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조금 만들어 본 고추 부각을 잘 거두지 못해서 곰팡이가 피었네요.이승숙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려고 닭장으로 가는데, 마당 끄트머리에 있는 야외탁자 위에 얹혀 있는 대나무 소쿠리가 보였다. 고추를 찹쌀가루에 묻혀서 찐 다음에 대나무 소쿠리에 널어놓고 말리고 있었는데, 그게 여태 그대로 있었다.
'어, 저거 고추부각이잖아. 저거 다 말랐을 텐데 왜 그대로 두었지?' 속으로 이리 생각하며 가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애써 말려 두었던 고추부각들에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아이고, 이거 이슬 다 맞혔구나. 저녁 때 좀 거둬들이지. 이 아까운 걸 다 썩혔네.'
내가 집을 나설 때 꾸들꾸들하게 말라가던 고추부각에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아침에 내어서 널어놨다가 저녁에 거둬들여야 하는데, 남편이 미처 챙기지 못했나 보다. 그래서 이슬을 맞았고, 축축하게 마르다 젖었다 하며 곰팡이가 피어 버렸나 보다.
우리 집엔 텃밭이 있지만 우리는 그 텃밭에 그리 정성을 들이지 않는다. 콩이며 깨, 고추장이며 된장까지 다 시어머님이 보내주셔서 우리는 별로 아쉬운 게 없고, 그래서 텃밭은 대충 농사짓는 흉내나 내는 곳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