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길에서 마을로 내려서자마자 보이는 낙타봉의 단풍. 11시부터 3시까지 요염한 모습을 뽐낸다정판수
산이 불타고 있다. 달내마을 주변의 모든 봉우리가 불타고 있다. 벌겋게 붙은 불은 그 자체로 훨훨 타오르고 있다. 연기 없이 붙은 불은 문필봉(붓 모양의 봉우리)에서 낙타봉(낙타등 모양의 봉우리)을 거쳐 순식간에 온 산으로 옮겨 붙었다. 오늘 아침 만난 어른이 던져 준 말이 실감난다.
"말라꼬 비싼 돈 들여 단풍 구경 가능교?"
우리나라 가을 산의 단풍이 아름답지 않은 곳이 있겠냐마는, 그래서 강과 산을 비단으로 수놓은 땅이란 뜻의 금수강산(錦繡江山)이란 이름이 붙었지마는, 이즈음의 달내마을은 정말 '가을산은 이런 것이다'는 걸 과시하려는 듯 온 산이 활활 불타올랐다.
설악산, 내장산, 금강산 단풍을 보았고, 또 많은 이들이 그 아름다움을 글로 그림으로 묘사하고 있지만 내가 사는 이곳 달내마을의 단풍보다 더 나을까? 이 조그만 골짜기에 어떻게 이만큼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을 자아낸단 말인가?