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신도시 아파트 당첨자가 발표된 4일 오후 경기도 분당의 한 판교 견본주택 전시장에서 판교 신도시 중소형 아파트 당첨자 일가족이 자신들이 살게될 아파트의 구조도를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오마이뉴스 안홍기
강화와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니까 검단의 개발소식이 싫지만은 않았다. 멀지 않은 곳에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다니 솔직한 말로 기대감마저 들었다. 검단에 신도시가 조성되고 또 김포시 양곡에도 신도시가 들어서면 우리는 가만히 앉아서 떨어지는 콩고물을 얻어먹을 수 있을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 생각하니 괜히 억울한 기분도 들었다. 꼭 뭔가 빼앗긴 거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검단쯤이라면 도시라고 생각도 안 했는데 이제는 쳐다보기 힘든 곳으로 변해 버렸다. 그래서 '어떻게 미리 좀 하나 장만해 두었더라면' 하는 마음도 들었다.
얼마 전에 남편이 뜬금없이 그랬다. "여보, 우리가 부천에 그대로 살았더라면 지금보다 더 부자가 됐겠지?"
그래서 내가 "글쎄 난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당신, 왜 그런 생각했어?" 하고 물어 보았다. 그랬더니 남편이 말하길 "도시에 살면 아무래도 아파트 가격에 민감할테고 그래서 그 쪽으로 많이 연구를 하고 신경을 썼을 거 아냐, 그러면 집을 옮겨가면서 평수를 늘려갔을 거야"하고 말했다.
아닌 게 아니라 도시에 살면 아무래도 그 쪽으로 신경을 많이 쓸테고, 그러면 집 평수를 더 늘려갔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꼭 잘 사는 거라는 생각은 안 들었다. 그래서 "그렇다고 그게 꼭 잘 사는 건 아니잖아. 난 지금 내 생활에 만족하는데?" 라고 말했다.
우리가 그런 이야기를 한 지 며칠이 안 지나서 검단 신도시 발표가 났고 그리고 도시에선 아파트 광풍이 몰아쳤다. 언론에서는 연일 미친 듯이 뛰어오른 아파트 이야기를 했다. 어디가 어떻고 또 어디는 얼마 뛰었다느니 하는 그런 말을 매일 해댔다.
시골로 이사오던 날 "10년 뒤"를 약속했던 남편
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우리도 불안해졌다. 도시 사람들은 저렇게 쑥쑥 나아가는데 시골에 사는 우리는 뭐하나 싶은 생각도 들었고, 이 나라엔 도시만 있지 시골은 없나 보다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마치 딴 나라 이야기 같았다. 그들과 우리는 서로 다른 세상에서 사는 것 같았다.
우리가 도시를 떠나 시골로 이사할 결심을 할 때 그 때 남편은 자신있게 말했었다. "앞으로 10년 뒤면 세상은 지금과는 다를 것이다, 그 때는 분명 시골이 각광을 받을 것"이라며 나를 설득했었다.
아직 10년은 채 안 되었지만 남편의 말은 그리 실현될 가능성이 안 보인다. 도시는 경제적으로 쭉쭉 잘 뻗어나가는데 시골은 늘 제자리 걸음을 하는 거 같다. 남편은 분명 시골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질 거라 했는데 지금 추세라면 시골 땅을 팔아서 도시에서 집칸이라도 장만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세상은 이해 관계에 따라 굴러간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기가 서 있는 위치에 따라서 생각을 달리 한다. 작아도 내 집이라도 한 칸 가지고 있는 사람은 집값이 올라도 `크게 불안해 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집이 없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불안하고 당혹감이 들 것이다.
지금 집이 있는 사람은 아파트 가격이 올라도 크게 당혹감이 들진 않을 것이다. 다른 곳의 집값이 오르면 내가 살고 있는 집도 따라서 오를 테니까 별로 걱정이 안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의 경우엔 당혹감을 넘어 열패감이 들 것 같다. 이제 집을 사는 건 도저히 이룰 수 없을 것 같아 불안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미친 집값의 시대를 지나가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