취업 정보를 몰라 자살 등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려는 사람들을 많이 봤는데 그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싶었어요. 취업을 하지 못해 혼자 힘들어하지 말고 이 곳에 고민을 털어놓고, 취업 방법을 서로 모색하면서 반드시 취업할 수 있다는 희망을 불어넣어 주고 싶었어요.

어렵게 살다가 성취프로그램에 참여하여 결국 취업에 이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작년 10월부터 <오마이뉴스>에 올렸습니다. <오마이뉴스>를 택하게 된 것은 인터넷 신문으로 영향력이 가장 컸고, 누구나 시민기자가 되어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죠. 전국적으로 반응이 아주 좋았습니다. 해외에서도 감사하다는 메일이 오기도 했어요. 그런 맥락에서 책으로 묶게 된 것이구요."

a 구직자들과의 면담 모습

구직자들과의 면담 모습 ⓒ 서종규

- 책 저자 소개에 보니까 1999년에 <문예사조>에 중편소설 <유리벽>을 통하여 등단하시고 소설을 쓰신다고 하던데, 작품은 어떻게 쓰고 계신지요.
"예, 금년 2학기부터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 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실기 위주의 대학원 수업이라서 소설을 계속 써가야 합니다. 학생들이 써온 소설을 서로 읽고 분석하거든요.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우러나오는 여러 취업자들의 눈물나는 사연들을 어떻게 써낼 것인가 다시 성찰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소설뿐만 아니라 동화도 써보고 싶어요. 우리 아이들에게 어려서부터 진로에 대한 관심과 자신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할 수 있잖아요. 그러한 동화를 보고 어려서부터 자기 진로를 스스로 풀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덧붙이는 글 | 인터뷰 도중 KBS '피플 세상속으로'라는 프로그램에서 그의 직업상담 모습과 성취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취업한 사람들,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방영하려고 촬영 중이어서 매우 바빠 죄송하다고 하였다. 방영은 KBS 1-TV. 11월 9일(목) 오후 7:30-8:30이다.

덧붙이는 글 인터뷰 도중 KBS '피플 세상속으로'라는 프로그램에서 그의 직업상담 모습과 성취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취업한 사람들,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방영하려고 촬영 중이어서 매우 바빠 죄송하다고 하였다. 방영은 KBS 1-TV. 11월 9일(목) 오후 7:30-8:3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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