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빼로 대신에 연필을 선물한 아들

연필을 포장하는 아들이 참 대견합니다

등록 2006.11.10 14:14수정 2006.11.10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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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빼빼로 데이(11월 11일)가 왔다. 아무런 의미도 없는 날을 아이들이 매우 기다리는 기념일(?)이 된 것이다. 그렇게 찾아온 빼빼로 데이는 백화점과 제과점을 아이들로 채우는 놀라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얄팍하고 치밀한 상술에 멍들어가는 아이들의 마음을 생각하면 어른들의 책임감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중학생과 고등학생들은 더 이상 빼빼로 데이에 의미를 두지 않는 것을 보니 정말 다행스럽다.


물론 경제적인 의미로 본다면 초콜릿 소비를 촉진하여 경제를 활성화하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리고 사회심리학적인 측면에서도 선물을 주고받는 의식을 통해 대인관계를 원만하게 만든다는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선물을 주고받는 마음은 아름답지만, 그 선물이 부담이 되거나 낭비적인 요소가 있거나 신체적인 건강에 해롭다면 바람직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많은 아이들은 사실 빼빼로 데이에 선물을 주고받으면서 마음속의 깊은 정을 주고받는다기보다는 장난스럽게 혹은 심심풀이로 서로 선물을 준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먹는 것과 관련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먹는 것은 우리의 가장 일차적인 욕구와 관련이 있지만, 빼빼로라는 과자는 식욕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군것질거리에 불과하다.

아들과 함께 빼빼로 대신에 연필을 포장한 선물
아들과 함께 빼빼로 대신에 연필을 포장한 선물노태영
그래서 작년부터 아들 현진이에게 빼빼로 대신 연필을 정성스럽게 포장해서 11월 11일에 선물하도록 하였다. 작년에는 조금 망설이던 현진이가 올해는 “아빠! 빼빼로 데이에 친구들에게 연필을 선물해야겠어요, 연필은 제가 모아놓은 것이 있으니까 조금만 사면 될 것 같아요, 아빠가 예쁘게 포장해 주세요”라고 말해서 나를 놀라게 만들었다. 이제야 아들이 아빠의 진심을 알아주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뿌듯했다.

연필을 함께 포장하겠다며 밤 12시가 다 되도록 아빠를 기다리고 있는 현진이가 안쓰러웠지만, 난 기꺼이 같이 포장했다. 아빠와 아들이 앉아서 연필을 포장하는 모습이 다소 어색했지만 선물을 포장하는 마음만은 즐거웠다. 게다가 빼빼로가 아니라 연필을 포장하는 아빠의 마음은 더욱 기분이 좋았다.


포장한 연필에 친구의 이름을 하나씩 적어가는 아들의 모습이 대견스러웠다. 올해는 어린이 회장을 맡아서 선물이 많아졌다고 말하는 현진이 모습에서 써버린 용돈을 아까워하는 애기다운 모습을 엿볼 수가 있었다. ‘애 늙은이’이가 아니라는 안도감을 얻을 수 있어 더 기분이 좋았다. 사실 현진이는 용돈을 주면 대부분 사용하지 않고 모아두었다가 통장에 저축한다. 그래서 우리 집에서 제일 부자가 바로 아들이다.

아침에 일어나자마 빼빼로를 챙겨들고 가는 아들의 뒷모습이 그렇게 듬직할 수가 없었다. 현진아! 오늘 너는 정말 멋있는 나의 아들이었다. 앞으로도 속 깊은 마음으로 친구를 대하면서 하루하루 생활하였으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이 아빠는.

덧붙이는 글 | 노태영 기자는 남성고 교사입니다.

덧붙이는 글 노태영 기자는 남성고 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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