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찜은 부드러워서 그냥 술술 넘어가지요.이승숙
한때 나는 내 아이들에게 음식으로 기억되는 엄마가 되고 싶었다. 엄마를 생각하면 엄마가 해주던 음식이 떠오르고 또 그 음식을 먹을 때면 생각나는 그런 엄마가 되고 싶었다. 그 때 나는 내 건강에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늘 그렇게 기억에 남길 무엇을 찾아 헤매었던 거 같다.
아침밥을 먹으면서 아들아이에게 물어봤다.
"아들아, 엄마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음식이 뭐지?"
아들은 생뚱맞은 엄마의 질문에 한참을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음… 굴김치가 제일 맛있었어요. 싱싱한 생굴을 듬뿍 넣고 해준 그 김치 참 맛있었는데 왜 요즘은 안 해요?"
"그래? 그랬냐? 또 뭐가 있어?"
엄마의 반강제성 질문에 아들은 또 머리를 굴려본다.
"예전엔 어머니가 해주시는 음식들 다 맛있었는데 지금은 별로예요. 그땐 멸치조림 하나도 얼마나 맛있었는데… 감자탕도 맛있었고 다 맛있었어요."
애들에게 음식으로 기억나고자 했던 그 시절은 내 나이가 팔팔한 삼십대 중반일 때였다. 그때는 온 가족이 삼시 세 끼를 거의 같이 먹었으니 음식을 해도 재미가 있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침 한 끼만 식구들이 같이 먹는다. 그러니 음식을 해도 줄지 않고 또 느긋하게 둘러앉아서 음식 먹을 시간적 여유도 없다. 식구들 모두가 다 나름으로 바쁘다.
그리고 또 그때와 달리 나는 집과 가족 이외에 생각하는 것들이 많아졌다. 여기저기에 힘을 분산하다 보니 자연스레 집안일에 등한시했던 거도 같다. 그래서 음식도 대충 하다 보니 입에 쏙 맞는 음식을 못 만들게 되었던 거 같다. 아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핑계 아닌 핑계를 대었다.
이번 주말에는 생태김치를 담가봐야겠다. 그 옛날, 엄마 살아 계실 적의 그 시절로 돌아가서 나박하게 무도 썰고 생태 머리도 쪼아서 버무려 봐야겠다. 작은 김치통에 담아서 친정아버지께 보내 드려야겠다. 늘 마음으로만 하던 생각들을 실천으로 옮겨봐야겠다.
생태김치를 만들어서 아버지께 보내 드리면 아버지는 어떤 생각을 하실까. 애살 많고 잔정 많았던 엄마를 떠올리실까. 엄마 손맛 비슷하게 해낸 딸 솜씨를 보면서 엄마를 생각하실까. 눈물을 속으로 삼키시며 밥을 잡수시지는 않으실까.
생태김치로 남아있는 우리 엄마를 이번 주말에는 만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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