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들렀는데도 이렇게 정갈한 찻상을 차려 줍니다.이승숙
봄이 엄마는 진짜배기 살림꾼이다. 살림 사는 재주가 얼마나 좋은지 나이 더 먹은 우리도 봄이 엄마에게 배울 때가 참 많다. 봄이네 집에 가면 어느 한구석 주부인 봄이 엄마의 손길이 가지 않은 곳이 없다. 특별하게 호사스럽게 꾸며놓고 살진 않지만 가구며 집기류에서 봄이 엄마의 알뜰함과 세심함이 엿보인다.
어쩌다 한 번씩 봄이네 집에 놀러 가서 밥을 같이 먹을 때면 그 집 살림살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음식을 담을 때도 신경을 써서 딱 그 음식에 맞는 그릇에 담아낸다. 그러니 식탁에 앉으면 눈으로 벌써 행복하고 나중엔 배불러서 또 한 번 행복감에 젖게 된다.
그녀는 또 아이들과 남편도 알밤같이 거둔다. 두 딸들은 사랑을 충분히 받고 자라서 구김이 없고 남편은 마누라의 든든한 내조 덕분에 승승장구한다.
나는 어떤 때 생각해 본다. 나중에 우리 아들의 배우자로 봄이 엄마 같은 사람이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살림 야무지게 잘 살고, 식구들을 내 품 안에 감싸 안고 따뜻하게 먹이고 입혀주니, 내 아들이 봄이 엄마 같은 여자를 만나면 호강하면서 살 거 같아 은근히 그런 생각을 할 때도 있다.
애들이 어느 정도 자라서 엄마 손이 덜 가도 되는 나이가 되자 봄이 엄마는 자기 개발로 들어갔다. 방송통신대학교에 입학해서 만학의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그리고 또 문화유산해설사 공부를 하고 있는 거다.
고려궁지에 같이 갔던 정우 엄마와 나는 봄이 엄마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저기 저 기와 지붕 위에 풀 보이죠? 저걸 와송이라고 불러요."
"와송? 기와 와 자에 소나무 송 자인가 보다. 그럼 기와 소나무란 말인가?"
"아이구 성님은 맨날 한문을 국문으로 풀이하더라."
"아냐 봄이야, 어려운 한자말보다는 쉬운 우리말로 풀이해 주면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잖아. 자기 진짜 해설사 되면 그리 해줘라. 우리말로 풀어서 해 줘라."
봄이 엄마는 그 말도 일리가 있다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있죠, 프로 해설사가 되려면 공부를 많이 해야 할 거 같아요. 어중간하게 해서는 안 될 거 같아요."
봄이 엄마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면서 그리 말했다. 어설프게 해서는 안 되겠다며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고 투지를 불태웠다.
"봄이야, 좋아서 하면 다 프로가 되잖아. 내가 좋아서 하는데 어찌 프로가 안 되겠어? 빠져서 열심히 하는데 저절로 프로가 될 거야. 자기, 오늘 보니까 너무 잘 한다. 앞으로는 배운 거를 내 것으로 소화시켜서 풀어내기만 하면 되겠다. 배운 거를 그대로 복기하지 말고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